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가시

기사입력 2017-07-28 17:50 기사수정 2017-07-28 17:50

▲몸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다(박혜경 동년기자)
▲몸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다(박혜경 동년기자)
뭔가 불편한 상황이거나 아픈 마음을 표현할 때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하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필자는 진짜로 가시가 목에 걸려버렸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선물 받은 큼지막한 조기 한 마리를 오늘에서야 꺼내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웠다. 한입 먹어보니 짜지도 않고 간간하게 맛이 아주 좋았다.

맛있다고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어느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가시가 걸린 듯했는데 그때 삼키지 않고 조치를 했더라면 괜찮았을 걸 그만 꿀떡 삼켜버린 게 화근이었다.

까슬까슬한 느낌의 증상이 입안 깊숙이에서 느껴졌다. 그 방법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제일 먼저 해 본 건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씹지 않고 쑥 삼키는 거였다.

옛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웬만한 건 다 쓸려서 내려간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였다.

그러나 매스컴에서는 그 방법이 목 안에 더 큰 상처를 낼 수도 있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경고도 들은 적 있었다. 그래도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이어서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시도했는데 여전히 까슬한 느낌은 없어지지 않았다.

예전에 엄마가 해산물을 드시다가 목에 가시가 박힌 것 같다며 괴로워하신 적이 있었다. 몹시 아프다고 하시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근처의 치과에 갔다.

입안의 문제이니 치과를 찾아갔는데 목 안 아주 깊은 곳에 가시가 박혔는지 의사 선생님이 찾지를 못하고 엄마는 계속 헛구역질을 해 대며 고통스러워하셨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치과 선생님이 종합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서울대학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하란다. 그까짓 가시쯤 빼내면 될 줄 알았는데 좀 심각한 상황이 된 것 같았다.

그때의 서울대학병원은 아직 새 건물을 짓지 않았을 때라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 그대로였고 실내의 복도도 구불구불 옛날식이었으며 입원실도 요즘 같지 않았다.

하룻밤 입원을 하고 다음 날 보니 새우수염이 목 속 깊은 안쪽에 걸려있었다고 했다. 새우수염을 제거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렇게 가시 하나로도 입원까지 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

오늘 필자는 이까짓 거 그냥 두면 모르는 사이에 빠질 수도 있겠지 하며 안이하게 생각하면서도 남편에게 손전등으로 입안 좀 들여다보라고 했다.

한참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던 남편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에 가라고 했다.

필자는 웬만한 일로 병원은 가지 않는 사람이다. 어디가 좀 아파도 필자 몸속에서 좋은 세포가 나쁜 세포와 싸워 이겨서 자연히 낫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 사실 웬만한 증상은 병원에 가지 않고도 하루 이틀 지나면 자연히 나았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까짓 가시정도야 의사가 들여다보고 쏙 빼내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자연히 없어질 때까지의 불편을 참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길 건너 가정의학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가시만 제거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환한 불을 켜고 입안을 들여다보시고는 금방 가느다란 가시 하나를 뽑아 보여주셨다. 다행이라는 듯 한숨이 나오며 앞으로 생선을 먹을 땐 가시 조심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빨리 병원에 온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같으면 이런 정도는 아마 조금 불편해도 저절로 없어질 것을 바라며 병원엔 가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게 기분 나쁜 걸 참으며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디가 불편하면 참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겠다.

그렇게 작은 가시 하나로 불편하던 목 안이 편안해졌다. 역시 의사 선생님의 도움은 고맙다.

젊을 때와 달리 어딘가 불편하면 무작정 참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당연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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