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머니들이 표현하는 자식사랑

기사입력 2016-08-08 16:29 기사수정 2016-08-29 09:12

어느 늦은 가을날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오늘 비가 그치지는 않는단다. 아침에 학교 갈 때는 맑음이었는데 비가 그칠 줄 모르고 오니 우산을 안 가지고 간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여름이면 마음을 놓을 수가 있으나 이런 비는 아직 일본 날씨에 적응도 못한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마음이 쓰여 우산 두 개를 챙겨서 학교에 갔다. 전교생이 학교 교실로 들어가는 현관에 신발장이 놓여 있다. 학교 출입은 오로지 이 한군데다. 나는 아이들 반에 가서 어떻게 전달해 줄까 걱정하면서 일단 현관으로 들어갔다. 일본에 온지도 얼마 안 되어 일어도 아직 서툴러서 누굴 만날까봐 언제나 걱정이었다. 그런데 몇 엄마들이 나처럼 우산을 챙겨 가지고 와서는 즉시 신을 벗고 들어가지는 않고 신발장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는 눈치였다. 하는 양을 보고 있자 자기 아이의 학년과 반과 이름을 찾아서 우산을 자기 아이 운동화에 착 걸어 놓고 휭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

나는 얼마나 기쁘고 이런 방법을 하고 있는 일본 엄마들의 마음에 저절로 고개 숙여지고 말았다. 여기 저기 그렇게 우산을 꽂아 놓고 간 엄마들의 아름다운 손길이 보였다.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나처럼 학교에도 안 오는 엄마로 선생님들에게 찍힐 일도 없이 자기 아이가 수업이 끝난 뒤에 어머니가 왔다 간 사실을 알고 그 고마움을 생각하며 우산을 펴 들 것을 미루어 짐작하니 정말로 가슴에 뭔가 중요한 주고받음의 따뜻함이 흘러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놀랍고도 반가운 방법에 웃음을 활짝 웃으면서 나도 두 아이 운동화에 살며시 꽂아 놓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우산을 챙겨들고 자전거를 씽씽 타고 지나가는 엄마들을 계속 만나면서 일본 엄마들에게 참 좋은 걸 배울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는 감사함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비도 안 맞고 아이들이 웃으면서 현관을 들어서면서 아주 즐겁게 떠들어댔다. ‘엄마가 언제 그런 걸 다 배웠어? 친구들도 엄마들이 다 그렇게 해 놓고 갔던 걸?’ 한국이라면 선생님이 있는 교실에 가서 인사도 해야 했을 일인데 이렇게 감쪽같이 학교에 갔다가 아무도 안 만나고 가볍게 되돌아 올 수가 있고,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고마움을 저절로 느끼게 해 줄 수가 있다니 정말 즐거웠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어머니회가 있다는 쪽지를 받고 갔다. 원래 화장도 안 하고 액세서리도 안 하는 엄마라 별 준비할 게 없어 작은 노트와 연필을 들고 그냥 갔다. 대부분의 일본 엄마들은 그저 깨끗한 차림에 자전거들을 타고 왔다. 걸어 온 엄마들도 귀걸이 하나 안 달고 옅은 화장에 가방도 안 들고 작은 헝겊 주머니만 하나 들고들 왔다. 정말 검소한 차림이었고 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일하는 본연의 엄마들 모습, 우리나라 농촌에서나 만날 거 같은 깨끗한 마음이 엿 보이는 모습들에 오히려 의아스럽기만 했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뻐기는 듯한 표정과 왜 그런지 누구에겐가 자랑하려는 태도들이 여기에선 안 보였다. 누가 잘 사는 사람인지 누구 엄마가 반장 엄마인지 전연 어느 누구도 표시를 내지 않았다. 서로 만나면 똑같이 밝은 톤으로 반가움을 나누며 인사들을 하는 거였다. 그 분위기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고 편했다. 일본 엄마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부끄러워지는 구석에 찔끔했다. 이런 좋은 것들은 배워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끼며 깨달으며 자꾸 부러워지기만 하는 마음에 속상했다. 밖으로 뻐기면서 남에게 보여주는 사랑이 아닌 일본 엄마들의 숨겨져 있는 자식사랑에 나는 마음이 갔다. 좋은 점수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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