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다 고객을 더 소중히 모시겠다는 정신으로

기사입력 2018-05-04 09:43 기사수정 2018-05-04 09:43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좋아야 팔린다.(조왕래 동년기자)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좋아야 팔린다.(조왕래 동년기자)

어느 한의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내 가족처럼 성심껏 진료하겠습니다’라는 선전 문구를 보고 피식 웃음이 터졌다. 환자가 차고 넘치는 병원에는 이런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를 불러모아야하는 곳에서 이런 선전 문구를 내 건다. 이 말의 뜻은 ‘나는 환자를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가족만큼 생각하고 진료하겠다는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고객을 ‘가족처럼 성심껏 대하겠습니다.’또는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가 최상의 서비스 문구가 되었다. 가족은 나와 한 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은 맞다. 하지만 고객이란 존재는 어떤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가족의 입에 밥이 들어간다. 다시 말하면 고객은 나와 가족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필자의 집은 과수원을 했다. 좋은 물건이 결국 돈이 된다. 친구들은 내가 맛있고 좋은 과일을 배터지게 먹는지 알았지만 실제는 먹기 어려웠다. 싱싱하고 크고 때깔 좋은 과일은 언제나 판매가 먼저였다. 우리는 언제나 한쪽이 썩었거나 까치가 쪼아댄 상처 난 과일이 우리 차지였다. 귀한 음식은 언제나 손님상에 올라갔다. 가족우선이 아니라 고객이나 손님이 우선인 시대에 살면서 우리부모세대는 이만큼 부를 이루었다. 가축을 키우는 용도가 가족이 먹기 위함보다 팔아서 목돈을 만드는 것이다. 닭이 알을 낳으면 그걸 팔아서 가용(家用)에 보태는 것이 우선이었지 식구들 먹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렇게 해야 만이 자식들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가난을 물리치고 일어설 수 있었다.

요즘은 예전의 우리부모 세대만큼 생존의 치열함이 덜하다. 가족보다 고객을 더 소중히 모시겠다는 절박한 정신이 없으면 젊은 사람도 살아남기 어려운데 하물며 나이든 사람이 자영업이든 취업이던 지속하기 어렵다. 남이 이렇게 성공 했다더라하는 카더라 통신만 믿고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일단 시작하고 본다. 천천히 익히겠다는 마음을 먹거나 ‘어찌되겠지’하는 긍정적 기대감만 갖고 덤벼들다가는 언제나 큰코다친다.

필자가 잘 아는 사람이 ‘행복 나눔’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노인 케어센터를 운영했다. 마당발에 나이도 있는 사람이니 업종은 잘 택했다. 하지만 ‘행복 나눔’이라는 간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복 드림’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충고를 했다. 행복을 나누기는 뭘 나누느냐! 행복을 몽땅 드리고 노인 케어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부수적으로 돈을 따라오게 해야 된다는 이유를 말했다. 그는 크게 돈 벌 생각도 없고 서로 나누면서 행복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과는 일 년이 못가서 때려치우고 몇 천 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집 앞의 치킨센터가 문을 닫은 자리에 새로운 창업이라는 ‘인형뽑기’가 들어왔다. 불과 석 달을 못 버티고 주저앉았고 오늘 보니 유통기간이 임박한 땡떨이 화장품 세일가게가 새로 들어왔다. 고객을 가족처럼 모시겠다고만 하지 고객을 가족보다 더 잘 모시겠다는 절박함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선에서 적병을 마주하고 선 병사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습니다’로는 부족하다. 이 목숨 바쳐 적을 무찌르겠습니다. 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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