2026.10.15

[윤나래의 세대읽기] 40대 실직자, 재취업까지 어떻게 버티나

입력 2026-10-15 13:41

권고사직 후 물류센터·하향지원·직업 전환까지… 일자리 공백기의 고군분투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구직자가 책상 앞에서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구직자가 책상 앞에서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43세의 두 아이 아빠가 쿠팡 물류센터로 첫 출근을 했다. 6년간 다닌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지 6개월째였다.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수십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새벽부터 준비해 셔틀버스를 타고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낯선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이날 일당은 9만 8040원. 출퇴근에 쓴 시간을 생각하면 아쉬운 금액이었다.

이 이야기는 지난 10월 10일 유튜브 채널 ‘나도 산다 : 40대 실직 가장의 생존기’에 올라온 영상에 담겨 있다. 채널 운영자는 올해 봄 권고사직을 당한 뒤 구직활동과 단기 아르바이트, 생활비 고민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퇴직 이후 곧바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중장년은 어떻게 생활할까. 최근 유튜브에는 권고사직 이후의 일상을 공개하는 40~50대의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재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내는 한편 물류센터에서 일하거나, 기존 경력을 포기하고 다른 직종으로 옮길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영상은 개별 경험일 뿐 중장년 실직자 전체의 현실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업률이나 재취업률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퇴직 이후의 생활을 보여준다.

▲40대 가장의 실직과 재취업 과정을 담은 유튜버 ‘나도산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40대 가장의 실직과 재취업 과정을 담은 유튜버 ‘나도산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여섯 달 동안 면접조차 보기 어려웠다

‘나도 산다’ 채널 운영자는 권고사직 직전 각종 수당을 포함해 세전 월평균 약 400만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과거 반도체 현장과 보안업체 등에서도 일했던 그는 이번에는 기존 경력을 살려 재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9월 공개한 영상에서는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의 종류를 바꾸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가족과 떨어진 지방 건설현장에서도 일했다. 현재는 어린 자녀와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 당장은 지방 근무가 쉽지 않지만, 추후 상황이 된다면 다시 일할 생각도 있다. 이전과 비슷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느냐만큼 어디에서 어떤 시간에 일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그는 보안·미화 업무 등을 알아보고 취업박람회에도 참석했다. 10월 초 영상에서는 약 6개월 만에 면접 기회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후 물류센터 단기근로를 경험했고, 앞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할지도 고민했다.

이 같은 사례는 재취업을 단순히 구직자의 눈높이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임금을 낮춰도 일할 수 있는 지역이나 시간, 보유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면 선택지는 제한된다.

연봉을 낮춰도 다시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

재취업 과정에서 임금에 대한 기대를 조정하는 중장년은 적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25년 6월 발표한 ‘4050 중장년 재취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재취업 희망자의 최소 희망 연봉은 평균 4149만 원이었다. 이는 주된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약 75% 수준이다.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조사는 근로 경력이 10년 이상이고 현재 직장이 없으며 재취업을 희망하는 40~59세 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전체 중장년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나 실제 재취업 후 소득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구직활동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중장년 채용 수요 부족’이 31.8%로 가장 높았다. ‘나이로 인한 불이익’도 24.5%에 달했다.

임금을 낮춘다고 반드시 채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원하는 직무와 구직자가 쌓아온 경력이 다르거나, 해당 연령대에 열려 있는 채용 기회 자체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1월 방송된 KBS ‘추적60분’에는 연봉 2억 원 수준의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50대 남성이 등장했다. 개발과 조직관리 경험을 살려 일자리를 찾았지만, 사무보조직까지 지원해도 연락을 받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는 보수 수준을 낮추는 것과 기업이 채용하려는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임을 보여준다.

▲4050 중장년의 퇴직 사유와 재취업 과정의 어려움, 최소 희망 연봉을 담은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인포그래픽
▲4050 중장년의 퇴직 사유와 재취업 과정의 어려움, 최소 희망 연봉을 담은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인포그래픽

당장 돈을 벌 것인가, 새로운 일을 배울 것인가

재취업 공백기가 길어지면 구직활동과 생활비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물류센터 단기근로, 배송, 시설관리, 건설현장 등은 중장년이 검토할 수 있는 일자리다. 다만 업종과 계약형태에 따라 임금과 근로시간, 노동 강도, 고용 안정성은 크게 다르다.

단기근로를 무조건 재취업 실패의 결과로 볼 필요는 없다.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하는 수단일 수 있고, 새로운 직종이 적성에 맞는지 살피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근무시간이 길거나 신체적 부담이 크다면 면접과 직업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직업훈련도 마찬가지다. 자격증 취득이 곧 취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직종에 진입할 때 해당 자격이 실제 채용 요건인지, 추가 경력이나 현장 경험이 필요한지부터 살펴야 한다.

2025년 KBS ‘추적60분’에서는 운전 관련 자격증 18개를 보유한 50대 희망퇴직자가 소개됐다. 그는 버스 운전 등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격증을 미리 준비했더라도 채용 수요와 근로조건까지 맞아야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취업의 어려움은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지만 퇴직 사유와 구직 조건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남성 구직자의 주된 직장 퇴직 사유 1위는 정리해고·권고사직(22.5%)이었고, 여성은 육아·돌봄·가사(43.2%)였다. 재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도 남성은 임금, 여성은 근무시간으로 달랐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지원할 때 일자리 수뿐 아니라 돌봄 부담, 근무시간, 직무 전환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공백기를 줄이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실직 이후 재취업을 준비할 때는 생계 유지와 직업 복귀를 구분해 계획할 필요가 있다. 당장 수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단기근로를 선택하더라도 이후 어떤 직무로 돌아갈 것인지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먼저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무와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직무를 나눠 채용공고를 살펴볼 만하다. 과거 직함이나 업종에만 맞춰 검색하기보다 실제 수행했던 업무를 기준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관리·영업·회계·기술지원 등 구체적인 업무 경험이 다른 업종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봉을 낮춰 지원하기에 앞서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과 기술, 근무지역, 근로시간을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금은 맞지만 직무 경험이 부족한 자리와 임금은 낮아도 기존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직업훈련을 고려한다면 교육과정의 취업 연계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기업이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관련 자격증만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현장 경력이 추가로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시간과 비용을 들인 교육이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공공 취업지원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장년내일센터는 40세 이상 구직자에게 경력설계, 전직 및 재취업 상담, 일자리 정보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용24에서 구직신청 후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센터에 직접 문의할 수 있다.

50세 이상이라면 중장년 경력지원제도 확인할 만하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중장년이 새로운 직무의 일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6년 기준 50~65세 미취업자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40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선택이 가장 유리한지는 개인의 경력과 생계 여건에 따라 다르다. 단기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것인지, 임금을 조정해 재취업할 것인지, 직업을 바꿀 것인지에 정해진 답은 없다.

유튜브에 자신의 공백기를 기록하고 있는 43세 가장 역시 아직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는 물류센터 일을 경험한 뒤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보면서 기술을 배울 필요성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장년에게 실직 이후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기가 아닐 수 있다. 생활비를 마련하면서 기존 경력을 다시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하는 시기다. 재취업 지원 역시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권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일자리와 연결되는 경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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