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오늘날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그 몰려오는 힘겨운 것들을 버텨나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적절한 힐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또 다른 삶의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의 쉼터, 자신만의 아지트가 될 수도 있다. 하나하나 극복해간다는 것은 삶의 성숙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도 살아가면서 숱한 고통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자신의 차를 운전하며 어디론가 달려가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달래준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지나온 역경의 시간들이 어느덧 옛말같이 들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었던 순간도 지내왔고 견뎌왔기에 웃음 섞인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고, 또 감사하기만 하다.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자신만의 공간은 생각만 해도 필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곳에서는 저 한쪽 구석에 잠자코 웅크리고 앉아있던 엔돌핀들을 마구 흔들어 깨워놓는다. 무거웠던 가슴에는 다시 삶의 활기가 솟아나고, 모든 것들은 나 자신으로부터라는 조용한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그 혼자만의 사랑스러운 시간에는 참회의 감정이 흘러내려 더없이 좋다.
필자의 신혼시절에는 참으로 힘든 혼란기간이 있었다. 성격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서로 어울려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한참 좋았던 시절에야 그리 다툴 일이 많지 않았지만, 짧은 달콤한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은 시작되었다. 남편과 언쟁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어느 날에는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갈 곳이 없다. 필자의 승용차에 올라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의자를 뒤로 재치고 화끈하게 달아오른 몸을 눕힌다. 그래도 화가 다스려지지 않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음악과 함께 치솟은 감정이 출렁대며 얼굴에 서러움이 흘러내렸다. 참아왔던 삶에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다. 실컷 복받친 마음을 맘껏 쏟아내고 나면, 뒤틀렸던 감정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머릿속에서는 선한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또 살아야 했다. 여자가 아닌 아내, 두 딸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참고 인내하며 견뎌야 한다고, 음악의 선율들이 조용히 귓가에 충고를 해준다. 두 눈을 감고 달아오른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 벅찬 가슴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쭈그러졌던 감정에는 긍정의 힘으로 새로운 활기가 솟아난다. 필자는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려간다.
어쩌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음악소리는 묵직하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위로 분위기를 타고 흐른다. 그 기운 속에서 필자의 얼굴에도 어쩔 수 없는 삶의 속죄가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되는 순간이다. 모든 아픔들을 그렇게 털고 나면 머릿속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비와 음악과 자신의 회한이 어우러지는 낭만으로 가득한 곳, 그곳이 바로 멋진 ‘달리는 차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