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낚시터에서 힐링하다

기사입력 2016-09-06 10:14 기사수정 2016-09-06 10:14

▲경기 안성tl의 고삼 저수지. (박혜경 동년기자)
▲경기 안성tl의 고삼 저수지. (박혜경 동년기자)
활발한 성격인 필자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장비를 늘어놓고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며 기다림의 미학을 즐겨야만 하는 낚시는 필자의 성질에 맞지 않았다.

정적인 우리 남편은 취미가 식물 가꾸기와 낚시이다.

한창 젊었을 때 남편이 낚시를 즐기니 어쩔 수 없이 몇 번 낚시터 동행을 하기도 했다.

 

낚시터는 대부분 경치가 좋은 곳에 있어 꼭 물고기를 잡는 목적이 아니라도 따라갈 만했는데 더욱 좋은 건 낚시터 밥집의 짭짤한 시골 음식이었다.

대부분 낚시터를 관리하는 사람의 집에서 밥집을 겸하고 있어 그 집의 토방에 앉아 둥근 양은 쟁반 상에 오른 시골 된장찌개며 아삭한 오이장아찌, 어떻게 졸였는지 구수한 생선찜 등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즐겁게 따라나설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들이 아빠의 취미를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낚시 대회가 열려 많은 학부모가 참가해서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는데 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우리 아들과 친구 하나가 밤새 한자리에 앉아 낚시에 집중하고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라기도 했다.

 

필자가 낚시를 싫어하는 이유는 고기가 잡히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도 있지만 잡힌 물고기가 불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음식 중에서 생선을 가장 좋아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잡은 후엔 꼭 다시 놓아주지만 그래도 물고기는 상처를 입을 것이니 마음이 언짢다.

 

주말에 남편이 시동생 부부와 같이 가기로 했다며 낚시터 예약을 했단다.

필자는 낚시를 즐기지 않지만, 시동생과 동서는 낚시를 좋아한다고 한다.

오랜만의 형제간 단합을 위해 흔쾌히 따라가기로 했다.

 

요즘 날씨가 무척 가물다. 비가 많이 내려서 해갈이 되어야 식수며 농수에 대한 걱정을 덜 텐데 어제 좀 비가 내렸지만, 오늘은 아주 햇볕이 쨍쨍하다.

장소는 안성의 고삼 낚시터로 근처의 다른 저수지는 밑바닥이 갈라져 낚시 좌대가 땅 위에 얹혀있을 정도로 메말랐다. 그 모습이 매우 황량해서 가뭄에 대한 걱정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고삼낚시터에 도착해 보니 전보다는 물이 줄긴 했다지만 저수지 위로 드문드문 서 있는 좌대가 그림같이 펼쳐졌고 이미 많은 좌대에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예약했다는 집 모양의 좌대가 물 건너편으로 보인다. 보트를 타고 갔는데 이곳은 저녁 6시면 관리인이 다들 퇴근해서 6시 이후엔 뭍으로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전기도 없어 배터리로 TV를 보고 저녁은 미리 주문해야 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집 옆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화장실 갈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한 사람당 3만 원이어서 방값만 12만 원이니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안에 짐을 넣고 베란다처럼 생긴 좌대에 낚싯대를 설치한 후 의자에 앉았을 때 눈에 들어온 풍경은 시리도록 아름다워서 아깝다기보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제 내린 비로 모든 먼지가 다 쓸려 내린 듯 새파랗고 깨끗한 하늘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너무나도 멋지게 유영하고 있다.

가뭄의 걱정도 오늘만은 비켜두기로 하고 풍경을 즐겼다.

남편과 시동생, 동서는 각각 서너 대씩 낚싯대를 펼쳐 드리웠고 필자는 직접 하지는 않아도 그 모습을 보는 게 흐뭇했다.

 

드디어 하염없이 낚싯대의 찌만 바라보는 인내의 시간이 시작되었는데 펼친 지 두세 시간이 지나도록 입질이 없다.

뒤쪽 의자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던 필자는 누구라도 한 마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조바심이 났다.

드디어 낚시꾼이라는 남편을 제치고 동서가 한 마리를 끌어올렸다.

날렵한 은빛의 물고기는 눈치라고 한다.

몇 시간만의 첫 수확이라고 모두들 즐거운 탄성을 질렀고 고기가 잡히는 걸 바라지 않던 나도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었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말처럼 이후에도 동서의 낚싯대에서만 연달아 세 마리가 올라왔다.

 

6시경 음식이 배달되고 이후로 저수지는 적막에 휩싸였다.

밤이 되었다. 전깃불 없이 바라보이는 까만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그러나 어릴 때 올려다보았던 밤하늘에서 쏟아질 듯 가득 찼던 별빛은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별님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마음이 씁쓸하다.

 

밤늦게까지 꽤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누웠다 깨보니 아침이다.

밤새 잡은 어망에 담겼던 고기를 풀어주었는데 필자는 다시는 잡히지 말라고 속으로 빌어주었다.

 

필자 취미는 아니었지만, 이번 낚시여행으로 충분히 마음이 정화된 듯한 느낌이다.

우리 남편은 이미 은퇴했지만, 아직 현역에 계신 시동생과 동서도 낚시터의 하룻밤으로 휴식이 되었기를 바라며 신나는 다음 계획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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