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9

“기초연금 수급 가능성 미리 알려주는 AI 구상 중”

입력 2026-11-09 06:00

김대순 국민연금공단 복지이사 인터뷰

퇴직 5년여 만에 복귀, 국민연금공단 첫 사례

노후의 어려움은 자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건강을 어떻게 지킬지, 변화하는 대인관계 앞에서 얼마나 유연해질지, 여가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나갈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노후 준비 과제를 국민연금공단은 어떻게 뒷받침할지 김대순 복지이사에게 물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들어선 만큼 복지 쪽도 개선돼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노인빈곤율이 1위라는 게 말이 됩니까?”

10월 초 강남구 논현동 이투데이빌딩에서 만난 김대순 국민연금공단 복지이사는 우리나라 복지 수준과 노인 빈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경제와 달리 복지와 노후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가방’으로 불리는 오래된 백팩을 메고 인터뷰 자리에 온 김 이사는 공단 퇴직 5년여 만에 복지이사로 돌아왔다. 공단 퇴직 후 이사로 복귀한 첫 사례다. 과거 미래화사업추진단장, 미래혁신기획단장 등을 역임하며 새로운 사업을 이끌었던 그의 복귀는 후배들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1960년생으로 공단 이사 가운데 가장 맏형이다.

김 이사의 업무 추진력은 공단 안팎에 익히 알려져 있다. 정보화본부장 시절에는 차세대 정보시스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공단 최초로 이끌었고, 관련 예산 3420억 원을 확보했다. 대규모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고, 더 나아가 실행에 필요한 재원까지 마련한 성과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번에도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 AI 기술을 접목해 복지 서비스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취임하면서도 “AI 기술을 접목한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등 서비스 품질 및 업무 효율성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 이사가 맡은 ‘복지이사’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노후준비실 △장애인지원실 △복지사업센터 △기초연금센터 △장애인심사센터를 담당한다. 연금 지급을 넘어 국민의 노후 준비와 복지를 지원하는 업무영역이다. 공단에서 새로운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노후 준비가 한 뼘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취임과 함께 국민이 신청하기를 기다리는 기존의 수동적 전달체계에서 벗어나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먼저 찾아내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며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똑똑한 복지 체계로의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김 이사는 AI를 접목해 추진할 서비스로 △‘N-GPT’(국민연금공단 자체 생성형 AI)를 활용한 맞춤형 재무설계 분석 서비스 △AI 장애 판정 지원시스템 구축 △AI 기반의 선제적 복지위기가구 발굴 △AI·빅데이터 기반의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발굴을 꼽았다.

특히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발굴은 제도를 몰라서 못 받거나, 대상이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해 수급권을 놓치는 국민이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다. 2025년 말 기준 707만 명의 어르신이 받고 있는 만큼 노후 소득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다. 현재 정부는 ‘하후상박(저소득층은 후하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은 얕게)’ 기조를 바탕으로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김 이사는 AI를 활용해 기초연금 수급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대상자에게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초연금 수급 확률이 높은 대상자를 AI로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안내함으로써, 어르신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노후 소득 보장 권리를 놓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AI 혁신의 목적은 ‘사람을 향한 복지’를 완성하는 것이죠. 기술의 효율성에 따뜻한 복지 마인드를 더해,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뤄내겠습니다.”

김 이사가 복지 AI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높은 노인빈곤율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공단에 따르면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Pensions at a Glance 2025)’에 수록된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인 14.8%를 크게 웃돈다.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노후 준비를 지원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김 이사는 초고령사회에서 노후 준비가 필요한 이유로 늘어난 기대수명, 급증하는 의료비와 돌봄 비용,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개인 책임의 가중을 꼽았다.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자녀나 국가가 노후를 책임지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노후는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서비스다. 공단은 연금 지급 기관을 넘어 국민의 안정적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 ‘노후준비지원법’ 제정으로 전 국민에게 노후준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재무·건강·대인관계·여가 등 ‘노후 준비 4대 영역’에 대한 통합적인 진단·상담·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노후 준비를 재무에만 한정하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은퇴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했더라도 건강을 잃거나 가족·친구와 단절돼 고립된다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 악화가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경제적 빈곤이 건강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등 노후의 위험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노후의 위험은 유기적인 관계로 돼 있습니다. 하나의 영역이 무너지면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처음부터 4대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김 이사는 세대별로 노후 준비의 출발점도 제시했다.

“청년층에는 ‘시간’이라는 최고의 자산이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을 통해 자산 형성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중장년층은 ‘경험의 자산화’와 ‘소득의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죠. 직무 경험과 전문성을 제2의 인생을 위한 ‘경력 자산’으로 재설계하고,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3층 연금 체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미 은퇴한 고령층에는 ‘보유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공적 제도의 활용’을 제안했다. “보유 자산을 생활비로 전환할 방법을 살피고,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활용하며,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대인관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나가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다시 공단으로 돌아온 김 이사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계획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행하며, 그 결과가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변화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에게는 더 든든한 복지를, 국민연금공단 직원에게는 자긍심과 보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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