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버려진 공간을 재발견하다' ①

기사입력 2016-03-22 10:41 기사수정 2016-03-22 10:41

계단 위 시간 여행자의 공간,배다리 생활사 전시관

▲1955년 조흥상회 건물 전경. 과거 마루지답게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1955년 조흥상회 건물 전경. 과거 마루지답게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지금의 조흥상회 모습. 배다리 안내소와,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이 이곳에 있다.
▲지금의 조흥상회 모습. 배다리 안내소와,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이 이곳에 있다.

오랜 집주인이 버리고 떠난 적산가옥(敵産家屋) 조흥상회. “쓰레기더미니 버려 달라” 했던 집안 물건에는 우리네 살아온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월세 15만원에 내놓아도 외면받던 옛날식 창고는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이 됐다. 인천 배다리(인천시 동구 금곡동의 옛 지명)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과 요일가게 다 괜찮아(이하 요일가게)는 이렇게 우연한 발견으로부터 시작했다. 시간을 거슬러 동인천 끝자락에 다다르면 잊고 지냈던 시절의 우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슬라이드 칼라필름. 빛에 비춰보면 조흥상회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슬라이드 칼라필름. 빛에 비춰보면 조흥상회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1990년대 이전까지 인천 배다리의 마루지(랜드 마크)였던 조흥상회 건물은 부자 삼대를 넘기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갔다.

▲조흥상회에서 쓰던 책상과 전화기, 옷걸이 등이 전시돼 있다. 책상 안에는 상회에서 썼던 전표, 수신료, 공과급 지로 용지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조흥상회에서 쓰던 책상과 전화기, 옷걸이 등이 전시돼 있다. 책상 안에는 상회에서 썼던 전표, 수신료, 공과급 지로 용지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비밀스럽던 부잣집 대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쓰레기 치우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렸다. 집안을 청소하고 묵은 때를 벗겨내고 나니 옛 부잣집 티라도 내는 듯 조흥상회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집 여인네들이 손수 지은 한복과 배냇저고리, 수만 번은 사용했을 것 같은 끝이 닳은 밥주걱, 속이 가득 찬 전지분유와 미제 주스, 양주, 분쇄기 등 근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수백 점의 물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찾아낸 물건을 모아서 2014년 3월, 배다리 안내소로 사용하고 있는 조흥상회 건물 2층에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을 열고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만들어 준 조흥상회 조형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만들어 준 조흥상회 조형물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은 ‘1인칭 박물관’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곳이다. ‘1인칭 박물관’이란 나(1인칭)와 가까운 사람의 것, 혹은 멀지 않은 과거 물건들을 나름의 이야기를 담아 전시하는 것이다.

▲조흥상회 사람들이 입었던 옷가지들. 옷을 만들고 남긴 천도 다량 발견됐다.
▲조흥상회 사람들이 입었던 옷가지들. 옷을 만들고 남긴 천도 다량 발견됐다.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으나 반드시 그곳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배다리 생활사 전시관의 전시품들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조금씩 바뀐다. 아직도 꺼내놓지 않은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전시를 서두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을 기다려온 만큼 찬찬히 제 빛깔을 찾으면 이야기와 함께 관객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한 정미소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줬던 벗꽃 모양의 그릇. 그릇 바닥 뒷면에는 상세한 설명이 쓰여있다.
▲일본의 한 정미소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줬던 벗꽃 모양의 그릇. 그릇 바닥 뒷면에는 상세한 설명이 쓰여있다.
▲조흥상회 사람들이 사용했던 그릇과 소도구들. 끝이 닳은 밥주걱은 많은 이들의 밥그릇을 채워줬을 것이다.
▲조흥상회 사람들이 사용했던 그릇과 소도구들. 끝이 닳은 밥주걱은 많은 이들의 밥그릇을 채워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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