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들은 것이라 하더라도 잘못보고 잘못 들을 수가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싶어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진실과 다르게 듣기도 한다. 거두절미하고 말의 한부분만 뭉툭 잘라버리면 말한 사람의 의도와 완전히 다른 말이 된다. 남의 말을 전달할 때는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고 먼저 말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히고 말해야 한다.
불교의 금강경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으니(如是我聞)’라는 말로 시작된다. 부처님의 10대제자중 한사람인 아난존자의 말이다. 아난존자는 누구인가? 부처님의 사촌동생으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후 20여년이 지난 다음에 여러 제자들 중에서 선출되어 부처님을 시봉(侍奉)하는 제자가 되었다. 인물이 출중하여 여자의 유혹이 많았으나 지조가 견고하여 흔들림 없이 수행을 하여 드디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다. 그는 비상한 총명과 뛰어난 기억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 제일의 제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난존자는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나는 이렇게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아난존자는 내가 어떻게 부처님이 이야기하신 그 진의를 그대로 말할 수 있으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들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만을 이야기 할 뿐이다. 내가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고 나의 의견이 은연중 말속에 들어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확실히 들은 것만 이야기 하겠다는 본인의 강한 의지다.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깊은 의미는 부처님만이 아실뿐 나는 거기까지는 모른다. 그러하기에 ‘나는 이와 같이 들었으니’ 라는 표현을 쓰는 아난존자의 정직하고 진실한 자세 그리고 겸손한 모습을 그리게 된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잘못되면 부모로서 자식을 잘못 가르친 무한책임을 느끼고 ‘내가 잘못했다.’라고 말했다. 자칫 남이 들으면 아들이 범인이 아니고 부모가 범인인 것처럼 들린다. 이 말을 잘못 전달하면 전달자가 증인이 돼버리고 일파만파로 번져 꼼작 없이 부모가 범인으로 만들어진다. ‘그럴 것이다.’ 라는 예단을 갖고 남의 말을 들으면 ‘역시 그렇구나.’하는 속단에 빠지기 쉽다.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할 것 중에 거짓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실망하는 첫 번째가 자식의 거짓말이다. 종교에서도 계율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엄격하게 주의를 준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애매모호해진다. 그러면 세상은 혼탁해지고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장님들이 코끼리 코를 각자 만져보고 누구는 기둥 같다고 하고 누구는 커다란 산과 같다고 각자 다르게 말했다. 장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 느낀 바를 사실대로 말하지만 고 결과는 얼토당토 아닌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귀로 똑똑히 듣고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것도 사실이 아닐 수가 있음을 경계하고 늘 조심해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