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들’

기사입력 2018-01-15 20:55 기사수정 2018-01-15 20:55

‘구타유발자들’ . 이 영화는 여러 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끝까지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누구나 경험했을 것 같은 남자들의 세계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원신연 감독 작품이다. 주연에 교통경찰 문재역으로 한석규, 동네 불량배 봉연 역으로 이문식이 나오고, 오달수, 성악과 교수 영선 역에 이병준, 여 제자 역에 차예련 등이 나온다. 이중에 압권은 성악과 교수로 나오는 이병준의 연기이다. 적당히 느끼한 지식인의 위선을 보여주며 지탄 받아야 할 속물 연기를 가장 리얼하게 연기했다.

하얀 벤츠를 새로 뽑은 성악교수 영선은 젊은 여 제자 인정을 데리고 강원도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에 나선다. 그런데 영선은 한적한 강가에 차를 세우고 엉큼한 속내를 드러내자 여 제자 인정은 도망친다. 차는 모래사장에 빠져 헛바퀴를 돌고 있어 오도 가도 못한다. 그런데 그때 동네 불량배들이 다가와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도망치던 인정은 마침 지나가던 봉연의 오토바이에 탔는데 다시 이들이 있는 백사장으로 오게 된다. 낯선 사람들의 묘한 친절과 협박으로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동네 불량배들은 경찰 문재의 동생인 고등학생 현재를 데려와 구타하고 다시 영선과 싸움 대결도 시킨다. 현재와 동네 불량배들의 싸움도 처절하다. 현재는 이들 불량배들을 제압하고 불에 태워 죽이려 하지만 인정이 말리는 과정에서 역습을 당한다. 그때 교통경찰 문재가 도망치던 오토바이에 영선을 태우고 이들이 있는 현장에 등장한다. 문재가 봉연을 때리는 구타 현장은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게 무서우며 수컷들의 세계가 얼마나 험악한지 보여준다. 이들이 때리고 맞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무시당한 것이 그대로 켜켜이 쌓인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구타 유발자 중의 하나인 위선자 영선이 가장 많이 맞아야 하지만, 그가 폭력과 공포 앞에서 보여준 비굴한 연기와 박살 난 벤츠로 대리 만족은 얻을 수 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폭력을 통한 대리 만족이다. 맞을 짓을 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게 맞는 것이 수컷들의 생리이다. 현실에서는 법적인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지만, 때로는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경우도 많다. 차라리 원시적인 방식의 징벌이 더 속이 뻥 뚫리는 것이다.

필자도 낯선 사람들의 묘한 눈빛과 공포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몇 번 있다. 감독도 실제 겪은 경험을 살려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수컷들은 원시시대에도 보면 다른 부족을 만나면 일단 경계부터 하고 그리고 제압하려고 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자는 역시 무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새삼 깨달았다. 필요한 경우 여러 명도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장면에서도 얼마든지 역습할 기회가 많이 보였다. 그런 이유로 필자의 부친은 생전에 남자 형제들은 무조건 격투기 세 가지를 배워둬야 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체육관에 보냈다. 최소한 자기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도망칠 수 있는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36계 줄행랑’이라고 했다. 그러나 도망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도망가다가 잡히면 징벌이 가중된다는 겁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도망도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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