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3

'미칠듯한 더위' 폭염 때 치매 의료비 더 든다

입력 2026-08-13 13:19

심평원 10년 청구자료 분석…치매 1인당 입·내원 17.3일, 의료비 125만 원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35~64세 치료 부담 커, 폭염 취약 정신질환 관리 필요

폭염은 열사병이나 탈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치매와 조현병 환자의 의료이용도 여름철에 다른 계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는 병원을 찾는 빈도는 65세 이상에서 높았지만, 1인당 입·내원 기간과 의료비 부담은 35~64세 중장년층에서 더 두드러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2026년 8월호에는 최지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부담: 조현병과 치매를 중심으로’가 실렸다. 연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활용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전체 정신질환과 조현병, 치매 환자의 의료이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치매 환자의 폭염 기간 1인당 의료이용은 연평균 2.76건이었다. 입·내원 일수는 17.30일, 총요양급여비용은 125만 6468원으로 집계됐다. 한파 기간과 비교하면 의료이용 수준이 지표에 따라 1.48~1.50배 높았다. 봄·가을에 해당하는 그 외 기간과 비교해도 1.24~1.26배 높았다.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차이가 더 컸다. 폭염 기간 1인당 의료이용은 4.78건, 입·내원 일수는 19.32일, 총요양급여비용은 129만 8566원이었다. 한파 기간보다 1.68~1.70배, 그 외 기간보다 1.30~1.31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폭염 기간’은 실제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만 추린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는 5~9월을 폭염 기간, 12~2월을 한파 기간, 3~4월과 10~11월을 그 외 기간으로 나눠 비교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폭염이 치매나 조현병을 악화시켜 의료이용을 몇 배 증가시켰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10년에 걸친 국내 의료이용 자료에서 여름철 부담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부담: 조현병과 치매를 중심으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26년 8월호)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부담: 조현병과 치매를 중심으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26년 8월호)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부담: 조현병과 치매를 중심으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26년 8월호)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부담: 조현병과 치매를 중심으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26년 8월호)

치매 환자는 더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취약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치매 환자가 폭염의 위험을 인지하고 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체온조절 능력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을 짚었다. 인지·언어기능이 손상되면 더위로 인한 불편이나 이상 증상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연령별 차이다. 치매의 경우 폭염 기간 의료이용 건수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입·내원 일수와 1인당 의료비는 35~64세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 자체가 노년층에 많이 분포해 노인의 병원 이용이 빈번한 반면, 중장년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에게 높은 비용이 집중된 결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기 발병 치매의 진단과 감별, 전문진료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추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치매는 노년층의 문제’라는 접근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지점이다. 연구진도 노인 치매 환자의 보편적 관리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조기에 치매가 발병한 중장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별도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치매와 조현병 모두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 건수와 입·내원 일수, 의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높았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부담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더 크게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치매와 조현병 환자를 폭염 대응의 주요 고위험군으로 보고 관리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급여 수급자에게는 냉방비와 냉방용품 지원, 주거환경 점검, 응급의료 접근성 강화 등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등을 연계해 고위험자를 미리 파악하고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안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체계도 제시했다.

기후위기로 여름이 길고 더워질수록 가족의 돌봄에서도 ‘더위’를 별도의 위험요인으로 볼 필요가 있다. 치매 환자가 덥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실내 온도와 냉방 상태를 확인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건강 변화가 없는지 살피는 일이 폭염기 돌봄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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