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구경은 장터 국밥을 먹어야

기사입력 2018-06-25 10:15 기사수정 2018-06-25 10:15

시니어의 영원한 향수, 시골 오일장 구경

▲용문역(조왕래 동년기자)
▲용문역(조왕래 동년기자)

어떤 사람이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종점에서 종점까지 버스나 전철을 타보는 것을 담았다. ‘참 쉬운 버킷리스트구나’ 했는데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제 그렇게 해본 일이 없다. 업무상 전철로 왕십리에서 문산까지는 자주 다녔다. 그런데 반대편으로 왕십리에서 용문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막연히 '용문에 가봐야지' 했는데 아는 선배가 용문 오일장 구경을 가자고 전화를 해왔다.


시골 출신의 시니어세대는 오일장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어릴 적 오일장은 명절처럼 기다려지는 설렘이 있었다. 북적거리는 장터를 돌아다녀보면 어린 내 눈에는 희한하고 없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나무꾼이 지게에 장작을 잔뜩 지고 오기도 하고 소나무 솔잎을 긁어모은 '갈비'라는 땔감도 팔려나왔다. 떨어진 고무신을 때우는 기계가 있었다. 넓적한 고무판에서 가위로 떨어진 구멍만큼 알맞은 크기로 때울 고무를 잘랐다. 여기에 고무풀을 바른 후 뜨겁게 달구어진 무쇠기계 인두로 꾹 눌러 열처리를 몇 분간 해준다. 마치 고무신이 용접되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때워졌다. 때운 흔적은 남아있지만 떨어진 옷에 헝겊을 덧 되어 꿰어 입던 시절이니 아무도 이런 고무신을 보고 흉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싼 값에 식재료를 살 수 있다.(조왕래 동년기자)
▲싼 값에 식재료를 살 수 있다.(조왕래 동년기자)

5일장에는 강아지나 닭, 오리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농사를 지은 콩이며 고추도 가용 돈이 필요한 농부가 손수 들고 나왔다. 산에서 뜯어온 산나물도 있었고 알록달록 화려하지만 한번만 신으면 금방 구멍이 나는 목양말도 있었다. 당기면 늘어난다는 고무줄 장수도 긴 고무줄을 장대에 걸기도하고 허리에 차기도 하면서 시장을 빙빙 돌며 팔았다. 


오일장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는 뻥튀기가 압권이다. 사람들 놀라지 말라고 뻥튀기 장수가 미리 ‘뻥이요’하고 외치면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모두 귀를 막았다. 곧이어 뻥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하늘로 치솟으며 한 바가지였던 강냉이가 열 바가지도 넘게 부풀어 오른다. 아이들이 한 줌씩 공짜로 집어가게 하는 인심도 있었다.

▲오일장에서 꼭 먹어야 하는 장터 국밥(조왕래 동년기자)
▲오일장에서 꼭 먹어야 하는 장터 국밥(조왕래 동년기자)

시장 한 구석에는 가마솥에 흰 수증기를 연신 내뿜으며 금방 말아내는 국밥집도 명물이었다. 용문 오일장에도 국밥집이 유명하다고 소문이 났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빈자리만 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합석해야 한다. 무청 시래기에 선지와 돼지고기를 넣었다. 값도 저렴한 오 천 원이다. 먹어보니 맛이 있고 더 달라니 듬뿍 더 갖다 준다. 우연히 합석한 등산객이 말하길 장터국밥을 먹기 위해 오일장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살기가 어렵다고 기진맥진해 있는 사람들은 오일장을 가봐야 한다. 모두 해봐야 2만~3만 원에 불과한 물건을 펴 놓고 줄기차게 팔리길 기다리는 가난한 서민의 얼굴에서 삶의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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