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기 이렇게 했다] ② 사부작사부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겠다

기사입력 2016-12-02 09:00 기사수정 2016-12-02 09:00

“이제야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법을 발견한다.” 책을 보다 이 구절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서리 맞은 호박잎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이 삶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런데 그런가? 아니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지.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필자는 이 신조만큼은 확실히 믿으며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첼리스트인 95세 파블로 카잘스에게 어느 날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이제 95세이고 세상에서 위대한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는데 아직도 6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연습을 하는 동안 연주 실력이 아직도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지인과의 대화에서 필자가 “내일 죽는다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했더니 “착하다”고 말한다. 필자에게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걸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필자가 좋아하는 사자성어를 생각했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필자에게 위안이 돼주었고 의젓하게 인내하며 기다릴 줄도 알게 됐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그렇다. 사람을 만날 때 이젠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만난다. 상대방의 그대로를 인정하며,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상처를 받을 일도 없고 애걸복걸할 일도 없다. 영혼이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환갑을 맞는 지금, 사주나 명리에 빠져 점을 보러 가는 일, 그런 것에 빠지지 않겠다. 이자 받고 돈 빌려주지 않겠다. 황금, 소금, 지금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지금을 택하겠다. 살아 있는 날까지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필자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성인이 간 길을 헤아려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공자님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논어>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공자님과 같은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공부하는 마음으로 필자는 거의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기록을 남겨놓고 어느 날 보면 필자가 쓴 글이 맞는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살아 있음을 느끼며 행복하다. 글쓰기 강의 의뢰나 방송국 출연 연락도 거의 블로그를 통해 온다.

필자는 수요일 7시부터 ‘그림패’에서 누드크로키를 한다. 두 시간 동안 인체의 선을 따라 집중하며 그린다. 이 시간에는 영혼이 맑아지면서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든다. 왜? 젊은 시절 제대로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꾸고 펼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91세까지 누드크로키를 했다. 필자는 100세까지 무엇을 하며 지내게 될까. 필자가 잘하는 것을 공부하듯 하면서 지내고 싶다.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95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마음에 드는 말이다.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읊조려야겠다.

지금처럼 사부작사부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 그동안은 누구의 딸,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 숨 가쁜 삶을 살아왔다. 이제 그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내 일도 참견당하지 않으리라. 이제야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동안 애쓰며 살아온 필자를 다독거리고 달래며 살아야겠다. 비로소 자유롭고 몸도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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