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자기 위한 나만의 비법] 잠 못 드는 밤과의 이별을 위한 레시피

기사입력 2016-08-09 14:43 기사수정 2016-08-09 14:43

불면증을 겪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힘든 고통은 없을 것 같다는 아픔을. 반면에 불면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불면증으로 고생한다고 하면 속으로는 아마 별 쓸데없는 고생을 사서한다고 빈정댈 수도 있는, 조금 사치스러워 보이는 습관으로 치부할 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하릴없는 증세(?)로 크게 두 번, 작게는 여러 차례 고통과 직면해야만 했었고 그때마다 그로부터 해방되는 방안을 찾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이제는 나름 불면증에 관한한 준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신체가 아프거나 마음이 아파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먼저 병원을 찾는 것이 맞는 일이겠지만 그 이전에 그러한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방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인적인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보려한다.

20대 초반 대학을 다닐 때 처음으로 불면증이라는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늘 고뇌와 번민을 달고 살았던 예민의 시절이었기에 어느 정도 잠 못 드는 밤이 있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잠이 부족해서 머리가 아파오고 몸이 피곤해 무엇에든 집중하기 어려운 날이 몇 달 지속되자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극도의 신경과민이 나를 심하게 괴롭혔다. 매일 아스피린을 달고 살거나 술에 만취해서 예민한 신경을 잠시라도 잠재우려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존재에 대한 불안’에 근거한 잠 못 드는 밤은 실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 정신을 피폐케 하였다. 결국 병원에서 가끔 수면제 처방을 받아 임시방편으로 잠에 빠져보기도 했지만 약이 없으면 이내 또 정신이 너무 눈부시게 깨어나서 잠을 이룰 수 없게 되고 젊은 혈기가 넘칠 나이에 약에 의존한다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는지 약의 효과는 점차 반감되어가기만 했다.

일반적으로 잠이 안올 때 책을 읽는다든가 양을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나간다든가 하는 여러 민간처방을 해보았지만 효험을 본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내 영혼의 근본적인 불안이 원인이라고 잠정결론을 내리고 내 안에 오래 내재된 잡다한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참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십분 정도일지라도 참선을 하는 것을 지속했고 잠자리에 들 때는 사지를 편하게 뉘이고 오직 복식호흡에만 집중하였다. 아무런 잡념 없이 오직 심호흡에만 집중하여 계속하다보면 깊은 숨에 의한 체내 산소공급의 원활화로 인해서인지 편안한 마음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지게 되고 보통 한 두시간지나면 다시 깨곤 했었던 악순환 없이 6시간 이상 지속적인 깊은 잠을 이루게 되면서 드디어 악몽 같았던 불면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겪게 되는 갈등으로 잠시 불면의 밤을 지새운 적도 많고 심호흡을 해도 잠이 오지 않는 고통스런 순간도 많았지만, 적극적인 마음으로 나를 괴롭히는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보면 무의식 세계의 평안함이 찾아오게 되고 이는 다시 나의 수면주기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곤 해주어서 그다지 큰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다시금 된통 불면증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한동안 살아야했던 기간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너무 생생하여 되새겨보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으나 불면증이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고생할 것 같지 않다는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으로 보아 편한 마음으로 써나가도 될 듯하다.

삼십 여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그리 큰돈을 모으지도 못한 채 맞이한 정년퇴직 후의 삶이 시작되었을 때다. 퇴직 후 일,이년 남짓한 기간은 해방감을 만끽하면 전국을 돌아다녔고 히말라야나 시베리아까지도 ‘무릎 떨리기 전에 가슴 떨림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우기면서 신나게 즐길 수 있었던 듯했다. 그러나 55세 이후 대략 또 다른 40~50년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면서 뭔가 확실한 인생 2막을 열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원래 꼼꼼한 성격에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러한 고민에 침잠하다보니 예전 고민 많던 20대의 상황과 거의 유사한 내적불안으로 인한 잠 못 드는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과 사진 활동을 접고, 노인에 대한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도 하고, 노후에 하고 싶었던 직업으로 생각한 관광통역사 자격도 취득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던 몇 가지 사업들도 지속적으로 매달려 보기도 하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백방으로 노력한다고 해보았지만 돈이 되는 것은 없고 돈만 계속 들어가는 시기였다. 아무래도 동업에 따른 갈등도 적지 않다보니 내 자신의 사업을 별도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법인을 만들고 직원채용과 마케팅으로 하루하루 몰두를 했지만 너무 앞서나가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치도 않고 뛰어든 사업의 결과는 참담했다. 결국 번아웃 되어가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잠 못 드는 밤과 나란히 친구가 되어 고통을 견디어야만 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찾아오는 여러 고통은 예전과는 달리 두렵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별로 없고 번거롭다는 생각일 뿐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또는 ‘연식이 오래되면 여기저기 탈이 나는게 자연의 섭리’라는 정도로 달관하게 되어 그다지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다만 얼마 되지 않은 사업자금이 바닥나고 30년간 관리자 역할밖에는 모르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대안 마련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저녁에는 잠들기 어렵고 새벽에는 진정 노인이 된 듯 일찍 깨면서 내 머리 속은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바라보듯 집중이 어려워졌다.

어차피 잠 못 드는 시간이라면 가급적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다보니 일석이조의 방안이 떠올랐다. 치매예방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글을 보고 한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영어공부를 다시하기로 한 것이었다. 특별히 공부시간을 정해 놓을 필요 없이 잠이 오지 않아 고통스런 시간이 오면 무조건 스마트폰에 저장된 가장 어려운 등급의 영어 리스닝을 틀어 놓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약 한달 정도 사이에 70킬로의 몸무게가 66킬로까지 빠질 정도로 불면증은 심신을 피폐하게 하는 악당이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에 매달리면서부터 거짓말처럼 잠이 빨리 찾아와 주었다. 처음에 자동꺼짐을 한시간 정도 여유 있게 해 놓곤 했으나 점점 30분, 15분... 짧은 시간을 세팅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들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잠은 급히 쏟아지게 되었다.

“역시 어려운 공부는 졸음으로 가는 지름길!”

[불면증 관련 엉뚱한 제언]

민간요법(?)의 하나로서 잠이 오지 않은 경우 양을 세는 방법이 우리나라의 방식이 아니라 외국에서 전래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 보통 잠을 잘 못자는 경우 양을 세라고 하면 우리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하겠으나 외국의 경우에는 one sheep, two sheep...하면서 ‘잠’에 해당하는 단어인 ‘Sleep’과 유사한 발음을 하므로 인해 잠을 유도하게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양한마리’ 대신에 ‘잠자리 한 마리, 잠자리 두 마리...’하다보면 잠자리에서 쉽게 잠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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