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어르신휴센터 월계동 센터(이하 월계어르신휴센터) 1층 커뮤니티공간 모여락에 들어서자, 손바느질로 곱게 만든 작품들이 놓여 있다. 몇몇 작품은 ‘판매 완료’라는 쪽지가 붙었다.
이 전시의 이름은 ‘뚝딱뚝딱 만들어 볼까?’다. 일흔에 바느질 작품으로 첫 전시를 연 작가 박경희 씨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는 데 쑥스러워했지만, 손끝에서 나온 물건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종이컵 너무 많이 쓰잖아요.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저는 항상 개인 컵을 갖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그냥 넣으면 먼지도 묻고 불편하니까, 글씨가 있거나 뻣뻣해서 잘 안 쓰게 되는 홍보용이나 등산용 손수건으로 컵을 담을 천주머니를 만든 게 시작이었어요.”
이 작은 시작은 곧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는 틈틈이 손바느질로 컵주머니를 70여개 만들어 등산로에서 나눠줬다. 대가도 없었다. 그저 “개인 컵 쓰자”는 말을 건넸을 뿐이다.

버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 디자인
최소한의 부자재를 제외하고, 그는 작품을 위해 일부러 재료를 사지 않는다. 재료는 주변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안 쓰는 천이다.
“그런 걸 가져오면, 이 디자인을 살릴까 저걸 살릴까 고민하는 재미가 있어요. 요리조리 궁리해서 손바닥만한 천 한조각도 남지 않을 때 뿌듯하죠.”
손이 잘 가지 않던 코트는 해체해 몸에 잘 맞는 조끼와 두 개의 가방이 됐다. 와이셔츠, 베갯잇, 테이블보, 자투리천 등은 파우치와 북커버, 가방, 수저집, 안경집으로 다시 태어난다.
홀로 익힌 퀼트기법과 아기자기한 꽃 자수 등으로 미적 완성도를 높인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따로 있다.
“저는 복잡한 것보다 심플하고 실용적인 게 좋아요. 실제로 손이 가고 잘 써야죠. 지금 우리가 소비를 너무 많이 하잖아요. 덜 버리고, 덜 소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이 전시는 환경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쓰는 일, 안 쓰는 천을 손바느질로 이어 쓰는 일, 즉 물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태도.
이런 태도는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박 씨는 2007년부터 숲해설가로 활동해왔다.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숲을 설명하며 자연의 흐름을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숲해설을 오래 했어요. 2007년부터 했으니까 거의 17~18년은 한 거죠. 바느질에 관심을 갖게 된건 2013년 즈음이네요. 겨울에는 숲해설을 안하니까 시간이 많아요. 그럴 때 이렇게 바느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힐링이더라고요.”
숲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다. 낙엽은 흙이 되고, 흙은 다시 생명을 키운다. 그의 바느질도 이와 닮았다.
수십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지만, 이는 그의 작품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간 만든 것에 비하면 여기 나온 건 10%도 안 될 거예요. 대부분은 그냥 다 나눠줬죠.”
그에게 작업은 생산이 아니라 ‘순환’이다. 누군가 가져온 천이 물건이 되고, 그 물건은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간다. 때로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작품에 사연이 깃들며 전시는 더욱 풍성해진다.
“그 사람이 쓰던 와이셔츠로 만든 거니까, 다시 그분께 보내드리려고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다.
“하는 동안에 힐링이 있고, 또 나누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사실 한번도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나, 팔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전시하고 판매를 한 건, 판매금을 기부하라는 안민자 월계어르신휴센터장의 설득 때문이었답니다.”

‘생활전시’라는 새로운 방식
이번 전시는 3월 19일에 개관한 월계어르신휴센터의 첫 번째 전시다. 안민자 센터장은 이를 ‘생활전시’라고 설명한다.
“자기 스토리가 있는 건 무엇이든 전시할 수 있어요. 그간 모아온 물건도 되고, 집에서 해온 작업도 다 전시가 됩니다.”
월계 어르신휴센터는 원래 사용이 줄어든 경로당 공간이었다.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와 교육, 모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인지 훈련 프로그램, 요가와 셔플댄스 수업 등이 열리고, 교육과 소모임이 이뤄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전시’가 들어왔다.
전시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가 된다. 시니어를 ‘작가’로 발굴해 그들의 삶의 흔적을 선보일 무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일부 작품은 판매되고, 향후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박경희 씨는 처음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였다.
“이런 걸 전시한다고요? 허접한데… 그랬어요. 그런데 ‘우리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해서, 그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이 지점이 전시의 핵심이다. 전문가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웃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를 둘러보던 관람자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이건 어떻게 만들었는지, 집에 있는 물건으로도 가능한지, 나도 할 수 있는지 등등이다. 질문이 이어지는 순간, 전시는 참여의 장으로 기능을 바꾼다. 박 씨의 말은 그 변화의 방향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별거 아닌데, 해놓고 보면 쓸모 있는 게 되잖아요.”
이 작은 전시는 그 가능성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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