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나갈 때면 보이는 동물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새지만 너무 커서 마치 동물처럼 느껴졌다. 보통 참새, 까치, 비둘기, 오리가 주를 이루는데 그에 비해 그 새는 덩치가 큰 편이었다.
몸 색깔은 검고, 크기는 거위보다는 작고 오리보다는 3배 정도 컸다. 그런데 하는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운동을 나갈 때는 물위를 퍼드득 대거나 배를 깔고 머리를 물속에 쳐박고 있어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올 때면 물속에 있는 조그만 바위에 올라가 날개를 펼치고 있어서 더 커 보이는 것 같았다. 또 날개를 앞뒤로 흔들며 같은 자세로 꽤 장시간 서 있었다. 가마우지였다.
동물이 야생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먹이와 안전, 번식이라면 탄천처럼 안전한 곳이 없지 싶다. 먹이는 ‘물고기 반, 물 반’이 아니라 거의 물고기들로 우글거리고 사람들은 가마우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카메라 셔터도 조심스럽게 누른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 가마우지가 자주 눈에 뜨인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젖은 날개를 단장하고 말린다. 온갖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마치 샤워를 막 끝낸 여자의 몸단장 같다. 물 항아리를 비스듬히 든 비너스의 목욕 모습이 오버랩 된다. 향기 나는 비누를 거품 내어 몸에 문지르고 상쾌한 비누냄새가 가시기 전에 물을 닦고 긴 머리카락을 말리는 모습. 바람결에 비누향기가 날려 올 것 같다.
날개를 펼치면 그 끝이 집시의 드레스처럼 후릴이 져 있어서 당장이라고 캐스터네츠를 울리며 뛰어오를 것만 같다. 검은 드레스엔 빨간 구두가 어울린다. 빨간 장미라도 머리에 꽂으면 더 좋겠다. 비제의 카르멘이 공중으로 퍼지고 가마우지의 날개는 리듬을 따라 펄럭인다.
날개가 다 말랐다 싶으면 날개를 펼치고 비상을 하는데 그 모습이 역동적이다. 몇 번 세게 날개를 휘휘 젓듯 흔들다가 바위를 박차고 일어선다.
가느다란 다리를 가지런히 세우고 비상하는데 높이 날지는 못한다.
중국이나 월남에서는 가마우지를 낚시에 이용하는데 나도 그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가마우지가 달아나지 못하게 묶어 작은 고깃배에 태우고 강에 도착하면 물고기가 있는 곳에 가마우지를 풀어 놓는다, 그러면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입에 물고 물 위로 올라오는데 그 때 물고기를 빼앗는다. 대신 작은 피라미 같은 생선을 주어 계속 배고프게 한다고 한다. 어부들이 가마우지의 목을 끈으로 묶어 큰 물고기는 삼킬 수 없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으러 계속 물속으로 뛰어들지만 그들은 모두 빼앗겼다.
이 행복한 가마우지는 물고기 잡는 노예 가마우지의 운명을 알고 있을까.
한국의 가마우지야 너의 자유를 축하한다.
너의 행복한 모습을 마음껏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