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경제학

기사입력 2018-02-18 15:05 기사수정 2018-02-18 15:05

▲설날 손주들이 찾는 할아버지 고택 (백외섭 동년기자)
▲설날 손주들이 찾는 할아버지 고택 (백외섭 동년기자)
설날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며 한 해의 복을 바라는 덕담을 건넨다. 신권지폐를 구하러 은행에 갔다. 고액권은 수량이 부족하고 소액권은 남아돌았다. 경제발전만큼 세뱃돈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손주들을 생각하면서 설날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첫돌이 되어 동전을 돈으로 알기 시작했다. 돈의 가치를 알지 못하여 오백 원 한 개보다 백 원 동전 몇 개를 더 좋아하는 식이었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큰 동전이 작은 동전 몇 개보다 좋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숫자를 세면서 더하기, 빼기 산수를 배우고부터다. 지폐는 가지고 노는 그림종이보다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면서 지폐가 동전보다 크다는 사실을 터득하였다. 세뱃돈 받자마자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제 엄마에게 돈을 맡기는 용돈관리를 시작하였다. 초등학생이 된지 두해가 지난 지금까지 얼마를 맡겼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렇다고 할아버지 선물 하나 사달라고 하면 펄쩍 뛴다. 장난감 하나 사더라도 자기 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초등학생 수준의 본능이다. 자라면서 세뱃돈 경제를 철저히 익힐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세뱃돈도 급속하게 올랐다. 지폐였던 오백 원짜리가 동전으로 바뀌면서 봉투에 담아 세뱃돈으로 주기 부적절해진 때부터 최소단위가 천원으로 급상승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른 80년대 중반에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천 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확 줄었다. 별 수 없이 세뱃돈도 오천원대에 진입하고 이어서 만원 단위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천 원짜리로 뒷걸음치는 슬픈 역사도 있었다. 2009년 오만 원 권이 등장하면서 세뱃돈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세뱃돈을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방송에서 토론이 한창이다. ‘일단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세뱃돈을 받을 수 있다. 나이 많은 대학원생이라도 소득이 없으면 세뱃돈을 받는다.’ 여기까지가 상식이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라도 빨리 ‘취업해 회사에 다니면’ 세뱃돈을 받지 않는다. 근로소득세를 낸다면 더 이상 못 받는다. 당연한 결론이다.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이나 취업 준비생은 세뱃돈 받을 수 있다. 단, 취업했다가 다시 백수가 된 '돌백'은 못 받는다. 세뱃돈 주기도 받기도 복잡한 세상이다.

자녀의 연봉수준에 따라 부모님께 드리는 세뱃돈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때 한 분에게 몰아 드리지 말고 아버지, 어머니께 따로 드려야 한다는 주의도 덧붙여졌다. 어린아이는 세배 안 하고 울기만 해도 얼굴을 봤으니 주라는 권고도 있다. 5촌 이상 넘는 조카나 손자뻘 되는 아이들은 조정이 필요하다. 혹시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라면 조금 더 얹어주면 된다. 그런데 형은 더 주고 동생에게 덜 주는 일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세뱃돈 법전’이라도 있어야 할 지경이다.

까치설날이다. 세뱃돈을 봉투에 넣고 덕담을 썼다. 그 위에 아이들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예쁘게 씩씩하게 튼튼하게 웃는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오후에 세 손주가 와서 와락 가슴에 안겼다. 설날 아침에는 넙죽 엎드려 세배를 할 터이다. 세뱃돈을 건네고 덕담을 해야겠다.

‘예쁜아, 씩씩아, 튼튼아 풍성한 설날에 큰 복 받고 항상 건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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