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설은 일본의 사회복지법인 겐키무라 그룹이 운영하며, 정원 100명의 다인실 요양원과 30명 정원의 기능훈련형 주간보호센터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시설은 겐키무라 그룹이 공익형 사업으로 처음 시도하는 복합 운영 모델로, 어린이 체육 교실 브랜드 네이스의 체육교실 북코노스점을 함께 설립해 지역 아동과 입소 어르신 간의 일상적 접점을 만들고자 한다. ‘세대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주제로, 단순한 교류 프로그램을 넘어 복지공간의 일상성 자체를 재설계한 점에서 주목된다.
아이와 노인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복합돌봄시설’
이러한 유아·노인 돌봄시설의 핵심은 ‘공간의 공유’다. 어린이집과 노인 주간보호센터, 소규모 그룹홈이 하나의 지붕 아래 운영되며, 아이들은 매일 어르신과 식사를 함께하고, 정원에서 놀고, 이야기를 나눈다. 고령자들은 아동의 존재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곳은 나가노현 미야다촌에 있다. ‘유아·노인 돌봄시설 와가야(わが家)’는 폐점한 슈퍼마켓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복합 돌봄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ICT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주민이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지역과 밀착된 복지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령자 데이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어린이탁아, 장애인의 낮 돌봄, 식당·카페 운영까지 포함한 복합 커뮤니티 거점으로 확장되었다. 건물 구조는 어린이와 어르신, 직원,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정원, 거실, 주방 등을 공유하는 ‘생활공간 중심 설계’로 운영된다. 이 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복지의 만물상’이라 표현한다.
유아·노인 돌봄시설 모델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2003년부터 제도적으로 인정한 복지 서비스 형태로, 2013년에는 공식 가이드라인과 사례집이 발간되며 전국적 확산의 기반이 마련됐다. 고령자에게는 요양보험법, 아동에게는 아동복지법, 장애인에게는 자립지원법을 통해 각각 재정 지원과 운영 근거가 마련된다. 작은 집 같은 분위기의 소규모 시설, 복수 서비스 통합 운영, 지역주민의 참여가 3대 운영원칙이다.
현재 일본에는 수백 곳의 유아·노인 돌봄시설이 존재하며, 도쿄, 지바, 나가노, 도야마 등지에서 다양한 변형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을 맡기도 하며, 민간 복지법인이나 NPO,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시설들은 단지 고령자와 아동을 ‘같이’ 돌보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에선 왜 어려울까?
한국에선 종합사회복지관이 외형적으로 비슷한 모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종합사회복지관은 다양한 세대가 드나드는 것은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아이와 노인이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연령대별로 분리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 일회성 교류 프로그램 정도가 전부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대 간 융합 돌봄을 제도적으로 설계하거나 지원하는 근거법이 부재하다. 보육은 ‘영유아보육법’, 노인 요양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장애인 지원은 ‘장애인복지법’ 등으로 각각 분리되어 있어, 하나의 공간에서 복수 대상군을 통합적으로 돌보는 서비스 설계가 법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일본은 ‘지역공생형 서비스(地域共生型サービス)’라는 통합적 틀을 통해 복수 대상에게 융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유아·노인 돌봄시설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 아래 복합 시설로 정식 등록이 가능하며, 보육비·요양비·운영비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의 복합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하나의 사업자가 복수 급여를 청구하고, 복수 서비스(예: 주간보호+일시보육)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행정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현장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강남종합사회복지관은 과거 어린이, 가족, 노인이 함께하는 복합공간으로 설계됐지만, 1층 어린이집이 원아 수 부족으로 2023년 폐원하면서 더 이상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듣기 어려운 공간이 되었다. 급격한 출산율 하락은 제도적 구상조차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요양시설 운영의 수익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1~2인실 비율을 최대한 늘린 요양원 형태라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내에서 이용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비용에는 한계가 있고, 세대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확보는 수익성을 더 악화시키는 구조다.
2026년 시행 예정인 ‘통합돌봄지원법’은 지역 단위에서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지만, 유아나 가족 세대를 포함하는 구조는 아니다. 즉, 일본의 유아·노인 돌봄시설처럼 세대 간 관계를 전제로 하는 공간 설계나 서비스 구조는 현재 법제도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일본의 유아·노인 돌봄시설 모델이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다. 우리는 돌봄을 대상 중심으로만 분절하여 설계해왔지만, 일본은 ‘관계’를 중심에 두고 공간과 서비스를 구성해 왔다. 고령자는 돌봄의 대상이지만 ‘누군가를 돌보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아이는 보호받는 존재인 동시에 ‘감정을 나누는 파트너’다. 유럽 등 다른 국가 역시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이러한 문화를 당연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유독 돌봄이 필요한 두 집단을 벽으로 분리하고 있다. 우리는 저출산을 위한 별도 정책, 고령화를 위한 별도 지원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