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돌봄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생활연구소의 연현주 대표를 만났다. IT업계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청소 O2O 서비스’를 주력으로 창업해 이름을 알린 그가 어르신 돌봄 방문 서비스 ‘청연케어’를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선하면서도 당연해 보였다. 생활연구소에는 매일 가정을 방문하며 가사를 돕는 수만 명의 매니저들이 있었다. 돌봄 분야로의 확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연 대표는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카카오에서 굵직한 사업을 맡으면서 국내 IT 업계를 두루 거쳤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후 카카오홈 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청소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프로젝트는 멈췄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직서를 던져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주먹구구 인력 공급 현실 보며 성공 확신
그는 일과 육아, 가사 사이에서 버티고 있던 워킹맘이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안정된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함께 하기로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5명의 동료들과 생활연구소를 창업했다.
연 대표는 IT업계에 근무하며 디지털 전환이 미치지 못한 가사와 돌봄 분야에 충격을 받았던 경험도 이야기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주변 동료들이 도우미 아주머니를 찾아 직업소개소 등을 전전하며 발품을 팔아야 했던 현실이 계기가 되었다고.
“택시나 배달 앱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가사노동이나 돌봄 분야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이 분야에도 기술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기존 청소 인력 공급 분야에서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매니저 분들과 고객 간 정보 비대칭이 너무 컸어요. 고객은 좋은 매니저를 찾기 어렵고, 매니저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었죠. 저희는 플랫폼을 통해 서로를 신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매니저 교육과 선발에도 신경 써서, 고객의 신뢰를 얻고 매니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활연구소의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통해 겪었던 현장 경험은 연 대표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한 때 매니저가 부족해 연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가사도우미 역할을 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창업 초기 매니저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연 대표는 결국 팀원들과 함께 직접 청소 현장에 나섰다. “서비스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당시 브랜드팀이던, 운영팀이던, 다 같이 유니폼을 입고 고객 댁으로 향했습니다.”
고객의 집 벨을 누르기 전, 연 대표는 긴장했다고 회상한다. “제가 가사노동을 전업으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미숙하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컸어요. 하지만 막상 청소를 해보니 보람이 컸어요. 무언가를 깨끗이 정리해내는 일이 이렇게 사람을 안정시키는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겪은 고됨과 감정노동은 이후 서비스 기준과 매니저 보호 제도를 만들 때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 경험은 결국 플랫폼으로서의 책임과 연결됐다. 연 대표는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해야 합니다. 매니저를 보호하기 위한 중재센터를 운영하고, 고객 피드백이 있을 때 매니저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고 정황을 꼼꼼히 따져보는 장치를 마련했어요”라고 말했다.

청소 서비스에서 돌봄 방문 서비스까지
그는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시기에 돌봄 서비스의 필요를 절감했다. 그것이 청연케어 서비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청소 서비스 이용 고객 중에서 ‘저희 집에 아버님 혼자 계신데 밥을 좀 챙겨주고 가시면 안 되나요?’ 같은 요청이 계속 들어왔어요. 자연스럽게 돌봄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이를 통해 청연케어 서비스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일상적 케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연 대표는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서비스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밥을 챙겨드리는 현실적 케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연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기존 서비스들이 너무 제한적이었어요. 요양등급이 없거나 갖고 있는 자산과 수입 때문에 사회보험 서비스 대상이 아닌 분들은 유료로라도 혜택을 받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죠. 기존 민간 서비스는 접근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였고요. 그래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합리적 가격의 돌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그는 또한, 돌봄이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 서비스는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매니저들이 단순히 가사만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건강 체크나 정서적 지원 같은 기본적인 돌봄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청연케어 서비스의 출발점에는 연 대표의 개인적 경험도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치매를 앓는 93세 시어머니를 직접 돌보며,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영양 관리임을 몸소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가족 돌봄 경험을 하며 영양 관리와 정기적 방문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음식 하나를 챙겨드리는 게 큰 케어가 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앞으로는 영양 식단 제공과 같은 구체적 서비스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18만 명의 매니저가 서비스 자본으로
청연케어 이후의 발걸음은 어떻게 될까? 연 대표는 서비스의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정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청연케어가 잘 자리 잡는 게 중요해요. 매니저 교육을 철저히 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 이후에 영양 관리 서비스나 쇼핑 도움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연 대표는 돌봄 서비스의 성공 핵심을 매니저 관리로 꼽았다. “생활연구소에서 매니저가 18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건,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와 자부심 덕분이었어요. 매니저님들이 서로에게 권할 정도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청연케어 역시 매니저님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보호할 계획입니다.”
노인 돌봄 시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분야지만, 연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구성된 서비스, 현실적인 비용, 매니저의 유연한 스케줄링 등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에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활연구소가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