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화와 공간: 홍콩’이라는 주제로 홍콩 영화 수작들을 상영했다. 상영작 중 두 편이 허안화 작품이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허안화(쉬안화, 許鞍華)의 작품들은, 일상을 통해 인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여백과 깊이를 안겨준다. 현실에 발 디디고 사는 서민의 삶을 그려내는 감독 중 허안화만큼 진실한 감독도 드물다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많은 미세먼지와 흡연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폐를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폐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큰 병에 걸려 후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폐는 공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공급해주고,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합니다. 이
폭염이 등에 달라붙는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습도도 높다. 더위는 홍 선생의 숨을 아예 막아버릴 기세다. 홍 선생은 전기세 고지서를 들여다보다 한숨을 지으며 집을 나선다. 선풍기로는 해결되지 않을 한여름 폭염. 에어컨을 틀 여건은 되지 않으니 찬바람 이는 곳을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
'살아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필자를 얼마나 자주 울렸던 시구였던가!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시를 쓰는 도종환은 필자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여러 권의 시집을 냈기에 수많은 시가 있는데도 필자가 유독 이 시에 필이 꽂힌 것은 옷을 유독 사랑하는 성향 때문일까?
오늘 아침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까?’에 대한 고민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이나 유품의 정리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무작정 버리기에는 아까울 물건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한 물건들이니 미리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맡아줄 누
같은 직장에서 만난 30년 지기 친구 K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결혼 전 동거해 아이까지 낳고 그렇게 불같은 연예와 출산의 과정을 거친 후 결혼을 했다.
K의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가 잘난 여성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좀 고리타분한 성격의 남자였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그럭저럭 사는가 싶었는데 이 남자, 연애할 때는 느
늙음 뒤엔 결국 병과 죽음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의 애환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울 때라도 살아갈 길은 있다는 뉴스는 비 오듯 쏟아진다. 비곗살처럼 둔하게 누적되는 나이테에 서린, 쓸모 있는 경험과 요령을 살려 잘 부릴 경우, 회춘과 안락을 구가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문제는 삶의 후반전, 그 인생 2막을 열어 내딛는
이사한 아들네 집에 가보니 전에 살던 집에서는 못 보았던 어항이 거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귀여운 손녀가 조그마한 손으로 필자를 어항 앞으로 이끌며 “할머니, 아빠가 물고기 사왔어요, 예쁘죠?” 하며 자랑이다. 하긴 우리 아들은 늘 강아지나 금붕어 등을 키워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결혼 전에는 필자가 반대했고 결혼 후에는 마누라가 싫다고 해서 이루지 못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트레비네는 조용한 강변 마을이다. 레오타르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트레비슈니차 강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소도시. 오스만 시대의 아치형 다리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마을을 잇는다. 고요한 소읍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강물 속으로 마을 풍치가 풍덩 빠져 반영되어 흔들거리면 긴 여행자의 묵은 시름이 사르르 치유된다.
일본의 군함도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섬이 군함처럼 생겼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사진으로 볼 때는 거대한 군함처럼 삼엄한 느낌을 준다. 2015년 일본이 군함도를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의 역사 현장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했을 때 이곳 군함도가 하시마 탄광과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군함도에 조선인 800여 명이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