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들은 추운 겨울이면 성에가 낀 화훼농가 비닐하우스 또는 창틀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탐낸다. 이른 아침의 추위에도 상관하지 않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성에 너머로 은은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꽃이 한 폭의 수채화를 닮아서다.
나는 사진이나 사진처럼 보이지 않는 작품을 탐구한다. 성에가 낀 모습의 사진은 이른 아침 아니면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부지런한 사진가만이 셔터를 누를 수 있다. 꽃집이나 화훼농원의 주인이나 일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평소에 인간관계도 맺어놓는다.
성에는 그 자체로 다양한 문양이나 형상도 좋지만, 다른 피사체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성에도 있고 그 뒤쪽으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꽃이나 유사한 피사체가 있는 장소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 해가 뜨거나 바깥 기온이 올라가면 성에가 녹아내리므로 일정 시간대, 즉 이른 아침에 촬영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성에 사진은 들여다볼수록 매력이 있다. 내부의 따뜻한 기온과 외부의 차가운 기온 차이로 만들어지는 성에는 마치 애절한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벽 혹은 비닐 벽에 부딪혀 동동 발을 구르는 여인의 애잔한 마음처럼 보인다. 그 내면의 세계를 잔잔한 감동의 이야기로 엮어가는 사진가의 상상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매크로렌즈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갖추지 못해 일반 렌즈로 촬영했다. 성에가 낀 유리창이나 비닐하우스 뒤쪽에 꽃이나 고운 빛깔의 화분을 놓아두고 바깥에서 바싹 붙어 촬영하면 그럴듯한 작품이 된다.
추운 바깥에서 촬영하는 게 싫다면 연출해서 찍는 방법도 있다. 색이 고운 그림이나 꽃(조화도 괜찮다)을 준비해놓고 유리 한 장을 구해 물을 뿌린 뒤 밤새 바깥에 둔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성에가 낀 유리를 실내로 가져와 준비해둔 그림이나 꽃을 뒤편에 두고 촬영하면 된다. 실내에선 성에가 금방 녹아내리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사진 작품도 다른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사실을 찍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메시지를 적극 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