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기자 페이지] 눈처럼 아득한 추억들이 흩어지네
내 마음속에는 첫눈 오는 날의 이야기가 두 개 간직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를 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1995년 11월 25일, 나는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영정을 들고 나가던 날, 어쩌면 그리도 큰 눈송이가 우리와 함께 걸어주던지…. 싸늘하고 매섭던 며칠 동안의 날씨와는 전혀 다르게 포근한 아침이었다. 눈송이는 나풀나풀 하늘을 날다가 조용히 땅으로 떨어졌다. 내 눈에는 마치 천사가 아들을 마중 나오는 것처럼 환하고 아름다웠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정도로 어이없고 아프기만 했던 며칠간의 원통함 속에서 숨도 쉬기 힘들었던 내게 잠깐이나마 평화를 가져다준 그날의 눈송이는 마치 아들이 날 위로하려 주는 마지막 선물 같았다. 천사의 옷자락처럼 숭고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아팠다! 첫눈보다는 내 아들을 데려가지 말았어야지요! 하는 앙칼진 마음속 외마디를 숨길 수는 없었다.
두 번째는 첫눈이 오면 무조건 2시간 후에 만나자던 친구 이야기다. 그 약속을 지금까지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아쉬움…. 봄이 되면 다시 약속 장소까지 정하면서 “이번에는 첫눈 오는 날 꼭이다~” 하며 손가락까지 걸며 까르르 웃어대던 우리. 그러나 한 번도 이루지 못한 허무한 약속으로 남고 말았다. “그게 첫눈이었니?”로 시작해서 “집 안에 있어서 눈 오는 줄 몰랐다”는 둥 “미안하다”는 둥 그렇게 약속을 못 지킬 때마다 “들고 다니는 전화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면, “넌 정말 기발한 생각을 잘도 해” 하며 빙긋이 웃던 그녀. 결핵을 앓다가 먼저 간 친구가 아주 많이 생각난다. 이제 손전화기 들고 다니는 세상이 왔는데, 첫눈이 와도 만나자고 전화할 편한 친구가 이제는 없다. 다들 가족이 있어서 힘들고, 당장 뛰어나와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는 너무 멀리 가 있고….
이제 가슴 뛰는 일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첫눈 오는 날을 바라보게 된 걸까? 올해 첫눈 오는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그 시간을 상상하니 마음이 살살 들떠온다. 슬프고 아픈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날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이 소망에 연분홍꽃이 환하게 피어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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