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4

'주거 사각지대 위협' 중산층 시니어 주거 공백은 이미 현실

입력 2026-03-24 15:22

LH 토지주택연구원, ‘중산층 시니어주택’ 모델 제안…주택연금 연계 자산 유동화도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지만, 고령층 세대의 ‘집’은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었고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을 맞이하기 시작했지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유형은 사실상 없다. 특히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제한적인 중산층 고령자가 기존 정책 틀에서 벗어나며 ‘주거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초고령사회 대응 중산층 고령자 주거모델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자 주거시장의 구조적 양극화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이 고령자 가구가 될 전망이며 베이비부머 세대 약 710만 명이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주거 수요는 급증하지만 이를 수용할 공급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현재 고령자 주거시장은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다. 기존 공공주택 정책은 생계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민간 실버타운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가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산층 고령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유형 자체가 없는 셈이다. 중산층 고령자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자산은 있지만 돈이 없다’라는 역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23년 기준 4억 5540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보다 오히려 높다. 그런데 이 자산의 81.3%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매달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빠듯한 것이다.

고령자들도 이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연구팀이 60세 이상 고령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령자의 68.2%가 주택 공급 필요성에 공감했고, 85.2%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을 보였다. 주택 규모는 15~20평 미만을 가장 선호했고 희망 월 임대료는 5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51.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살 만한 곳이 있다면 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실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고서에서 비교한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등의 공통점은 ‘주거와 돌봄의 결합’이다.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주거를 의료·돌봄·생활지원과 동등한 구성요소로 법제화했고, ‘서비스지원형 고령자주택(サ高住)제도’를 통해 민간임대 시장에서도 고령자가 서비스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프랑스는 ‘자립주택(Résidence Autonomie)’이라는 중간 모델을 통해 완전한 시설 입소 전 단계를 지원한다. 또 싱가포르는 ‘커뮤니티케어 아파트’를 통해 일반 공공주택 단지 내에 돌봄 서비스를 통합했다. 공통적으로 주거를 복지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저소득층용 고령자 복지주택과 고소득층용 실버타운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울 새로운 공공임대 모델로 ‘중산층 시니어주택’을 제안했다. 만 65세 이상, 기준 중위소득 75~200%(소득 4~8분위)에 해당하는 고령자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고령자를 위해 주택연금 연계를 통한 자산 유동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도 부동산 자산을 임대료로 전환해 입주할 수 있는 구조다.

연구팀은 이러한 모델이 고령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자가 안정적인 주거에서 예방적 돌봄을 받으면 불필요한 입원이나 요양시설 진입이 늦춰져 국가 의료·돌봄 비용이 절감된다. 또한 고령자가 기존 주택에서 시니어주택으로 이동하면 해당 빈 주택이 청년층에게 공급되는 ‘주거 사다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50%가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산층 노인의 주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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