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요

기사입력 2017-01-16 20:02 기사수정 2017-01-16 20:10

▲1972년 주간지에 실린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광고(박혜경 동년기자)
▲1972년 주간지에 실린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광고(박혜경 동년기자)
명동에 나갔다가 버스를 잘 못 타서 집까지 다른 코스로 돌게 되었다.

대학로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버스가 동대문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버스 환승제가 있으니 적당한 정류장에서 갈아타면 되고 또 필자는 시간도 여유로워 뭐 그리 큰일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동대문을 지나 창신동 필자가 다닌 여고 앞을 지나고 있다.

꿈 많던 여중 고 시절 6년을 보낸 동네라 가슴이 뭉클해서 유심히 창문 밖을 내다보게 되었다.

지금은 필자가 다녔던 우리 중 고등학교는 벌써 언젠가 강남으로 이사했고 그 유서 깊고 멋진, 빨간 벽돌과 담쟁이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추억이 가득한 학교건물은 없어지고 멋없이 삭막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쓸쓸하다.

지난해까지 겨울이 되면 남편은 찜질방에 같이 가자고 성화였다.

필자는 더운 게 싫어서 사우나나 찜질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뜨거운 방에 들어가지 않고 시원한 방도 있으니 달콤한 식혜도 마시고 맥반석 달걀도 사 먹자는 꼬드김에 빠져 몇 번 따라갔다. 자주 다녀보니 시설이 좋더라고 하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숭인동까지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가보니 그곳은 바로 필자가 중 고등학교 때 신나게 놀러 다니던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자리였다. 그렇게 유명했던 실내스케이트장이 어느 날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찜질방이 생겼다.

우리 학교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체육 시간이면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보냈고 방과 후에도 친구들이랑 몰려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스케이트를 탔던 즐거운 추억의 장소가 지금은 규모가 대단히 큰 찜질방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서울에는 사시사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이 여기 한 곳뿐이어서 많은 학생에게 인기가 좋았으며 심심치 않게 남학생들과의 친분도 가질 수 있던 우리들의 사교장이기도 했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대전천에서 이미 스케이트를 배웠으므로 이곳은 좋은 놀이터였다.

실내 스케이트장은 둥근 링크가 있고 우리들은 왼편으로 커브를 돌면서 스케이팅을 즐겼다.

스케이트장 안에는 항상 신나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이 흘렀다. 롱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링크를 돌면서 스케이트를 탔고 링크 가운데에는 피겨스케이트를 신은 여자애들이 회전하거나 무용처럼 춤추듯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도 예쁘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날 김연아 선수와 같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의 여왕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두 시간을 타고나면 얼음 바닥이 패기도 하고 약간 녹기도 해서 휴식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잠시 빙질을 고르기 위해 휴식시간을 갖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아쉬운 듯, 한 바퀴라도 더 돌고는 모두들 링크 밖으로 나왔다.

우리 친구들은 링크를 둘러싸고 있는 관중석에 모여 앉아 매점에서 사 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30분 휴식시간을 즐겼다.

그러는 동안 스케이트장 얼음판 위에서는 직원들이 가래와 같은 도구로 얼음판을 밀고 다니며 패인 부분을 손보고 녹은 빙판을 보수해 주었다.

필자는 항상 친구 서너 명과 같이 다녔는데 서너 명 같이 온 남학생들과의 즉석 만남도 있었고 휴식시간이 끝나 다시 스케이트를 탈 때는 줄줄이 이어서 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를 따라와서 사귀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남학생도 있었던 가슴 떨리고 순수했던 즐거운 학창시절이었다.

서울에서 하나밖에 없던 학교 건너편 추억의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은 찜질방이 되었다.

그래도 달콤한 식혜와 맥반석 달걀을 먹으며 그때를 추억해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요즘처럼 업종이 자주 바뀌는 시대에 아직 그곳이 찜질방으로 남아있는지 버스 안에서 목을 빼고 돌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다. 시간 내어 언제 한번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인생은 항상 그리움의 연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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