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따라 왁자지껄 피어나던 바람꽃들이 어느 순간 기세가 꺾여 눈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4월의 깊은 계곡, 높은 산기슭에선 꽃 걱정 말라는 듯 순백의 탐스러운 꽃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서 방긋방긋 눈인사합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산기슭과 계곡에 두껍게 쌓였던 눈이 녹아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는 계곡의 푸른 이끼 곳곳에 달덩이처럼 환한 야생화가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봄날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그렇습니다. 높고 푸른 산속에 눈 녹은 맑은 물이 폭포수가 되어 콸콸 흘러내리고, 그 곁에 한국 특산식물인 모데미풀이 무더기로 피어 ‘산꽃 들꽃’, 우리의 야생화를 찾아 나선 벗들을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한국 특산식물이란 전 세계에서 우리 땅에서만 피고 자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물종의 하나라는 뜻입니다. 1935년 지리산 자락인 운봉의 ‘모뎀골’ 또는 ‘모데미마을’이란 곳에서 일본인 학자 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郞)가 처음 발견해 모데미풀이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학명에 오이(Ohwi)란 일본 성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런데 모뎀골이나 모데미마을이란 동네 이름이 확인되지 않아 꽃이 피어 있던 ‘무덤’을?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모데미’라는 엉뚱한 이름이 붙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학명 중 종명 메갈에란티스(Megaleranthis)는 ‘크다’는 뜻의 그리스어 메가스(megas)와 너도바람꽃(Eranthis)의 합성어입니다. 실제로 10~20cm 안팎의 줄기 끝에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잎 5장과 노란 수술을 가진 꽃송이가 하나씩 달리는데, 꽃은 순백의 너도바람꽃을 닮았지만 크기는 2배쯤 됩니다. 첫 발견지인 전북 남원의 ‘운봉금매화’란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영어 이름은 한국 특산식물답게 한글명인 모데미풀(Modemipul)입니다.
다행인 것은 세계적으로는 한국만의 고유종, 한국의 특산식물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만나기 힘들 정도로 매우 희귀하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남으로 제주도 한라산부터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진 강원도 점봉산까지 폭넓게 분포하는데, 대부분 해발 800m가 넘는 습지나 능선 부근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산·아고산 지대가 자생지인 특성으로 인해 늦은 봄인 4~5월 개화함에도 불구하고 설중화(雪中花)의 주인공이 되곤 합니다. 산자락 아래에서는 분명 비가 내리지만, 같은 날 같은 산이라도 정상 부근 고지대에서는 눈발이 흩날리기 때문입니다.
Where is it?
첫 발견지라는 학술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전북 남원 운봉의 지리산 자락에서는 정작 모데미풀을 한 포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한라산, 설악산, 태백산, 점봉산, 오대산, 광덕산 등 전국적으로 폭넓게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는데, 개체 수가 많기로는 소백산과 덕유산이 꼽힌다. 특히 소백산 정상 부근은 한국 최대(한국에만 있으니 세계 최대라는 말도 된다) 규모의 자생지가 펼쳐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야생화 사진작가들이 최고로 꼽는 모데미풀 자생지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자연휴양림.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과 무성한 초록색 이끼, 바위 사이사이에 하얗게 핀 모데미풀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명소다.



















































![[김인철의 야생화] 남도의 가을을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https://img.etoday.co.kr/crop/85/85/1131968.jpg)
![[김인철의 야생화] 염화시중의 미소로 꽃샘추위 내치는, 앉은부채!](https://img.etoday.co.kr/crop/85/85/1022522.jpg)
![[김인철의 야생화] 겨울이 깊어갈수록 존재감이 드러나는 '겨우살이'](https://img.etoday.co.kr/crop/85/85/1008185.jpg)
![[김인철의 야생화] 백두 평원에 흰 눈 쌓이듯 피는, 노랑만병초](https://img.etoday.co.kr/crop/85/85/991212.jpg)
![[김인철의 야생화] 척박한 바위 겉에 오뚝 서 꽃피우는, 좀바위솔](https://img.etoday.co.kr/crop/85/85/975249.jpg)
![[김인철의 야생화] 보랏빛 꽃다발로 거친 파도를 다독이는, 해국](https://img.etoday.co.kr/crop/85/85/956093.jpg)
![[김인철의 야생화] 스산한 가을 향이 강하게 묻어나는 꽃 ‘가는잎향유’!](https://img.etoday.co.kr/crop/85/85/944045.jpg)
![[김인철의 야생화] 야생난의 극치미를 보여주는, 백두산 애기풍선난초](https://img.etoday.co.kr/crop/85/85/909703.jpg)
![[김인철의 야생화] 폭염 속 온몸 틀어 선홍색 꽃다발 선사하는 타래난초](https://img.etoday.co.kr/crop/85/85/892727.jpg)
![[김인철의 야생화] 연분홍 치마 흩날리며 핑크빛 사랑 나누는, 개정향풀](https://img.etoday.co.kr/crop/85/85/876706.jpg)
![[김인철의 야생화] 섬진강변 흩날리던 매화의 환생 매화마름!](https://img.etoday.co.kr/crop/85/85/859954.jpg)
![[김인철의 야생화] 자연의 신비, 생명의 외경을 일깨워주는 '너도바람꽃'](https://img.etoday.co.kr/crop/85/85/827027.jpg)
![[김인철의 야생화]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소리 높이 외치는 보춘화!](https://img.etoday.co.kr/crop/85/85/805684.jpg)
![[김인철의 야생화] 순백의 신부 부케를 똑 닮은 꽃 백서향!](https://img.etoday.co.kr/crop/85/85/784440.jpg)
![[김인철의 야생화] 백의 얼굴, 천의 표정을 자랑하는 광릉요강꽃!](https://img.etoday.co.kr/crop/85/85/759743.jpg)
![[김인철 야생화] 한 해 야생화 탐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좀딱취!](https://img.etoday.co.kr/crop/85/85/741256.jpg)
![[김인철의 야생화] 가을을 유혹하는 립스틱, 하늘을 내려앉게 하는 물매화!](https://img.etoday.co.kr/crop/85/85/719775.jpg)
![[김인철의 야생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유라시아의 여름을 물들이는 분홍바늘꽃](https://img.etoday.co.kr/crop/85/85/703375.jpg)
![[김인철의 야생화] 한국의 야생화를 대표하는 특산식물 '금강초롱꽃'](https://img.etoday.co.kr/crop/85/85/682894.jpg)
![[김인철의 야생화] 천 길 바위 절벽서 새벽이슬 먹고 피는 지네발란!](https://img.etoday.co.kr/crop/85/85/661984.jpg)
![[김인철의 야생화] 산악인의 꽃 산솜다리](https://img.etoday.co.kr/crop/85/85/642317.jpg)
![[김인철의 야생화] 5월 높은 산 깊은 계곡을 화사하게 물들이다 '애기송이풀'](https://img.etoday.co.kr/crop/85/85/626761.jpg)
![[김인철의 야생화] 동강 할미꽃](https://img.etoday.co.kr/crop/85/85/608389.jpg)
![[김인철의 야생화] 제주 봄의 화룡점정 수선화](https://img.etoday.co.kr/crop/85/85/596807.jpg)
![[김인철의 야생화] 2월이면 변산바람꽃 이미 피어 새 봄이 지척에 와 있음을 알립니다](https://img.etoday.co.kr/crop/85/85/584361.jpg)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 통곡하고 싶은 계절, 사무치게 그리운 임을 닮은 꽃 '둥근잎꿩의비름'](https://img.etoday.co.kr/crop/85/85/538854.jpg)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④] 한탄강 '꽃장포' …불면 갈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https://img.etoday.co.kr/crop/85/85/480423.jpg)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⑤] 솔나리](https://img.etoday.co.kr/crop/85/85/487074.jpg)
![[신간]](https://img.etoday.co.kr/crop/85/85/489790.jpg)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 ③] 민족의 성산 백두산 고산식물의 대표 '두메양귀비'](https://img.etoday.co.kr/crop/85/85/473492.jpg)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 ②]접경지대 야생화 탐사의 백미… 고대산 칼바위 능선 ‘자주꿩의다리](https://img.etoday.co.kr/crop/85/85/468876.jpg)
![[김인철의 야생화산책 ①] 위험하면서도 황홀한 응시! 야생화의 만남이 시작됩니다](https://img.etoday.co.kr/crop/85/85/46832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