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처음 시작하도록 권유해 준 분

기사입력 2016-07-28 15:46 기사수정 2016-07-28 15:46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타인을 의식하며 사는 거 같다.

필자가 40세 넘어서도 화장기 없이 용감하게 다녔더니 조금 위인 꽃꽂이선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장은 왜 안 하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자연스러운 게 좋고 편해서 그런다고 궁색한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의 얘기가 “그러면 안 된다”며 “화장을 곱게 해야 여자가 비로소 된다“고 했다. 이유는 “당신은 자신의 얼굴을 거의 안 보고도 살아갈 수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보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을 위한 배려로 언제나 밝고 고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소리를 듣고 느끼는 게 많았다. 화가 난 얼굴, 수면 부족의 얼굴, 땀이 가득 흐르는 얼굴, 벌레 물린 얼굴 등 봐서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닌 얼굴을 보여 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말에 동감을 했고 그다음 날부터 혼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꼭 그의 말대로 정성 들여서 화장하게 되었다. 혼자 화장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메이크업 학원’이라는 곳에 입학을 해서 초급과정을 이수했다. 화장을 두껍지 않게 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특히 이 말을 들은 후엔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표정관리까지 하고 있다. 팔자 얼굴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어느 방송이 ‘일본에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일까’를 조사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첫째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이었다. 일본인들은 그 말을 가장 중시하면서 그렇게 살도록 어려서부터 거의 강요당하고 살아오는 민족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 백화점이나 길에서 어머니가 남자아이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작지만 날카롭게 꾸중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남에게 이유 없이 폐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교육하는 것이었다. 예쁘진 않아도 정갈한 모습으로 단장하게 남에게 얼굴 보이는 예법도 하나의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리 모두 혹시라도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폐를 끼치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자주자주 생각해 가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술 먹고 왕왕대는 사람들…. 우리도 조금만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사는 사람들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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