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③] 'Life Plan B, 은퇴후 내 자리 찾는 법

기사입력 2014-11-21 15:55 기사수정 2014-11-21 15:55

KT사회공헌 DREAM 드림의 이덕신(61)씨

나이를 먹고 인생의 경험치가 쌓여도 늘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다. 특히, 은퇴한 중년 남성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변화가 생기며 관계 앓이를 하게 된다. 이덕신 이사를 만나 은퇴이후 관계리스크를 슬기롭게 넘어설 수 있었던 방법을 들어봤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이덕신 이사

듣고 싶은 말을 먼저 하라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남편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빈둥거리며 가사 일을 돕지 않는 남편에 서운한 아내와 잉여인간 취급당하는 남편 사이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이런 처지에 놓인 남편들에게 이 이사는 “스스로 집안에서 내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집에 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처리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면 괴롭지만 자발적으로 할 일을 찾아 적극 실행하면 환영받고 존중받는 가장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은퇴했을 때 집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만 집의 주인이 되고, 내 자리가 생기게 된다”며 가족의 일원으로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가족 간 소통의 방법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먼저 하라”고 제시했다. 그는 아내에게 “그동안 많이 서운했지? 뭐든 얘기만 해. 나도 때론 짜증내고 화냈지만 돌이켜보면 참 미안하고 고마워”라며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털어 놓는다. 그렇게 고마운 마음을 먼저 건네고 나면 아내 역시 그동안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한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사랑하는 마음이야 뻔히 아는데 뭐 하러 얘기하나’ 싶어 애정표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무감에서라도 적극 대화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끼리 오해가 안생기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으로서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그는 지난 2006년 ‘아버지 학교’를 이수했다. 당시 받은 수료증을 늘 지갑에 넣고 다니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가족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TV 드라마를 보는 대신 2주에 한 번 온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TV에 빠져 있다 보면 가족 간 대화도 줄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 가족이 외출하는 즐거움과 함께 그날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좋은 작품을 보고나면 그 감동과 여운이 오래 남아 가족 간 애정을 확인하고 마음으로 하나 되는 데 도움 된다.


더 현역처럼 움직여라

지난날의 열정으로 쌓아 올린 인간관계는 은퇴와 함께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일’로 엮였던 모든 인맥이 이젠 서로에게 쓸모없어진 것만 같아 허무해진다. 이 이사는 이러한 상실감 대신 현역 때와 똑같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을 선택한 그는 KT 사회공헌 Dream 드림 이사, 교육부 산하 (사)한국강사협회 이사, 서울시 평생학습 강사, 감정노동관리사 홍보대사 등 현역 때보다 더 다양한 타이틀로 활동하며 새로운 인맥을 얻었다.

“바쁘게 생활하고 열정이 넘치는 표정으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인맥은 따라온다. 어느 정도전문성까지 갖추게 되면 주변에서 도움을 청하고, 만남과 대화를 원하는 것은 물론 강연도 초청받게 된다.” 돈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일과 인맥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돈을 초월한 사람이 빠르게 성장한다’라고 자부한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이덕신 이사

오래된 친구일수록 더욱 베풀어라

고향 친구만큼 편한 관계도 없지만 그럴수록 더 세심한 노력 필요하다. 어릴 적 도토리 키 재기로 비슷하게 뛰놀던 아이들이 사회진출을 해서 살아가다 보면 생활수준 등의 편차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누구는 정말 힘들게 육체노동을 하는가 하면 누구는 사장님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항상 어려운 친구들을 먼저 눈여겨보고 배려해야 한다. 편하다는 이유로 말을 막 하고 행동을 소홀히 하면 더욱 상처받는 게 고향친구들이다. 친구가 겪고 있을 어려움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그의 처지에 관심을 갖는노력이 필요하다. 혹여 내가 조금 잘났다고해서 친구를 무시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친구끼리도 겸손해야 한다.”

그는 작게라도 베푸는 미덕을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과수원에 있는 배나무 한 그루를 분양받았다. 그 배를 직접 따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곤한다. 시중에서 깨끗하게 닦여 상품화된 배보다는 ‘내가 직접 솎아내고 봉지 씌워서 수확한 배인데, 너무 달고 맛있어서 친구 생각나서 가져왔어. 어디 맛 좀 볼래?’하면서 서너 개씩 비닐봉지에 담아 건넨다. 친구들은 ‘내 친구의 손길이 들어가고 땀이들어간 거구나’하면서 더 의미를 두고 고마워한다. 작은 정성과 노력이 오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집 밖에서 마주치는 이웃은 모두 나의 고객이어라

멀리 있는 친척보다 때로는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이웃이다. ‘이웃사촌’이라고까지 불리는 그들과의 관계 또한 소홀이 할 수는 없다. 이 이사 역시 이웃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빼놓지 않는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만나는 모든 이웃은 나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입구 등에서 이웃을 만나면 활짝 웃으며 손을 뻗어 크게 인사를 한다. 요즘 사람들이 워낙 감정에 메말라 있어 처음에는 ‘저 사람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하고 부담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딱 다섯 번만 지나고 나면 그때부턴 함께 인사도 하고 호응도 해준다.”

이 이사 역시 처음에는 이웃의 냉랭한 반응이 힘들기도 하지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즐거워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한다.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인사만 해도 돈과 시간을 투자 하지 않아도 이웃끼리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그는 아파트 단지 내 최고 인기 좋은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그 501호 아저씨만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이러한 칭찬세례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이웃의 의견을 모아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그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대개 표정이 어두워지고 밋밋해진다.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더 의도적으로 밝게 웃는 얼굴로 마주해야 한다. 나 역시 거울 보면서 웃는 연습도 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주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인생 후반전 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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