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생활 3개월째

기사입력 2019-02-11 11:17 기사수정 2019-02-11 11:17

요즘 휠체어를 타고 지낸다. 살면서 경험하지 않고 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눈에 자주 보여도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3개월 전 아주 사소한 부주의로 넘어지며 주저앉았다. 몇 번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주 날카로운 통증이 이어지면서 발이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 냉찜질로도 감당이 안 됐다. 다급하게 병원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X-RAY는 왼쪽 발목을 하얗게 관통하는 가로금을 보여줬다. 부기가 가라앉기를 며칠 기다려 깁스를 했다. 깁스한 발을 움직이기가 버거웠다. 목발을 받아왔다.

“다리를 움직이지 마라. 발을 짚으면 안 된다.”

“목욕하지 마라.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

그렇게 주의사항을 들으며 휠체어 생활이 시작되었다. 목발을 짚은 채로는 물 한 잔도 옮길 수 없었다. 의료보험공단에서 무료로 휠체어를 빌릴 수 있었지만 다 소진되어서 할 수 없이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한 대 배달을 받았다. 휠체어가 집으로 온 뒤 타고 이리저리 굴려봤다.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다리를 계속 쓰지 않으면 재활 운동이 힘들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외출을 감행했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와 휠체어를 접어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여자 혼자 들기에는 무거워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도착한 곳은 5층 건물. 휠체어용 입구가 없고 계단만 있었다. 다른 사람이 휠체어를 들어주고 나는 부축을 받으며 한 발로 겨우 뛰어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건물 안에 있었다. 승강기가 없었다. 2층 계단도 뛰어 올라야 했다. 한쪽 다리만 쓰니 힘이 빠져 주저앉을 듯이 힘들었다. 화장실 입구에도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들었다. 장애자용 화장실은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러 갈 때는 휠체어를 타고 길을 가로질러야 했다. 길바닥이 그렇게 울퉁불퉁한지는 그때 처음 알았다. 승강기 없는 식당 건물이 즐비했다. 지하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몸을 굴려 갈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자동문이 아니면 문도 열 수 없었다. 그렇게나 많이 오르내리던 계단이 장애자에게는 덫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마치 장애물경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몹시 피곤했다.

복잡한 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때면 못마땅한 적도 있었다. 복잡한 전철에선 거치적거렸다. 가끔은 비어 있는 장애자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너무 넓다고 생각했는데 휠체어가 들어갔다가 돌아나가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게 됐다. 또 화장실 안의 손잡이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깨달았다.

신체의 한 곳이 불편하면 몸 전체가 무력해지는 상황도 체험하고 있다. 발목을 다친 지 3개월이 넘어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뼈가 아직도 붙지 않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실감하면서 오히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게 되고 현재의 삶이 더 진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마치 독선의 늪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언제나 건강할 것이라는 자만도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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