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년만 혼신을 바쳐라’

기사입력 2018-01-25 13:49 기사수정 2018-01-25 13:49

‘아사히 맥주 CEO 히구치 히로타로의 불황 돌파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이 사람은 1986년 스미토모 은행에서 아사히 맥주 사장으로 부임한 사람이다. 당시 아사히 맥주는 소주 열풍에 1984년만 해도 회사 맥주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마이너스 5%에 달해 맥주 시장은 포화 상태 또는 사양산업이라고 보던 때이다. 아사히 맥주는 한자로 ‘조일(朝日:뜨는 해)맥주’라고 쓰는데 당시 시장 점유율이 1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석일(夕日:지는 해) 맥주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랬다가 공전의 히트 상품 ’슈퍼드라이 맥주‘를 만들면서 기적적으로 업계 1위 업체가 되었다.

은행 출신이라 맥주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어떻게 그런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먼저 경쟁 맥주 회사에 가서 조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쟁회사라는 곳은 원래 경쟁회사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지 않지만, 당시 1위 업체인 기린 맥주 회장이 “좋은 원료로 맥주를 만들라”는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을 위해 한 푼이라도 싼 원료를 쓰던 아사히 맥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언이었지만, 그대로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성공한 것이다.

병행해서 3개월이 지난 아사히 맥주는 수거해서 폐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한 푼이 아쉬운 아사히 맥주 회사가 이 큰 결단을 고비로 ‘아사히 맥주는 신선하다’는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뼈를 깎는 고통과 비슷한 비장의 결단이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초기 휴대폰 사업 때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불량 재고를 불태운 일과 비슷하다.

히구치 히로타로 사장의 위기 극복 과정은 필자의 직장 경력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필자는 1988년에 잘 나가던 LG 전자 수출 본부에서 근무하다가, 당시 스키장갑을 만들어 수출하던 중소기업에 스카우트 되어 갔었다. 35살 나이에 공장장 겸 이사 직함을 받고 가니 10년 이상 근속했던 기존 직원들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 나이라면 기존 직원들은 과장 급 정도였을 때인데 필자가 봉제업체 출신도 아니고 사장의 친척도 아닌데 너무 높은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 왔기 때문이다.

당시 그 회사의 스키장갑 수출량은 연간 1백만 켤레 생산에 1천만 불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버로드가 걸려 납품이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주문량도 제대로 못 채우는 상태였다. 불량품이 많이 발생하고 서두르다 보니 품질 또한 좋을 리 없었다. 바이어들의 클레임이 연이어 날아들고 직원들은 그에 대한 문책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여기까지가 한계라며 더 이상의 수주는 무리라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우선적으로 한 일은 회사의 문제점 파악이었다. 생산 구조가 본 공장 생산이 10%이고 나머지 90%가 외주 생산이라는 것을 중시하고 외주 직원들의 봉급을 올렸다. 봉급이 오르자 외주 직원들의 사기가 충천하며 생산량이 급증했다. 품질도 제자리를 찾았다.

다음으로 바이어 구조가 메이저 바이어가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바이어 구조 분산을 지적했다. 결국 신규 바이어 확보는 필자의 몫이었다. 미국, 유럽, 일본 스포츠 박람회를 돌며 신규 바이어 확보에 주력했다. 국내 생산으로 부족한 생산력은 중국, 스리랑카, 필리핀 등 해외 외주 생산으로 충당했다. 다행히 운 좋게도 스노보드 장갑의 열풍으로 바이어가 급증하고 회사 매출도 한계를 넘어 6년 만에 2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국내 맥주 업계는 물론 사업하는 사람들이 필독해야할 만한 책이다. 경영자 한 사람의 역량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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