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춤의 ‘향연’

기사입력 2017-12-26 17:16 기사수정 2017-12-26 17:16

▲‘향연’ 공연이 펼쳐진 국립극장 로비(박혜경 동년기자)
▲‘향연’ 공연이 펼쳐진 국립극장 로비(박혜경 동년기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춤사위가 펼쳐졌다.

‘향연’ 이것이 우리의 춤이다, 라는 제목으로 관객에게 보인 무대는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이다.

정중동이라는 말처럼 수십 명의 무희가 고요한 가운데 손짓하나 발걸음 하나까지도 어쩌면 그리도 똑같이 움직이는지 다음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 눈 한번 깜빡할 수 없었다.

한국무용을 보게 되니 옛 생각이 밀려왔다.

꿈 많던 여고 시절 우리 학교에서는 과외활동으로 특활반이 있었다.

교과 과정과는 별도로 여러 가지 많은 과목 중 원하는 수업을 받을 수 있었는데 공부에 취미 있는 친구들은 과학반이나 문예반 등을 선택했고 합창반, 무용반, 탁구반 등이 있어 배우고 싶은 반에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무용반은 발레반과 고전무용반이 있어 필자는 고전무용반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게 우리 고전무용반에서는 엄마의 한복 치마가 필수였다.

색색 가지의 엄마 한복 치마 하나씩 두르고 반장 언니의 장구 소리에 맞춰 고전무용을 익혔던 그때가 참으로 그립다.

그렇게 장단을 맞춰 고전무용을 배우던 시절을 추억하며 관람한 이 날 공연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4번째 오르는 공연으로 2015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매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향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를 엮어내며 1막 봄은 궁중무용, 2막 여름은 종교무용, 3막 가을은 민속무용, 4막 겨울은 신 태평무라는 테마를 표현해서 변화하는 계절처럼 서로 다른 춤으로 숨 가쁘게 이어졌다.

궁중무용부터 종교의식 무, 민속무용까지 한국 춤의 대가들이 모여 한국 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이 작품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1막은 제의, 진연, 무의로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데 무대 한가득 정렬로 늘어선 새하얀 옷에 까만 망건 모자를 쓴 무희들의 정말 조용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었다.

움직일 듯 말 듯 한 동작이 어찌나 정교하게 똑같은지 고요 속의 태풍을 보는 듯 차가운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2막이 시작되면서 목검을 든 힘찬 몸짓의 남자무용이 펼쳐졌고 이어서 계속되는 무희들의 의상에서 우리 옷이 이렇게나 색이 곱고 멋있는지 감탄이 절로 났다.

바라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챙챙’ 하는 음향으로 필자의 마음을 울렸고 망자의 액운을 풀어주고 살아생전 삶의 애환을 달래준다는 살풀이춤, 요란한 꽹과리 소리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진쇠 춤이 흥겨웠다.

3막 가을이 되어 무르익은 가을 연회도 고조되는데 선비 춤 장구춤, 소고춤, 오고무가 신나는 장단에 맞춰 신명 나게 펼쳐졌다.

4막 겨울에서 보여 준 신 태평무는 우리 궁중무용의 진수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새빨간 궁중 복을 차려입은 한 떨기 꽃처럼 예쁜 여자 무희와 파란색 옷을 입은 남자 무용수와의 조화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50여 명의 무용수가 나라의 안녕과 태평성세를 축원하며 춘 우리 춤이 이렇게나 멋지고 아름답다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마지막 춤이 끝나고 국립무용단 단장과 예술 감독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할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고교 시절 알록달록 엄마 한복 치마 하나씩 걸치고 장구 소리에 맞춰 무용 연습하던 그 날의 추억을 돌아보며 보았던 아름다운 춤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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