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극기를 아낍시다

기사입력 2016-08-02 15:06 기사수정 2016-08-02 15:06

▲태극기는 거는 거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박헤경 동년기자)
▲태극기는 거는 거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박헤경 동년기자)
언젠가부터 태극기를 아끼자는 캠페인으로 국경일엔 꼭 태극기를 달자는 운동이 있었다. 지난 현충일 뉴스엔 어느 고층 아파트에 한 집도 빠지지 않고 내 걸은 태극기를 보여 주었는데 보는 마음이 뿌듯했다.

수십 층 되는 아파트에 줄지어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으며 한마음으로 국경일을 기리며 뜻을 모아 태극기를 단 그 아파트 주민들이 돋보였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우리 역사를 등한시하여 3.1절을 삼 점 일절이라 읽었다는 뉴스도 있었던 터라 나라 사랑이나 애국심 고취에 어른들이 좀 더 앞장서서 우리 태극기 사랑까지 가르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든 다 고유의 국기가 있고 각각의 디자인과 색상이 다르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심플하게 빨간 동그라미 하나가 그려져 있고 별 달 모양을 그려 넣은 나라도 매우 많다. 국기는 각 나라마다 뜻하는 바가 있어 표현된 모양일 것이다. 우리나라 태극기는 참으로 독특하고 예쁘다. 세계 여러 나라 대부분 국기가 심플한 디자인인데 우리 태극기는 건곤감리 복잡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가진 뜻도 심오하다.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라 필자는 우리 태극기가 참 좋다. 항일 운동 때 독립투사들이 품속에 소중히 지녔다든지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과 불굴의 나라 사랑이 깃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표식이라는 것만으로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아파트도 통장님이나 반장으로부터 국경일엔 태극기를 꼭 달자는 의논이 있었다. 아파트는 베란다 중앙이나 왼쪽에 달아야 한다는 정보도 들었다. 5층에 사는 필자는 5.6.7. 층을 맡은 아파트 반장이다.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우리 구의 소식지를 집집의 우체통에 넣어주거나 아파트 일로 주민 의견을 물어야 할 때 앙케이트 받는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

반장이 아닐 때도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일은 잊지 않고 있었다.

 

지난 현충일 점심 무렵 누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베란다 뒤편을 산책하다가 땅에 떨어진 태극기를 주웠다며 댁의 태극기 아니냐고 하셨다. 베란다에 가보니 우리 태극기가 없었다. 아침에 분명히 내걸었는데 고정받침이 없어 리본으로 칭칭 동여매 놓았던 게 바람에 풀어졌나 보았다. 아주머니가 떨어진 태극기를 들고 올려다보니 우리 집과 두어 집이 태극기가 없더라고 하셨다. 한 집씩 찾아다니려 했다며 웃으신다. 우리 태극기 맞는다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이번엔 좀 더 꽁꽁 베란다 난간에 동여매었다. 땅바닥이 말라 있었던지 다행히 더럽혀지지는 않았다.

 

몇 년 전까지 우리 가족은 동해안으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 여름이나 겨울 휴가철엔 꼭 동해안을 찾았다. 우리나라 어디든 다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은데 우리 아이 아주 어릴 때부터 놀러 다녀서인지 휴양지하면 동해안이 먼저 떠올랐다. 매년 다녔기 때문에 가는 길도 익숙했고 어쩐지 고향에 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동해안은 우리에게 멋진 곳이었다. 동해안 설악산 가는 곳 모두 경치 좋고 공기 맑은 훌륭한 도시지만 언젠가의 기억이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서울에서 인제 원통을 통해 설악으로 가는 길이었다. 거리 곳곳에 국기 게양대가 있고 태극기가 걸렸는데 너무나 불쌍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태극기의 하얀 바탕은 이미 더러운 회색으로 물들어 지저분해 보여 안타까웠다. 차라리 저렇게 방치할 바엔 달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며 강원도 지자체 어디에 신고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땐 좀 젊었고 놀다 보니 잊어버리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걱정만 하고 오게 되었었다. 아마 할머니가 된 지금이면 필자는 분명히 신고했을 것이다. 어디에 더럽혀진 태극기가 있으니 새것으로 교체하고 관리 좀 잘하라고 쓴소리 깨나 했을 것 같다.

 

지금도 길을 가다가 국기가 걸려 있으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요즘은 대체로 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지저분한 태극기가 보이면 당장 지자체에 전화해서 호통을 치려 한다. 거리에 펄럭이는 깨끗한 우리 태극기를 보면서 강원도 그 자리의 태극기도 지금은 깨끗하고 힘차게 휘날리고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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