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2

사랑하기 좋은 날

입력 2017-07-11 09:53

▲사랑하기 좋은 날 (변용도 동년기자)
▲사랑하기 좋은 날 (변용도 동년기자)
아침 이슬에 들녘이 싱그럽다. 연둣빛 칡 잎이 진초록으로 서서히 바뀌는 여름의 길목이다. 바람도 잔잔하다. 지난밤 볏논에서 요란스레 울던 개구리 소리, 바람결에 실려오는 산 아랫마을의 개 짖는 소리 장단 맞추고 별들과 하현달 친구 되어 놀던 달팽이 한 쌍 새벽녘에 사랑이 무르익었나보다.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칡 잎 자락에 꼭 껴안고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하룻길을 떠날 태양도 부끄러움에 동산 너머에서 살며시 빛줄기로 시샘을 한다. 이른 잠에 깨어난 뻐꾸기 저 멀리 산자락 어둠 걷힌 나뭇가지에서 짝을 찾아 구슬피 울어 운다. 간혹 주변 산책길 길손도 모르는 척 지나간다. 아침 먹거리를 찾는 백로도 사랑에 빠진 달팽이 위 하늘을 휙 날아간다. 자연은 이렇게 새 생명의 탄생을 아우르는지 모른다. 우주는 또 한 세대를 이어간다. 작은 생명체에서 우주의 영속성을 본다. 달팽이 사랑의 모습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 필자의 손도 엄숙해진다. 1년에 한 번 오는 기회의 포착 순간이다. 숨소리 멈추고 셔터 소리를 낮춰 한 컷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았다. “사랑하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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