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말 친구 몇 명과 회현역에서 공원으로 걸었다. 하늘은 맑고 서울타워가 더 높게 보였다. 고가공원에서 오랜만에 내려다본 서울역이 새롭게 보였다. 서울의 모든 길이 서울역으로 통한다던 옛 영화가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처음 보는 ‘창작품’ 감상까지는 보람이 있었다. 친구들과 여기저기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놀이시설에서 뛰어놀기 바쁘다.
‘서울로 7017‘ 이름에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문필가인 한 친구가 “서울로는 도로명 주소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였다. 때마침 외국관광객이 YTN 남산타워를 가리키면서 '서울타워 맞느냐?'고 물어왔다. 고맙다고 하면서 “이곳 이름은 무엇이냐?”고 또 물었다. ‘서울로 7017‘라고 하였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고 서울타워를 향하여 휙 가버렸다.
고가공원에 붙은 ‘서울로’ 의미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7017’에 이르러서는 옛 고가도로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 같았다. 1970년에 개통하였던 서울역고가도로는 정밀안전진단에서 붕괴 등 심각한 사고의 우려가 있었다. 공원화에 착수하여 2017년에 고가공원으로 완공한 것이다. 이것이 ‘서울로 7017’의 역사다. 지금 이미 사라진 고가도로의 역사까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대는 글로벌시대다. 이름은 지금 누구나 부르기 좋고 명쾌하여야 한다. 옛 역사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서울타위를 보자. 소유주 YTN은 매 시간마다 ‘YTN 남산타워’라고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심지어 외국관광객까지 부르기 쉬운, 그리고 이미 잘 알려진 ‘서울타워’라고 부른다.
이름을 지을 때 사주ㆍ음양오행 따지던 시대도 지났다. 외국을 자주 왕래하거나 외국인과 교류가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부르기 쉽고, 다른 사람이 기억하기 좋은 ‘외국인명’을 따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서울로 7017’은 서울의 공중공원이다. 서울공원ㆍ서울고가공원ㆍ서울공중공원ㆍ서울파크ㆍ서울하이파크 등 많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민의 창의력을 물어보자. ‘서울로 7017, 좋은 이름 찾기’ 대대적인 공모전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