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의 눈을 통해 본 요즘 결혼식 풍경

기사입력 2017-09-27 10:32 기사수정 2017-09-27 10:32

우리는 지금까지 평범한 결혼식을 해왔다. 경제적으로 그렇게 풍부한 것도 아니어서 보통 사람들이 해온 방식대로 그렇게 혼례를 준비하고 양가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부담 없는 예식장을 잡았다. 그러나 필자가 지켜본 요즘의 결혼식은 다양했다. 필자는 이러저러한 사유로 제자들이 혹은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주례를 부탁해 지금까지 100여 차례 주례를 섰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혼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첫째, 결혼식 장소다. 평범한 예식장이나 성당과 교회에서 보편적으로 많이들 한다. 그러나 호텔에서 하는 것을 보면 좀 지나친 면이 있다. 물론 내가 돈 벌어 내 마음대로 돈 좀 쓴다는 데야 뭐라 할 수는 없다. 수십, 수백 개의 화환이 놓여 있고 웬만하면 조화를 사용하는 신랑신부들이 입장하는 통로가 생화를 꽂아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면 너무하다 싶다. 그렇다고 호텔 식사비가 기본 10만원씩 하니 일반 예식장의 두 배는 더 축의금을 내지 않을 수도 없다. 좀 가진 것을 자랑하려면 진정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 ‘우리 자녀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오셔서 고맙습니다. 약소하지만 간소한 음식을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축의금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이러면 얼마나 멋지겠나 싶다.

둘째, 축가다. 요즘은 전문 성악가가 많이 축가를 부르기도 하지만 신랑이 신부를 위해 부르는 축가도 제법 신선하다. 가끔 음 이탈을 하는 것은 분위기를 훨씬 더 재미있게 한다. 그러나 신랑만 부르지 말고 부부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둘이 미래를 약속하며 손잡고 부르는 노래는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할까?

셋째, 화환이나 축의금이다. 수십 개 수백 개 화환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소한 화한 두 개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화환은 쌀 쿠폰이나 기타 생필품 쿠폰으로 받아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면 어떨까 싶다. 화환은 몇 시간 후 용도를 다한다. 정말로 아까운 생각이 든다. 축의금도 의무적으로 몇십 퍼센트 정도는 유니세프에 기금으로 쾌척하여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다.

넷째, 혼수품이다. 혼수품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고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사도록 서로가 협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때로 혼수품 문제로 양쪽 집안의 감정이 악화되어 날짜까지 잡아놓은 결혼을 파기하는 경우도 봤다.

다섯째, 하객 문제다. 꼭 초대할 사람만 진심으로 초대하는 것이 좋겠다. 필자도 청첩장을 받아보지만 평소 연락도 없었던 그것도 수십 년 전 만남이 있었을 뿐인데 불쑥 청첩장을 보낸다. 그냥 무시하자니 찜찜하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럴 생각이라면 직접 전화 한 통 해서 안부도 묻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맞다.

여섯째, 주례 문제다. 주례는 평소 자신이 존경하는 은사나 주례를 하실 만한 자격을 갖춘 분이 하시는 게 맞다.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고 귀감이 되실 만한 어른을 모시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씀을 듣는 것이 원칙이다. 적어도 결혼식이 끝나면 전화를 드려 “저희 결혼을 축하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도 살아오신 것처럼 배우고 따르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는 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식 후 감사 사례는 고사하고 전화 한 통 하는 사람도 드물다. 적어도 필자가 결혼했을 때는 결혼식 날 주례 선생님과 몇 해 동안 부부가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그동안의 안부도 묻곤 했다. 요즘 결혼식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해서 씁쓸하다.

최근 결혼 모범 사례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유명 탤런트 원빈과 이나영 부부가 톱스타의 편견을 깨고 조촐한 결혼식을 비밀리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떠들썩하게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톱스타 부부다. 그런데 언론도 철저히 따돌린 채 강원도 정선의 모처 계곡의 숲속 민박집에서 혼례를 올렸다. 양가 친지 한집에서 약 50명 정도씩만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렸다. 평소의 소신대로 “평생을 약속하는 자리! 최대한 조용히 치르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비록 필자와는 관계없는 남이지만 진정으로 이들 부부가 멋진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빌어주고 싶다.

이 얼마나 멋진 결혼식인가? 우리도 이제 성숙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고 서로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례를 하다 보면 양가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 따뜻하게 보여 반가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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