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시큰둥한 사람

기사입력 2016-10-25 15:01 기사수정 2016-10-25 15:04

사람이 얼마나 잘났으면 세계적인 노벨상이 시큰둥할까? 그것도 소설, 수필, 시, 희곡 이외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필자는 노벨문학상이 다른 분야, 즉 의학상이나 물리학상 같은 과학 분야와 달리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가치를 담고 있어 특히 그 명예가 높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상이다. 그런데 그 상이 시큰둥하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지수이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노벨문학상이 그를 기쁘게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만의 방법으로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둔해서인지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읽어보려니 머리가 어지럽다.

경쟁은 발전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인간은 경쟁할 때 늘 유혹을 받는다. 아무리 그 목적이 좋은 것이라 해도 경쟁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성 파괴는 현대에 와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사회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경쟁이었다.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부작용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조금씩 고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필자 아이들을 영국 학교에서 공부를 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학기말도 아닌데 선생님은 아이들이 배운 것들을 총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몇 명 안 되는 아이들이 상을 받았다. 첫 번째 상을 받는 아니는 필자의 아이였다 필자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뛸 뻔했다. 다행히 빠르게 작동한 이성이 막아줘서 창피함은 면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1등을 한 거라고 순간 착각한 것이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아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분도 안 됐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아이들 이름을 불렀고 상은 반 아이들 모두가 골고루 받았다. 좀 부끄럽기도 해서 필자는 내 아이가 받은 상이 제일 값지고 좋은 상이라고 생각했다.

무안한 마음은 오래갔다. 아이가 상을 받는다고 좋아하고 흥분한 것은 평소 필자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면서 과도하게 경쟁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해왔던 것이다. 게다가 반 전체 아이들이 골고루 상을 받았다는 사실과 상 받는 순서에까지 예민하게 반응했던 필자의 모습은 평소의 생각과는 너무 동떨어진 행동이었다.

필자에게 노벨상은 분명하게 관계가 없는 상이다. 다만 기대가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받았으면 하는 희망뿐이다. 내 가족도, 내 동문도, 내 친지도 아닌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이 수상자이기를 바라는 큰 상이다. 과학이나 의학이라면 우리가 뒤떨어져 있어 양보도 가능하지만 유서 깊은 역사와 고도의 정신문화를 지닌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쯤은 하나 받아도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피정복의 역사를 안고 있는 나라라서 내적인 아픔이 많다. 기나긴 떠돌이 생활을 한 유태인 못지않게 서로의 손을 형제의 피로 물들인 뼈저린 역사적 경험이 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문학상을 누가 받을까 관심이 많다. 그 상을 받았는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밥 딜런이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일까. 무척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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