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다. 회원이 20명 남짓이었고 사회자는 3분 안에 마쳐달라고 주문했다. 대부분이 첫 만남이라 서먹한 것을 줄이려는 것이었다. 앞 사람들이 간단하게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줄의 중간쯤 되었을 때 70대로 보이는 세련된 여자의 순서가 되었다.
“제가 처녀 적에는 날씬하고 촉망받는 여자였어요. 남자들이 줄줄 따랐죠.
~~~. 내 자랑, 내 자랑 ~~~ “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얘기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70대까지 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얘기는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시작하고, 요점도 없이 15분간이나 반복되었다. 그러고도 할 말은 많지만 줄이겠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또, 그 중엔 평소 말 많이 하는 실력으로 염려되는 60대 남자도 끼어 있었다. 그 분도 얘기를 시작하면 만만치 않기에 그 사람 순서가 다가오자 필자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에서 워낙 강적을 만난 탓인지 그 남자는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5분 이내에 자리에 앉았다. 미리 좀 알고 있었던 필자는 다행이다 싶었지만 모르고 처음 당한 사람들은 그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 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평온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치미는 부아를 누르느라 표정이 경직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면 고개를 숙이고 다른 뭔가를 하려고 했다.
왜 그럴까?
나이 들어가면서 자기 현시욕이 더 강해지는 것인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과시하고 그래서 남들이 자기를 인정해 주기 바라는 욕구.
이제 현시욕이 모든 욕망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알겠다. 난들 예외랴!
가만히 돌이켜보니 항상 관중을 의식하고 한 행동이 많았다. 싫지만 착해 보이려는 행동, 떨리지만 담담한 척한 행동, 힘들지만 끊임없는 다이어트.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과연 주목받고자 해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
주목받고자 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그 주목은 상대방이 지루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어떨지 싶다. 자기 현시욕이 지나치면 그것은 오히려 주목하지 않게 지겹게 만드는 덫이 된다. 나이 들어가며 지겨운 대상이 되기 원하지 않는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말수를 줄여야 한다.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
행동이 느리다면 한 쪽으로 걸어 남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햇빛 비치는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노인의 모습이 근사하다. 이것이 액티브 시니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