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6-09-26 09:09 기사수정 2016-09-26 09:09

▲사람도 늙으면 폐기물인가. (조왕래 동년기자)
▲사람도 늙으면 폐기물인가. (조왕래 동년기자)
마음이 여린 사람은 'NO'라는 말을 하면 상대가 받을 마음의 상처가 두려워 NO라는 말을 못하기도 하고 또 ‘그것도 못해’라고 자신을 우습게 알까봐 N0라는 말을 못합니다. 내가 하지 못할지를 속으로 뻔히 알면서도 거절을 못해 우물쭈물 반승낙을 해버립니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재다보면 더더욱 거절을 못합니다. 하지만 NO라는 말을 해야 할 때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모임의 A씨는 서울근교에 주말농장을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벌써 5년이 넘어 이제는 배태랑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고추나 상추 오이 이런 것들을 심었는데 아주 잘되었다고 우리를 만날 때 마다 싱글벙글하며 자랑을 했습니다. 한번 놀러 오라고  여러 번 말을 하면서 원두막도 있고 공기도 맑으니 하루쯤 힐링 하기는 좋다고 합니다. 회장단에서 이번 모임은 그분의 주말농장에서 갖기로 잠정 결정을 하고 주말농장 방문 날이 어느 날이 좋으냐고 날짜를 물었습니다. 아내랑 상의해서 날짜를 알려주겠다고 흔쾌히 대답을 했습니다.

    

회원들이 먹을 고기나 술은 사 갖고 간다고 해도 농사지은 고추나 상추는 씻어야하고 불판준비 등 자질구래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안주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A씨에게서 날짜를 잡았다는 답이 오지 않습니다. 10 여명이 넘는 회원에게 미리 날짜를 고지해야 하는데 독촉을 해도 알았다고만 할 뿐 진전이 없습니다. 아마 아내의 반대가 있어 아내를 설득 중인데 아내가 말을 듣지 않는 모양입니다. A씨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을 끙끙 앓는 것 같습니다. 결국 주말농장 방문 계획은 취소되고 회장단과 A씨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 아는 B씨에게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선 듯 하겠다고 합니다. 강의 할 내용과 참석자의 현황을 메일로 알려주면서 확실히 할 수 있는지 확답을 달라고 했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전화를 해도 한동안 받지를 않습니다. 본인이 한다고 해놓고 막상 준비 하려니 자신이 없어진 것입니다. 처음부터 못한다고 하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으니 일단 한다고 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 하려고 자료 준비를 해보니 자신이 없고 겁이 난 모양입니다. 그래도 강의를 부탁한 내 입장에서는 본인의 확실한 의사를 들어야 다른 강사를 섭외 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어렵게 전화 연락이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합니다. 나보다 강의를 더 잘 할 수 있는 강사를 찾으면 있지 않겠느냐? 내가 꼭 해야 하느냐? 하는 투의 말 입니다. 직접 못하겠다는 말을 못하고 애써 스스로 내가 포기하기를 바라는 말투입니다. 진작 못한다고 했으면 다른 강사를 찾는데 시간이라도 벌 텐데 강의 날짜 임박해서 그것도 내 입에서 ‘그럼 다른 강사를 찾아보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는데 아주 짜증이 났습니다.

    

나도 어느 모임의 파트 책임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면전에서 NO 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상대는 내가 OK를 겸손하게 말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습니다. 며칠 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맡기에는 벅찬 일이였습니다. 완곡하게 거절하느라고 아주 땀을 흘렸습니다. 처음부터 NO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으면 좋았겠다고 많이 후회했습니다.

    

이런저런 부탁을 받으면 면전에서 바로 NO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상대가 나를 절대적으로 믿고 간곡히 부탁 해 올 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한다고 해놓고 시행일 임박해서 못 하겠다고 통보하면 계획하고 주선하는 주최 측은 참으로 낭패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완곡한 표현으로라도 NO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나고 보면 잘한 일이고 사람관계를 원만하게 길게 가져가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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