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에 낮은 담장 하나 정도는 치자

기사입력 2017-03-08 14:25 기사수정 2017-03-08 14:25

외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클 20년 대선배가 결혼 새내기 후배들 앞에서 일갈했다.

“난 남편이 일단 현관을 나서면 내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 집에 오면 그때부터 다시 내 남자야.”

그리고 이것이 평온한 정신세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알콩달콩한 연애시절이 가고 신혼시절의 달콤함마저 사라지고 나면 아이 낳고 키우고 며느리 노릇 하느라 거의 전쟁 수준의 강도로 바쁘게 살게 된다. 아내로 엄마로 식모로 찬모로 학부형으로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격도 거칠어지고 급해진다. 옷도 간편하고 수수한 복장이 편해진다. 당연히 남편이 보는 아내의 모습은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한참 유행이 지난 낡은 옷을 입은 촌스런 여인네이기 쉽다. 게다가 향긋함과는 거리가 먼 마늘, 된장 냄새에 맨날 찌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남자들은 밖에서 매너 좋고 옷차림이 섹시한 여성들에게 끌리게 되고 아내는 어느 날부터 부엌데기가 돼버린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가면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변해버린 모습에 놀라게 된다. 중년 여자들은 주름살이 늘었다며 사진 찍기를 거부하고 사라져가는 여성성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앞으로 달려가기만 했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이때 느끼는 심리적 공허감, 신체적 위축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서로에게 성적인 매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부부는 남아 있는 마지막 본능을 깨워서라도 젊음을 되찾고 싶어 한다.

남자들은 젊은 여자와 외도하는 방법으로 젊음을 확인하곤 한다. 물론 가정을 깰 의사는 전혀 없고 잠시 오락실처럼 들렀다 오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지 못한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계 섹스리스 부부 비율은 2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일본 45%에 이어 35.1%로 2위라고 한다. 남자들은 성매매 같은 정크섹스(junk sex)를 외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성을 쾌락의 도구로 여기는 사람은 배우자와의 성관계에서 갖게 되는 유대감, 안정감, 친밀감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남성은 아내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나이 든 여성의 성이 터부시되고 젊은 여성과의 연애와 성을 꿈꾸는 한 중년의 외도는 멈출 것 같지 않다. 외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기능 상실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을 못 만나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본부인은 서방의 검은 머리만 뽑고, 첩은 서방의 흰머리만 뽑아준다.”

본부인은 서방이 바람피울까봐 늙어보이도록 검은 머리를 뽑고 첩은 늙은 남자와 사는 게 창피해서 흰머리만 뽑는다는 속담이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부부가 함께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부부는 그렇지 못한 부부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게 산다고 한다. 성을 터부시하는 부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부부는 낮에 싸우고 밤에 푼다.”

“두더지 마누라는 두더지가 제일이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한다.”

위의 속담들처럼 가능한 한 남편을, 아내를 좋게 바라봐야 한다. 누구나 가끔은 유혹을 당하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 습관적 범죄형이 아니라면 가벼운 외도는 실수로 봐줘야 한다. 서로의 마음에 낮은 담장 하나 정도는 치고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인정해주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배가 말했다. 남편의 외도를 눈치 챘다면 다른 데 가서 화 풀고 절대로 아는 체하지 말라고. 반드시 돌아온다고. 돌아오면 아내에게 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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