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수줍음이 없어진다(?)

기사입력 2017-04-10 16:25 기사수정 2017-04-10 16:25

60세가 넘으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뻔뻔해질 줄 알았다. 70세가 넘으면 대통령도 욕하고 무서울 게 없을 거라고 얘기한 사람도 많다. 얼굴이 두꺼워지고 감정도 무디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피한 것도 모르고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인의 헛발질은 세상이 너그러이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60대 중반에 들어섰는데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노래교실에서 수업 중인데 옆 테이블에서 한 아줌마가 내게 녹차를 한 잔 건넸다. 강사가 보더니 “무슨 일이죠?” 하며 눈총을 줬다.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은연중에 서로 갖고 있던 호감을 남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노래교실에서 필자에게 독창을 시킬 때도 여전히 긴장한다. 음정이나 고음 처리 때문이 아니라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 결여 또는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합창을 할 때도 혹시 내 목소리가 튀지 않을까 조심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할 때도 떨린다.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니 긴장이 되는 것이다. 순발력이 좋지도 않은 편이다. 다행히 강의할 때는 괜찮다. 조명도 어둡고 PPT 자료를 보고 하기 때문이다.

당구를 칠 때도 아직 흥분된다. 단순한 오락이지만 내심 승부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에게 내 기술을 멋지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작용한다. 그래서 술 한잔 하고 나서 당구를 치면 더 잘된다. 승부욕이 좀 가라앉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무디어진 것들도 있다. TV에서 야한 장면의 영화를 봐도 그저 그렇다. 이전처럼 본능이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섹스 장면이 나온다 해도 너무 오래 지속되면 상업성으로 보여 오히려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려버린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감동적인 장면이나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갱년기 현상이라고 하지만, 집에서는 혼자이고 영화관에서는 주변이 어두우니 별로 창피한 생각은 안 든다. 눈물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니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리비도가 떨어지면서 얼굴이 좀 두꺼워지긴 했다. 그전에는 예쁜 여자랑 마주 보고 얘기할 때면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는데 그런 점은 많이 둔화되었다. 호르몬 작용이기도 하겠지만, 경험상 그녀와 개인적으로 연결될 막연한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감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도 세상 눈치는 보며 살아야지 나이 들었다고 봐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모양이다. 나이 70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그렇게 살다 간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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