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이 아름다운 여성은 잘 다듬어진 조각처럼 우아하다. 가늘고 긴 목에 쇄골까지 살짝 보이면 아무런 장식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대지에 막 발을 내딛는 여신처럼 빛이 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유난히 목선이 예뻤다. 싱싱하고 가늘고 흰 목에선 그 어떤 액세서리도 빛을 잃을 것 같았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붉은 입술, 가늘고 긴 목, 볼록한 가슴, 가는 허리는 섹시함과 아름다움의 단골 상징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날렵하던 목선은 거북이처럼 주저앉고 턱도 두툼해져 목을 드러내기가 민망하다. 게다가 피부가 얇은 목엔 주름이 잘 잡힌다. 온갖 노력으로 얼굴의 동안을 유지했다 해도 목의 주름은 감출 수가 없다. 이럴 때 뭔가 가릴 것을 찾다가 목걸이나 스카프를 생각해낸다. 멋도 내고 주름을 감춰볼 요량으로.
최우선으로 드러내던 부위가 이제 숨겨야 할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패션의 완성으로 멋을 냈던 스카프는 이제 붕대처럼 목의 주름을 가리는 것이 목적이 되고 말았다. 남자들이 대머리를 가리려고 정수리에 모자를 올려놓는 것처럼.
원래 스카프는 전쟁터에 나가는 사랑하는 남자의 무사 귀환을 위해 여자들이 자신이 두르고 있던 천을 풀어 남자의 목에 정성스레 묶어주던 중세시대의 풍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리고 1920년대에 군인들이 처음 사용했던 손수건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은 맨발의 댄서로 불렸는데 목에 두르고 있던 긴 머플러가 오픈카의 자동차 바퀴에 감기는 바람에 목이 졸려 사망했다. 예술의 극치에 도달했던 한 무용가의 슬픈 죽음이 바람에 휘날리는 스카프의 우아함과 교차한다.
스카프는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보온과 멋을 위해, 머리에 둘러 모자 대용으로, 허리에 둘러 허리띠 대용으로. 소재도 다양해서 면으로 만들면 수수한 이미지로, 실크로 만들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는다. 모양도 삼각형, 정사각형, 주름진 숄 모양 등 다양하다.
목이 따뜻하면 몸이 따뜻해진다. 잠깐의 추위에도 몸살이 나기 쉬운 노년에는 스카프가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긴 스카프가 목을 조이는 오랏줄이 되지 않도록 오픈카는 자제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