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가 내는 맛의 기적, 과연 좋을까?

기사입력 2018-11-14 10:28 기사수정 2018-11-14 10:28

조미료 덕분에 소 한 마리가 살았다는 광고 문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 한 마리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맛을 약간의 조미료가 대신했다는 뜻이다. 조미료는 ‘MSG(Mono Sodium Glutamate)’라 하여 사탕수수나 타피오카와 같은 식물에서 미생물 발효로 뽑아낸 글루탐산을 나트륨과 결합한 성분이다. 인간의 혀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까지 감별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MSG 덕분에 ‘감칠맛’이란 것이 추가되었단다. 감칠맛이란 혀를 감싸는 묘한 맛을 말한다.

요즘은 어딜 가나 음식이 먹을 만하다. 조미료의 묘한 감칠맛 덕분일 테다. 그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삶을 회고할 때 조미료는 우리 식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을 시골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더 없이 손자를 사랑해주셨지만, 밥 먹는 시간은 언제나 고역이었다. 유일하게 바다를 면하지 못한 충청도 내륙의 시골이었으므로 반찬은 언제나 산나물뿐이었다. 조미료도 안 쓰던 시절이라 할머니의 반찬은 어린아이 입맛에 맞을 리 없었다.

그 후 서울에 올라와 어머니 손에서 자라며 조미료를 처음 봤다. 가난하던 시절이니 음식 자체가 귀할 때인데 조미료까지 넣어 요리한다는 것은 사치였다. 당시 조미료는 투명한 막대 모양의 작은 입자들인데 그냥 손가락으로 콕 찍어 먹어도 묘한 맛이 났다. ‘미원’이라는 국산 조미료였는데 통칭으로 ‘아지노모도’라고도 불렀다.

그때만 해도 다른 집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지방에 내려가면 먹는 것이 문제였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점에 가도 가장 무난한 김치찌개만 주문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출시된 라면이 그 당시 인기였던 이유도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새로운 맛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군대에서 조미료의 기적을 경험했다. 군 훈련소에 입소하면 내무반에서 사복을 벗고 군 훈련복으로 갈아입는다. 사회에서 입었던 옷을 모두 벗고 소지품도 싸서 집으로 보내준다. 그때 혹시나 해서 사복 주머니에 있던 조미료를 훈련복 주머니에 털어 넣었다. 구멍가게에서 작은 봉투에 조미료를 나눠 팔고 있던 것을 샀다. 요즘 순대 포장을 사면 작은 비닐봉지에 소금을 따로 넣어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군대에서 첫 식사를 할 때 멀건 된장국이 나왔다. 첫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속에서 역한 반응이 왔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런데 주머니 속 조미료를 집어넣자 국 맛이 확 달라졌다. 먹을 만했던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중에는 조미료 없이도 입맛이 적응해갔지만, 조미료의 위력을 실감한 일이었다.

맛집이라고 소문 난 식당에 가보면 조미료 덕을 본 곳들이 몇몇 있다. 한번은 설렁탕으로 유명한 맛집에 갔는데 뚝배기 언저리에 조미료 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 순댓국집에서는 주방 할머니가 뭔가 흰 가루를 한 숟갈 떠서 순댓국에 넣는 것을 보고 가서 확인해 보니 역시 조미료였다. 소금 한 숟갈과 함께 그만큼 조미료를 넣은 것이다. 청담동에 곱창을 주문하면 시골 청국장이라며 내 오는 음식점이 있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시골 청국장이라 하여 조미료를 안 넣을 줄 알았다. 그래서 조미료 없이 청국장을 해보라고 했는데 도저히 그냥은 먹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조미료를 첨가해달라고 했다. 조미료는 어느새 그만큼 대중화된 맛인지도 모르겠다.

한때 방송에서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음식점을 좋은 음식점으로 선정하고 조미료를 조금이라도 쓰는 음식점은 탈락시키는 프로그램도 방영한 적이 있다. 그런 풍조 속에 조미료는 확실치는 않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조미료가 좋다, 나쁘다는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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