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철에서 60대 후반의 할머니 두 분이 내 옆에 앉았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자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바람을 피워서 집에 들어오지 않는지가 1년이 되었고 며느리는 10살 된 아들과 살고 있는데 언젠가는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살고 있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어머니세대는 남편이 첩을 얻거나 아내를 유기하여도 꾹 참고 남편이 돌아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착한 며느리는 직장 다니면서 할머니가 아프다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용돈 쓰라고 지난달에도 백 만 원이나 보내왔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안쓰러워 아들과 동거하고 있는 여자네 집에 가서 여자를 때려죽인다고 벼르고 갔는데 이 여자가 말하길 ‘나는 오직 이 남자만 있으면 됩니다. 혼인신고도 바라지 않고 돈도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무릎 꿇고 애원하는 바람에 ‘왜 진작 만나지 늦게 만나서 이 고생을 하느냐!’ 는 말만하고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들을 때려죽인다고 가야지 아들은 감싸며 금지옥엽 남의 딸을 때려죽인다는 마음이 옳지 못한 것 같아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왕관도 버린다고 합니다. 숭고한 사랑은 어떤 역경도 헤쳐 나갈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륜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남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식이 있는 본처에게 대부분 돌아옵니다. 주위에도 보면 남편이 중풍이 들어 첩에게 버림받고 본처에게 돌아오거나 늙어서 찾아오는 경우를 봅니다. 이렇게 돌아온 남편을 보고 고생 끝에 영화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아름다워야 할 젊은 날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는데 무슨 염치로 병든 육신을 끌고 본처라고 아내의 집을 찾아오는지 참 뻔뻔합니다. 이제 돌아와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둘 부부사이에 사랑과 이별은 그렇다 치고 거기서 태어난 아이는 어찌 합니까 어머니가 시시때때로 아버지의 원망을 알게 모르게 내 뱉었을 텐데 아이가 정상적인 성격으로 자랐을 것이라 믿으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서도 별거나 이혼을 쉽게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서 파생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드라마는 부족합니다. 더욱 불행하게 하여 시청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철에서 듣게 된 할머니의 아들이 더 늦기 전에 본처에게 돌아오고 재산도 필요 없고 오직 그 잘난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여자도 정신 차리고 새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