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까지 위협하는 미세먼지

기사입력 2019-03-20 17:29 기사수정 2019-03-20 17:29

올겨울은 유독 미세먼지로 전 국민이 몸살을 앓았다. 어릴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회에 참여해 별을 봐왔는데, 겨울 하늘이 가장 맑아서 별 관찰하기에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에도 별을 보기 힘들다. 20년 전과는 자연환경이 너무 많이 달라져 두려울 정도다. 겨울철에는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다. 환자들에게 밖에 나가 햇볕을 많이 쬐라고 권하는데, 지금은 그런 말 하기도 힘들다.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한날은 목이 칼칼하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동의보감’이 쓰인 시대에는 없었던 병이 생긴 것이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정도가 아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뇌를 공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초미세먼지가 혈관을 타고 뇌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초미세먼지가 뇌졸중, 치매, 우울증 등 뇌와 관련한 질환도 유발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킹스칼리지런던 프랭크 켈리 교수팀이 런던 시내의 병원을 이용한 50세 이상 환자 13만1000명의 8년(2005~2013년)간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최대 4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진인 미국 예일대학교 시첸 교수와 중국 베이징대학교 샤오보 잔 교수 연구팀은 2010년과 2014년 중국인 3만1955명을 대상으로 단어 맞히기와 숫자 계산을 하는 인지 능력 실험을 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언어와 수리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64세 이상 고령층과 교육을 덜 받은 계층, 남성에게서 인지 능력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마스크를 쓰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고한다. 미세먼지 흡입을 억제하면서 배출을 돕기 위해서다. 그런데 마스크는 미세먼지는 걸러내지만 산소 흡입을 방해하므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노약자들이 미세먼지에 약한 이유는 한의학적인 분석이 더 적합해 보인다. 한의학에서는 코와 기관지도 폐로 보는데, 폐는 적당한 진액이 있어야 제대로 일을 하는 기관이다. 또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주관하고, 횡격막 운동으로 대·소장을 움직이며, 소변 배출을 도와주고, 인체 상부로 떠오르는 열을 아래로 내려 보내며, 외부 침입자를 몰아내 인체를 보호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폐의 진액이 말라 끈적끈적한 가래가 생기고 호흡기능도 떨어지고 소변 배설도 시원찮아진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도 일종의 외부 침입자인데 폐가 약해지면 이들을 막아낼 힘이 없어 몸에 문제가 생긴다.

폐의 진액을 적셔주는 약을 보음약(補陰藥)이라 한다. 사삼, 더덕, 맥문동, 천문동, 석죽, 둥굴레, 구기자 등이 도움이 된다.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게 말린 인삼, 오미자, 곶감도 폐의 진액을 보충해준다. 이 재료들은 생으로 먹는 것보다 자연건조해서 먹어야 효과가 더 크다. 건조기로 인공건조한 것들은 폐의 진액을 더 마르게 할 수 있다. 배에는 진액이 많은데 생즙으로 먹는 게 더 좋다. 도라지는 폐와 기관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효능이 강하다. 이런 약재들을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물은 우리 몸이 활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 정수기 물보다는 생수, 약수가 좋다. 목이 말라 정수기 물을 마시면 뱃속에서 출렁대는 소리만 날 뿐 입속의 침은 금방 마른다. 생수나 약수를 마시면 손발과 머리까지 물이 퍼져나가며 입에서도 침이 나온다. 물은 침을 나오게 해서 기관지를 적셔 미세먼지를 막도록 해준다. 생수 2ℓ에 죽염 8g을 녹인 물을 마시면 좋다. 물은 하루에 1ℓ 이상 마셔야 한다. 입이 마르면 기관지도 마른다.

미세먼지를 피하려면 주거환경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겨울 편서풍이 심해 겨울철에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서쪽에 침엽수림이 있으면 겨울철 미세먼지 제거에 도움이 된다. 침엽수로는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향나무 등이 있는데, 자라면서 큰 숲을 이루는 잣나무가 가장 적합하다. 잣나무 숲이 있는 동쪽에 주거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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