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초연 이후 30년 넘게 대학로의 스테디셀러 연극으로 사랑받고 있는 ‘늘근도둑이야기’.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두 늙은 도둑이 노후 대책을 위한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부조리한 사회에 유쾌한 돌직구 유머를 날리는 이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터줏대감, 바로 배우 박철민이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작품에 열성
봄볕이 포근히 내려앉은 숲길이다. 풀 틈새엔 홀로 암팡지게 피어난 노란 민들레꽃. 언제부터 몸을 들이민 놈일까, 벌이 꽃 속에서 삼매경에 잠겼다. 미동조차 없으니 이미 취해 혼곤한 게다. 영락없이 낮술에 대취해 엎어진 한량 꼴이다. 봄이란 탐닉하기 좋은 철이다. 그렇다고 다 가질 수야 있겠나. 꽃을 밝히는 벌인들 무슨 수가 있으랴. 무릇 아름다운 것
올해 여든일곱 살이신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이상하다는 연락이 왔다. 가슴 부위가 답답하다고 하신다. 며칠 전 ‘혈관이 막히거나 터졌을 때 발생하는 병’에 관한 방송을 우연히 봤었다. 그래서인지 심장 부근의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를 모시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의 풍경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죽음을 다룬 대표적인 낭만적 비극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탈리아 북부지방에 있는 ‘베로나 Verona’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아디제 Adige’ 강이 유유히 흐르는 이곳은 로마 시대 유적뿐만 아니라 중세 이후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주황색 지붕의 아름다운 도시다. 특히, 소설 속 ‘줄리엣의
89세 아버지에게 폐암 진단이 내려졌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고 폐에 생긴 암이 갈비뼈를 눌러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가슴 위가 결리고 옆구리가 부어 움직이는 게 힘들다고 했는데, 옆구리 통증의 주범이 암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 진통제 덕분인지 곧 안정을 찾았다. 간병하는 여사님이 자식보다 더 친절하게 아버
● Exhibition
◇ 물, 비늘, 껍질
일정 4월 26일까지 장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김정옥의 단독 기획초대전으로, 그동안 작가가 주목해왔던 ‘물고기’ 연작에서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 즉 수족관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이뤄졌다. 작가는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라며 “물이 아닌 공기로 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이후경 소설가가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에게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순현 형, 하필이면 형을 보기로 했던 날, 만나서 형의 아내이자 내 친구인 J의 명예퇴직을 축하해주기로 한 날, 형은 쓰
나이 먹어서 즐거운 일은 호수공원에 나가서 봄볕을 쪼이는 일이다. 일하다가 지겨워서 작업실 커튼을 열고 내다보면 공원에 봄볕이 가득하다. 나는 햇볕이 아까워서 하던 일을 밀쳐놓고 공원에 나가 양지쪽에 앉는다. 노인들이 많이 나와 있다.
햇볕을 쪼일 때 해와 나 사이에는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 햇볕은 옷을 뚫고 들어와 내 몸속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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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은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 길목의 인구 20만 명이 사는 도시입니다. 온타리오의 많은 주택지처럼 계속 인구가 팽창해 집값이 많이 오른 타운입니다만 제 주거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큰길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건물의 콘도를 구입했던 게 6년 전인데 한적하고 운치 있는 동네를 떠나 큰길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우동집 앞에는 공원이 있었다. 11월의 찬바람에 느티나무 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벗어던져야 할 지난날의 안락했던 생활의 옷처럼 그렇게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공원 안에는 낡은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고,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 위에 소주병이 몇 개 던져져 있었다. 낭만을 말하기에는 현실감의 무게가 너무 큰 풍경이었다. 누군가 먹고 버린 소주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