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의 한문 산책] 김영란법과 청백리(淸白吏)

기사입력 2016-11-01 10:45 기사수정 2016-11-01 10:45

한국 사회가 고질적인 부패 때문에 드디어 김영란법이란 충격적 요법을 도입하였다. 고대 사회는 공직의 부패가 훨씬 광범위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공직사회의 청렴을 그리는 열망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서진(西晉)시대 육운(陸雲)이란 시인은 시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머리 위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그것이 곧 문(文)이요, 기를 머금고 이슬을 마시니 그것이 곧 맑음[淸]이며, 기장과 피를 먹지 않으니 그것이 곧 청렴[廉]함이고, 거처함에 집을 지어 살지 않으니 그것이 곧 검소[儉]함이며, 기다려 절개를 지키니 그것이 곧 그 믿음[信]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매미가 청백리(淸白吏)의 상징이 되어 이를 옥으로 조각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공직사회에 대한 경계로 삼았다. 또한 익선관(翼蟬冠)이라 하여, 황제가 쓰는 관의 뒷부분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붙여 스스로 경계를 삼았는데, 명(明)나라부터 시작한 이러한 복식은 조선시대에도 전해져 내려온다.

또한 청백리를 상징하는 단어로 ‘빙심옥호(氷心玉壺)’란 단어가 있다. 당나라 때 시인 왕창령(王昌齡)은 관료로서 여러 번 좌절한다. 깨끗한 인품임에도 하찮은 실수로 좌천당하는 경우가 여러 번이었다. 그가 난징(南京)에서 벼슬을 하고 있을 때 친구 신점(辛漸)이 찾아왔다.

불운한 처지에 빠져 있을 때 찾아온 친구가 어찌 반갑지 않을 텐가? 이 친구가 떠날 때 헤어지기 섭섭한 마음에 그가 시 한 수를 적으니, 그것이 바로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며)>이라는 시다.

寒雨連江夜入吳(한우연강야입오)

차가운 밤비 강을 따라 오나라로 흐르는데, 平明送客楚山孤(평명송객초산고)

새벽녘 벗 보내니 초산이 외롭구나.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낙양의 벗들이 내 소식 묻거든,

一片氷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항아리에 있다고 전해주오.

왕창령이 ‘청렴’ 또는 ‘고결’과 연관시켜 사용한 이후로 ‘빙심옥호’란 단어는,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먼 깨끗한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대표적 표현이 된다.

그런데 친한 친구와 이별할 때 쓴 시여서 이 말은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도 사용된다. 예컨대 조선조 정유재란 때 명나라는 조선에 지원군을 파견한다. 이때 지원군으로 파견된 오명제(吳明濟)란 장군을 상대하는 역할로 조선은 허균(許筠)을 지명하는데, 허균은 나중에 귀국하는 오명제에게 ‘빙호(氷壺)’란 단어가 들어간 시 구절을 지어 보낸다.

國有中外殊(국유중외수)

나라야 중국과 외국의 구별 있지만,

人無夷夏別(인무이하별)

사람은 오랑캐와 중국인 구별이 없는 법.

落地皆弟兄(낙지개제형)

태어난 곳 달라도 모두 형제이니,

何必分楚越(하필분초월)

초나 월나라 나눌 필요 뭐가 있으리오?

肝膽每相照(간담매상조)

간과 쓸개를 꺼내어 매번 서로를 비추니,

氷壺映寒月(빙호영한월)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을 시린 달이 내려 비추네.

앞의 왕창령 시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북경 칭화(淸華)대 강연을 갔을 때, 박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펑유란(馮友蘭) 선생이 쓴 이 시의 서예작품을 선물받아 소개된 적이 있었다. 허균의 시는 다음 해인 2014년 시진핑 주석이 한국 방문 시 서울대 강연에서 인용하여 소개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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