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당구의 매력

기사입력 2018-03-13 09:23 기사수정 2018-03-13 09:23

저녁 6시쯤 당구 천적들끼리 모인다. 간단하게 술안주 몇 점 먹다 보면 저녁 식사 겸 허기가 해결된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이길 거라는 포부를 안고 당구장으로 향한다.

보통 3~4명이 3쿠션을 치게 되면 한 시간 가량 걸린다. 한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출출해진다. 다시 술집으로 간다. 막걸리 몇 순배 더 돌다 보면 앞에 친 결과를 놓고 다시 승부욕을 불태운다. 술도 얼얼해서 이번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치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2차로 당구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집이 먼 사람은 작별인사를 해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귀가할 수 있다. 그런데 집이 가까운 사람끼리만 한 판 더 치려 하는데 자기도 낀다며 집이 먼 사람까지 원래 멤버대로 다시 2회전이 시작된다. 집이 먼 사람은 끝나고 택시 타고 혼자 간다고 했다.

그래서 2회전이 끝난다. 그러고 나면 대중교통은 집이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모두 끊어지고 다시 술집으로 향한다. 이젠 집에 가는 것은 모두 포기했으니 술을 마시며 3차전에 전의를 불태운다. 그래서 3차로 당구장으로 향한다.

3차전이 끝나면 대개 새벽 4시쯤 된다. 아직 전철 첫차가 다니려면 한 시간 가량 남았으므로 한판을 더 치든지 배가 고프니 다시 음식점을 찾아 아침 해장국을 먹는다. 그러면 아침 7시쯤 된다. 밤을 꼬박 샌 것이다.

3차전은 체력 싸움이다. 이때쯤 되면 술도 오르고 다리에 힘도 빠진다. 그래서 자기 순서에서 치고 나면 의자에 털썩 앉기 시작한다. 잠을 쫓는다고 커피를 연신 마셔댄다.

전철 핑계로 당구장에서 시간을 더 보냈는데 정작 전철이 이미 첫차부터 다니고 있을 시간인데도,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오전 내내 잠을 자면 잠은 어느 정도 보충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잠 한 숨 안 자고 버틸지는 모르는 일이다. 분명히 후유증은 있다. 자고 나도 몸이 피곤한 것이다. 젊은 시절처럼 몸이 금방 회복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밤샘 당구를 치는 것은 서로의 승부욕이 가장 우선되는 이유일 것이다. 져서 억울하고 이겨서 기분 좋은 것이다. 그래서 진 사람은 게임비를 내고, 이긴 사람은 술값을 내게 된다. 술이 취했으니 술을 깨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술이 좀 오르고 나면 공격적으로 당구를 치는 경향도 있다. 이렇게 몇 번 밤을 같이 새고 나면 정이 많이 든다. 밤샘 당구의 매력이다.

이렇게 무리하다 보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밤 샘 당구를 쳤다고 하면 주변에서 “미쳤다!”고 한다. “그러다 죽는 수가 있다!”며 경고를 날린다. 우리도 잘 안다.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해 놓고는 모이면 또 밤샘 혈투의 칼날을 간다. “오늘은 딱 한판만 치자!”고 해놓고는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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