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 ‘스탭스’에서 올해 첫 교육을 받았다. 법정의무교육인 안전교육과 기초소양 과정이었다. 기초소양교육에서 시니어 재취업 장애 요인에 대해 배우며 공감했다. 권위의식, 높은 눈높이,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 소통과 융화의 문제가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했다. 이외 적응력 부족, 힘든 작업 기피, 작업 능률 저하,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 의욕과 호기심 부족, 높은 사고 확률, 작업 지시할 때의 불편함, 자만심, 경험, 고집 등을 꼽았다.
나는 퇴직 후 동대문 지역에서 스포츠용품 관련 회사들에서 일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연결 사업이어서 대부분 계약 시한이 정해져 있었다. 업무기간이 짧으면 1년, 길면 2년 정도였다. 한 회사에서는 내가 젊은 시절 여의도 쌍둥이빌딩을 지을 때 자재과장을 했던 경험을 살려 12층짜리 회사 사옥을 짓는 데 공정관리감독을 해달라고 했다. 회사를 대신해 잔소리하는 직책이었다. 공사를 맡은 측에서는 기성고(旣成高) 조기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의 요구사항에 힘을 못 써줬다. 요구사항은 안 들어주고 잘못된 것들만 지적하니 좋아할 리가 없었다. 재취업자의 직무 능력 한계였다.
잠시 몸담았던 다른 회사는 연초 시무식을 청계산 등산으로 시작했다. 체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추운 날 새벽 산에 오르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표정이 굳어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 종일 산을 타는데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을 걸면 거북해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나보다 한참 어린 젊은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사장과 가까운 관계라서 불편하다는 말도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면 곧바로 사장 귀로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는 사장 외로는 얼씬대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외딴섬에 혼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고문직이라 일반 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계약 만료 시점이 되면 다른 회사에 임시 거처할 자리를 알아보곤 했다. 대부분은 거절을 했다. 아침이면 어디라도 나서야 할 곳이 있어야 할 텐데… 나태해질까봐 고민이 됐다. 업무상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방문하면 반겨주던 사람들도 사무실 하나 내어 달라 하니 불편해했다. 내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는 이유였다. 직원들은 더했다. 윗사람이 오면 불편하다고 했다. 상사는 아니지만, 나이 든 사람 앞에서는 말도 조심해야 하고 하다못해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내가 다소 과묵하고 근엄해 보여 문제가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이미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나이 들어서 괜히 싱거운 소리나 하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기는 하겠지만, 더러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 특히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안 받아 예의범절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함부로 지적하고 조언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다들 잔소리로 생각한다.
시니어 인턴은 너그러워야 하고 필요할 때 결정적인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영화 ‘인턴’은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놀고먹는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또 경영에 관여하려 들면 바로 충돌이 생긴다. 현장에서 느끼는 시니어 인턴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