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의 한문산책] 읍견군폐(邑犬群吠), 온 고을 개가 다 짖으니

기사입력 2016-02-12 08:43 기사수정 2016-02-12 08:43

▲1921년 만소당죽장화전(晩笑堂竹荘畫傳)에 실린 유종원.
▲1921년 만소당죽장화전(晩笑堂竹荘畫傳)에 실린 유종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란 인물들이 있다. 문자 그대로 당(唐)나라와 송(宋)나라 때 가장 글을 잘 쓰는 8명을 일컫는 말인데, 그들 중 한 명인 당의 유종원(柳宗元)이란 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필자는 유종원의 글을 공부하다가 <답위중립서(答韋中立書)>란 글을 읽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일이 있다.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중국의 한문은 문자 그대로 한(漢)나라 때의 문장을 나타낸다. 당시 자유로웠던 문장형식은 이후 위진(魏晉) 이래 점점 형식을 중시하는 병려체(騈儷體) 문장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를 비판하면서 고문(古文)으로 돌아갈 것을 주창한 인물이 바로 유종원에 앞서 등장하는 당송팔대가인 한유(韓愈)이다. 한유의 주장을 이은 사람이 유종원으로, 두 사람의 주장이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한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위중립(韋中立)이란 사람이 유종원을 찾아와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고 한 데 대해, 유종원이 대답한 아래 문장은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전략) 위진시대 이후로는 사람들이 더욱 (고문을 따르는) 스승을 모시지 않게 되어 요즈음에는 스승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도 못했고, 또 있다고 하여도 모두가 비웃고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한유만은 분연히 당시 풍속을 돌보지 않고 비웃음과 모욕을 무릅쓰면서 후진을 불러 모으고 <사설(師說)>을 지은 뒤 엄숙한 얼굴을 하고 스승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세상 사람들은 떼를 지어 이상하게 여기며 욕하고 손가락질 곁눈질하니 한유는 이 때문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며... 황급히 동쪽으로 몸을 피하길 수차례나 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당시의 상황이 그러하였구나...’란 느낌이지만 이어지는 문장을 읽고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유종원이 어떻게 자신과 한유를 공격하는 무리들을 싸잡아 표현하고 있는지, 고금을 통틀어 가장 신랄하다고 표현되는 아래 문장을 살펴보자.

“굴원(屈原)이 이르기를 ‘마을의 개들이 떼로 짖는 것은 이상한 사물이 있어서?라고 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용(庸)과 촉(蜀) 지방의 남쪽에는 항상 비가 오고 햇빛 나는 날이 드물어 해가 뜨면 개들이 짖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과장된 말로 여겼었는데, 육 칠년 전 남쪽지방으로 온 지 두 번째 해 겨울에 큰 눈이 내려 오령 너머 남월(南越)의 몇 주까지 덮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여러 마을의 개들이 모두 놀라 짖고 물고 하면서 며칠 동안 미쳐 돌아다니다가, 눈이 그친 뒤에야 잠잠해졌습니다. 그제야 저는 전에 들었던 얘기를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유는 스스로를 촉 땅의 해[日]로 만들었지만, 선생은 또 나를 남월의 눈[雪]으로 만들려고 하니 이 어찌 해(害)가 안 되겠습니까? 더욱이 저만 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선생 또한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와 눈에게 어찌 잘못이 있겠습니까? 본시 짖는 것은 개들일 뿐이니, 생각건대 요즈음 세상에 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자신과 한유를 각각 눈과 해에 비유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해 공격하는 무리들을 ‘짖는 개’로 표현한 유종원의 문장, 이것이 바로 유명한 ‘邑犬群吠(읍견군폐)’ 사자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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