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시사평론가
중년이 돼서도 예쁜 여자나 ‘쭉쭉빵빵’한 몸매의 여인들을 보면 눈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품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눈요기만 한다. 수컷 본능이다. 암컷들은 수컷에 비해 소극적이기 때문에 멋진 남성을 대놓고 쳐다보지 못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눈요기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과 비교하면 가끔은 신세가 한탄스럽기도 하다. 남자나 여자나 한탄하고 부러워하면서 늙는다.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네 인생이다. 죽기 직전이 되어야 “왜 그토록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나?” 하고 피눈물을 흘린다. 중년의 나이에도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인생을 허비한다. 어느새 중년이 되었듯이 불현듯 늙어버리고 한 줌의 재가 될 날도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다가온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짜릿하게 살아야 한다. 가장 짜릿한 것은 역시 연애(戀愛)일 것이다. 사랑하는 마누라와 짜릿하게 연애하듯 살면 최상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마누라가 엄마처럼 느껴지거나 선생님처럼 또는 가정부처럼 느껴지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짧은 인생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 그럴 때는 이혼이 정답이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성을 찾아야 한다. 이혼을 하고 다른 이성을 찾든지, 아니면 부부가 합의하에 다른 이성과 교제를 하든지 적극적으로 행복 찾기에 나서야 한다. 아니면 부부가 서로 자위행위를 해주거나, 그 어떤 방법으로라도 서로를 위해 짜릿한 감정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참고로 필자는 요즘 정말 짜릿하게 살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일본 교토(京都)의 한인교회에서 하객이 단 한 명도 없는 단둘만의 멋진 결혼식을 올리고 짜릿한 재혼생활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매일 결혼식 사진을 보고 동영상을 관람하면서 마누라와 환하게 웃는다.
요즘은 회식도 줄이고 친구들과의 소주파티도 대폭 줄였다. 대신 마누라와 북한산 바로 밑 신혼집에서 거의 매일 저녁 단둘이 파티를 즐긴다. 달콤한 발라드나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블루스를 추고 난리다. 20년 전 이혼하고 숱한 연애를 했건만 지금처럼 행복하진 않았다. 지금이 인생 최고의 전성기다.
만약 하나님이 나에게 “언제로 돌아가고 싶니? 그때로 돌려 줄게!”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지금입니다. 이대로 건강만 허락해 주세요!”라고 간곡하게 요청드릴 것이다.
누구라도 필자와 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배우자와의 생활이 무미건조하다면 과감하게 다른 이성을 찾아야 한다. 얼마든지 이성으로부터 유혹을 당할 수 있다. 그 상대가 나에게도 끌린다면 못이기는 척하고 넘어가 주면 된다. 수동태가 될 가능성이 없으면 능동태로 적극적으로 이성을 유혹해서 행복 찾기에 나서야 한다.
부인과 남편이 따로따로 불행한 나날을 보내면서 세월만 낚고 있다면, 내 인생은 물론 포기한 것이지만, 배우자의 인생도 같이 망가뜨리고 있는 공범이다. 중년인 지금부터라도 서로 의기투합하면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다. 그게 이혼일 수도 있고, 별거라는 형식으로 합의하에 서로 다른 이성과 짜릿한 연애를 하면서 가정을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솔직하게 서로 털어놓고 짜릿한 만족을 위해 요구하고 조정해야 한다.
결혼 30년 차인 내 지인은 아내와 잠자리를 한 지가 10년도 넘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몇 달 전 갑자기 신수가 훤해져서 나타났다. 마치 아우라를 드리운 스타와도 같았다. 이유인즉, 부인과 합의해서 서로 다른 이성을 찾아 연애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 15살이나 어린 젊은 애인과 너무나 짜릿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부인은 어떠냐?”고 필자가 물어보니, “와이프도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기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자기 자신도 놀랐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털끝만큼의 질투심도 남아 있지 않아서 놀랐다는 자가진단이다. 오히려 부부사이가 더 편해져서 진짜 친구(Best Friend)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 전에는 부인과의 성생활이 전혀 없기에 본능적인 성욕의 해소를 위해 몰래 직업여성과 가끔 돈 주고 섹스를 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부인에 대한 죄책감이 들어서 찜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의 연애를 인정해주니까 부인에 대한 죄책감도 없고 오히려 신뢰감이 더 쌓였다고 한다.
부인도 스스럼없이 초등학교 동창과의 만남을 소상히 얘기하면서 남자의 심리에 대해 물어보곤 하는데 정말 재미있다고 털어놓는다. 극히 드문 케이스지만 중년에 짜릿한 행복을 쟁취한 경우다. 전통적인 도덕관에 비추어 본다면 당연히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도덕관마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불과 백 년 전에는 행세깨나 한다는 남자들은 첩을 두고 살아도 사회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질 않았다. 심지어 같은 집에서 본부인과 첩이 형님 동생하면서 의좋게 살기도 했다. 첩이 두세 명인 경우도 허다했다.
10년 이상 섹스 없이 서로 각방을 쓰면서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보다는 배우자와 서로 합의하에 애인을 두는 편이 훨씬 도덕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실비아 크리스텔(Sylvia Kristel)이 열연한 영화 에서 부부는 정말 사랑한다. 그 부부는 서로의 행복을 위해 다른 파트너와 잠자리를 적극 권장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 장면을 보면서 음미하기도 한다. 영화 의 스토리는 에로티즘으로 한 발 더 나아갔지만, 아까 소개한 지인 부부의 경우는 앞으로 백세 시대의 행복을 위해서는 보편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이혼한 지 20년 만에 짜릿한 재혼생활을 하고 있고, 전 아내도 필자보다 먼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딸에게서 전해 듣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혼하지 않고, 배우자 몰래 도둑연애나 하고 대충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에 급급하게 살고 있다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생각하면 끔찍하다.
자칭 대한민국 최고의 한량이라고 자부하는 필자가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배우자와 짜릿하지 않다면 이혼이나 위에서 예로 들었던 케이스처럼 뭔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행복은 최고의 가치이고 쟁취해야만 한다. 눈치를 보다간 이 생명 다할 때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중년인 지금이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결심할 최고의 적기다.
>> 이봉규 시사평론가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석사, 한국외대 정치학 박사, 한국외대 외래교수
미국은 평상시에는 17시간, 썸머 타임에는 18시간 한국보다 시차가 늦었다. 한국에는 큰딸만 남아 있어 필자는 자연히 큰 아이에게만 신경을 썼다. 작은 아이에게는 시간을 따져가며 수시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국제 전화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착하기만 하던 작은 아이에게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작은 아이는 중학교 1학기를 마치고 이민 갔다. 정상적이라면 7학년에 다시 들어가야 했지만 8학년으로 들어갔다.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공립학교에도 무사히 들어가 다행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입학한 그 날도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견딜 만한지, 영어는 알아듣겠는지, 한국 아이는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한 것이 한둘이아니었다. 필자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사춘기를 맞이할 14세 작은딸이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이 여간 짠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학교 앞에 집이 있었고 학교는 아침 8시 반에 시작해서 오후 3시면 끝난다고 했다. 미국은 아이들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이 부모에게는 아주 큰 일이었다. 한국 아이는 남녀 합해서 5명 정도이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그냥 멍청히 참고 앉아서 끝날 시간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작은아이는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종일 지겹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을 흐리더니 울먹거렸다. 이내 남편에게 전화했다. 아이가 이상하다고 했더니 남편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 며칠 전부터 친구 집에서 자주 자고 오고 말도 잘 안 한다고 했다. 그 집 엄마가 엄청 잘해준다며 또 가도 되냐고 했단다.
방학이 오기가 무섭게 비행기 예약을 서둘렀다. 작은아이를 직접 보고 얘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빨리 만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좁아터진 비행기가 어찌나 답답한지 숨통이 막혀왔다. 오랜 시간 비행 끝에 몸은 피곤했지만 그렇게 그립던 아이를 만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머리는 노랗게 물들여 풀어헤치고 엄마를 반가워는 했으나 어딘가 어색했다. 바라보는 묘한 눈빛이 엄마를 노려보는 것만 같았다. 불과 얼마 만에 이상하게 변해 버린 사춘기 아이의 모습이었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함이랄까. 자기 멋대로 촌스럽게 멋을 부린 어설픈 미국 중학생이었다. 필자는 집으로 향하는 내내 뒷자리에 앉은 아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잔뜩 긴장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아이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다른 문화 속에서 하나하나 성숙해가는 여성의 모습들을 이해는 했지만 감정이 이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작은아이도 엄마에게 짜증 부리며 대들었다. 어찌 화가 나는지 조용히 앉아 반성하라고 했더니, 눈을 부릅뜨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대꾸를 해왔다. 필자는 솟구치는 화가 조절되지 않았고 습관처럼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그때, 작은 아이 가는 손목이 필자 손을 불끈 잡더니 자기 몸에 손대지 말라고 소리쳤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폴리스(경찰)를 부르겠다고 했다. 순간 기가 막혀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았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지만 그대로 주저 앉을 밖에 없어 힘을 모아 더 세게 몰아나갔다.
“그래 전화해라! 지금 연락해! 엄마 잡아가라고 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가져다주었다. “대신, 전화하는 그 순간부터 너와 엄마는 남남이 되는 거야. 알았지!”라며 더 세게 몰아붙였다. 마음대로 하라고 목청 높이며 더 소리를 크게 질렀다. 아이도 겁에 질렸는지, 엄마의 기에 눌렸는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다 싶어 아이에게 무릎 꿇고 앉으라고 명령했다. 아이가 마지못해 다리를 반쯤 굽히더니 막 울어대기 시작했다. 뭔가 서러움에 가득 찬 어깨 짓이었다. 바라보던 엄마가 안타까움에 와락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는 어미의 가슴에 안겨 더 큰 목소리로 펑펑 울어댔다.
친구네 집은 엄마가 항상 집에 있고 먹을 것도 많은데 자기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기 마음을 다 몰라준다고 하면서 가슴을 후벼 파는 눈물로 엄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앞이 캄캄하고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이 아이를 또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랐다. 아빠가 늘 곁에 있으니 그저 하루 세끼 밥 잘 챙겨주고 영어공부하는 것만 돌봐주면 되려니 생각했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고민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큰아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엄마! 더는 나한테는 신경 그만 쓰고 미국으로 들어와요. 나는 이제 됐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엄마를 위로했다.
김유준 프리랜서 작가
중년의 일탈, 제2의 사춘기처럼 새로움을 맛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앞만 보고 산 세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잊은 채 가족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문득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대로 살아도 좋은 것인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화된 생활에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그 끝에서 일탈의 유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일탈(逸脫). 국어사전에 따르면 이 쉽지 않은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정해진 영역 또는 본디 목적이나 길, 사상,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나는 것’이 그중 하나. 나머지 하나는 ‘사회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첫 번째 의미를 좀 더 좁게 해석한다면 일탈은 바람직하다. 정형화된 삶의 틀을 슬쩍 비트는 단순하고도 소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도 좋겠고 젊은이들의 낯선 문화에 다가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자우림이 노래한 ‘일탈’의 노랫말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것도 (물론 위험하지만) 짜릿할 수 있겠고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것도 (물론 위법이면서 몹시 부끄럽겠지만) 일상이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하는 흥분을 느끼게 할 만하다.
때로는 궤도에서 벗어난 유인구가 상대 타자를 헛스윙하게 만드는 것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행위는 우리 삶에 종종 활력의 기폭제가 된다. 최민자가 쓴 수필 한 대목을 감상해보자.
‘낯선 바람, 낯선 언어, 낯선 음식 속에 서 있을 때, 나는 언제나 싱싱하게 살아난다. 금잔은대(金盞銀臺)의 수선화 한 포기에서 고향집 앞마당을 떠올려 보고, 물속에 거꾸로 선 나무들 사이로 초라한 내 그림자를 비추어 보는 게 즐겁다. 낯선 것들 속에서 익숙한 것 찾아내기.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
수필가가 제목으로 쓰고 있는 일탈이란 단어는 물론 첫 번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정갈한 글에서 수필가가 제시한 일탈의 예라고는 기껏해야 여행 정도이다.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의 조그만 빗겨남. 이런 일탈에 대한 유혹이라면 ‘유혹(誘惑)’이라는 다소 불건전한 단어 대신 좀 더 긍정적인 낱말을 선택해도 무방할 것이다.
두 번째 의미라면 상황은 사뭇 달라진다. 인간의 도덕관념과 관계된 터라 좀 더 살벌해지고 좀 더 구차해진다.
그런 일탈이라면 꽤나 경험해본 축이다. 술을 잔뜩 마시고 평소 어려워하던 선배에게 대들어보기도 했고, 으슥한 골목길에서 소변을 본다거나 하는 아주 자잘한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봤다. 쉽지 않은 고백이지만 이성을 대하면서도 실수를 가장한 남자답지 못한 짓거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 결과, 나는 현재 매일매일 시달린다.
일탈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일탈이 규범과 관계된 의미라면 그것은 언제나 후회와 속죄를 요구한다. 당신이 소시오패스가 아닌 평범한 일상인이라면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사내가 살면서 그럴 수도 있지’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나 통할 뿐.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조지약차(早知若此), 그리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느낌이 때마다 몸부림친다. 미련과 죄책감에 문득문득 진저리가 쳐지고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언젠가 대한민국 법조계의 엘리트 부장검사 한 명이 제주도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일탈 행위를 저질렀다가 지금껏 다져온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법의 심판까지 받은 사건이 있었다. 심리학 교수인 친구는 그의 그런 이해하기 힘든 행위를 두고 이렇게 해석했다.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아마도 남들은 다 겪는 일탈행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겠지. 그와 관련된 극심한 스트레스가 저런 이상행동을 불렀을 가능성이 커.”
첫 번째 의미에서의 일탈이 지나치게 부족한 탓에 중년 들어 갑작스럽게 두 번째 의미에서의 일탈에 취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아마도 지금 그 부장검사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지난날의 행위를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이다.
인간이 윤리관을 어떻게 지니게 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태어나면서 천성적으로 몸 안에 간직하게 된다는 설에 내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있다. 그 주장을 일단 신뢰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고 간주할 수 있다. 실제 삶이 어떠한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두 번째 의미의 일탈은 그 윤리관과 도덕관념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긴다.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시키거나 벌금을 물리는 법의 심판은 둘째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 인디언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세모난 쇳조각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쇳조각이 마음속을 휘저으면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생각했다. 인디언들은 쇳조각이 가슴을 찔러대는 그 아픔을 죄책감이라고 불렀다.
맨 처음 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에는 죄책감이 매우 크다. 날이 시퍼렇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쌓여갈수록 고통은 시나브로 덜해진다. 마음속 쇳조각의 날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밤마다 아픈 것을 보면 내 마음속 쇳조각의 날은 아직 무뎌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유혹을 통제하는 것은
살면서 누구나 일탈의 유혹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정해진 일을 한 뒤 다시 귀가해 잠자리에 드는 삶은, 세 끼 먹는 밥처럼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들지만 그만큼 따분하고 지루하다.
그에 대한 심적 저항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정교한 삶의 톱니바퀴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누구든 느끼게 된다. 불현듯 번지점프와 스트립쇼가 당기고, 지나가는 행인한테 욕을 통쾌하게 질러보고 싶고, 나아가 사회규범을 어기고 싶은 욕망까지 일곤 한다.
그러나 인디언들의 지혜는 일갈한다. 당신 마음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쇳조각이 아직 날이 살아 있다면 그런 욕망들을 지혜롭게 제어해야 한다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구분하라고. 쇳조각이 가슴을 찌르는 고통에 밤잠을 설치지 않으려면 현자들의 충고를 잠자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평온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의 지속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는 중년이기 때문이다.
>> 김유준 프리랜서 작가
1966년생. 20여 년 동안 영화전문지 , 남성교양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도서출판 현재) 등을 번역했다.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
학창시절 학교가 끝나면 몇 명이 몰려 마포나루로 달려가 주위를 둘러보고 보는 이가 없으면 옷을 벗어 알몸으로 책가방과 함께 머리에 이고 얕은 모래톱 찾아 여의도까지 걸어가 놀던 생각이 난다. 밖은 땀이 줄줄 흘렀지만 한강물이 어찌나 추웠던지 덜덜 떨어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끔 그때 함께한 친구들과 술안주 삼는 걸 보면 몇 안 되는 강한 추억이다
나이 들수록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시작인가 했더니 어느새 반환점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 선조들이 말씀 하시던 중용이란 말이 이 나이 돼서야 실감나는 걸 보면 나는 느림보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정확히 중용적인 삶이 무엇인지도 어렴풋하다. 어디에 의지하지 않고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삶. 말로도 어려운데 그런 인생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용이란 어느 물체 사이의 중간이란 수학적 거리 개념이 아니라 개개인이 다를 수 있는 기준의 역동적 의미가 더 큰, 살아 있는 의미의 이성적 마음가짐이란 생각을 해 본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타협이 아닌 때로는 한 쪽에 더 밀어주고, 당겨주는.
검찰청사 안의 눈을 가리고, 한 손에 칼, 다른 한 손에 평형을 이루고 있는 저울을 잡고 있는 조형물을 봐도 평형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불가능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반기 삶이 함께하는 삶이었다면, 하반기 삶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홀로 가기 삶이, 자기 존재의 의미,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지, 남의 눈이 아닌 내가 생각해도 내 적성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남성들의 청개구리 유전자를 발휘해보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죽은 게 아니다란 말이 있다. 우리의 초점을 미래에 맞춰 상상하고 꿈꿔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꿈꾸지 않으면 꿈을 꿔도 개꿈일 뿐이다. 무엇을 해도 후회 없는 삶은 없다. 단지 후회를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도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6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왠지 숙연한 분위기의 한국전쟁, 장마, 회색구름, 불쾌한 무더위란 말이 슬그머니 곁에 앉는다.
어디를 봐도 녹색의 우거진 신록.
피 천득 시 중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태양이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고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란 시구가 가슴에 들어온다.
며칠 전 집에 오는 길 눈도 안 좋은 내게 땅바닥에 기어 나 여기 있다 손 흔들던 싸라기만큼 작은 그 꽃. 그는 그만의 모양, 빛깔, 사연 그 자체로 존귀했다. 작디작은 존재도 이리 귀한데 6월은 맞는 우리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날이 좋다. 집 앞 산보라도 다녀와야겠다.
따뜻한 햇살이 살살 느껴지는 3월.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바라만 봐도 봄빛 넘치는 시니어 모임 ‘봄빛클럽’을 찾아갔다. ‘노후 친구 맺기’라는 구호 아래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통과한 50대에서 80대 시니어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분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눈만 마주쳐도 반짝반짝 웃음꽃이 만발한 현장. 이들이 모이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웃음꽃 만발한 봄빛클럽을 마주하다
#. 카페 안
강남시니어플라자 1층 카페. 시니어 남녀가 하나, 둘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모두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VJ 안녕하세요, 여기 다들 멋지게 빼입고 오신 것 같은데 오늘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나요?
봄빛클럽 회원 아, 오늘 ‘봄빛클럽’ 모임이 있어서 왔어요. 궁금하시면 저 한번 따라오시겠어요?
왠지 이들과의 첫 만남은 활기 넘치는 TV 속 장면 같다. 반가움에 손을 잡고 인사하고,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대학에 갓 들어간 새내기들의 미팅 장소 같은 느낌, ‘아, 역시 봄빛클럽 회원이구나!’ 했다. 봄빛클럽은 세련된 시니어들의 문화 공간 ‘강남시니어플라자’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홀로된 시니어들의 노후 친구 찾기 모임이다. 이날도 남녀 할 것 없이 서로 웃고 떠들고, 공감대 속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소년, 소녀 부럽지 않은 표정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주는 줄 알았죠
말 그대로 노후 친구 맺기 모임. 남녀 모두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모였다. 그런데 모임의 성향을 잘못 알고 가입한 사람이 있다. 지금의 ‘봄빛클럽’ 단장 이활주(李活柱·70)씨다.
“강남시니어플라자 사무실에서 ‘노후 친구 맺기 모임’이 생겼는데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물을 때까지도 잘 몰랐습니다. 어느 날 제 친구가 ‘왜 나가지 않느냐. 혼자 사는 사람 짝 맺어주는 모임이다’라고 했습니다.”
이활주 단장은 결국 친구의 오해가 불러일으킨 거짓 정보(?) 때문에 봄빛클럽에 가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신청하고 한참 후에 ‘연락이 왜 이리 없나’ 생각할 무렵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누굴 만나 상담을 받으라더군요. 또 가서 솔직하게 뭐든 다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또 연락이 한참 없어서 제 짝은 없나 보다 했습니다.”
한참 있다 강남시니어플라자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엔 진짜일까? 하고 갔는데 시니어 남녀 10명 정도를 불러놓고 이틀 동안 교육을 하더라고요. 그냥 상대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구나! 싶었습니다.”
이활주 단장은 봄빛클럽에서 좋은 친구를 만날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모임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회원들의 만남도 주선하고 공감대를 유지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하는 봄빛클럽의 단장이다.
홀로된 시니어를 위한 특별한 모임 ‘봄빛클럽’
봄빛클럽은 2014년 8월, ‘로맨스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사실 이 모임은 강남시니어플라자가 고안해낸 전문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다. 사회복지학 박사 이영경(李令卿· 65)씨가 직접 개인·집단 상담을 해서 회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검증한 뒤 모임이 결정된다. 이활주 단장의 기나긴(?) 상담 여정이 바로 봄빛클럽 가입을 위한 중요한 절차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노후 친구 맺기의 성격보다는 이성 친구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영경 박사는 홀로된 시니어들이 공감하는 모임을 통해 고독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주고 싶었다 말한다.
“시니어들이 자기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고독과 외로움입니다. 이 두 가지는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거든요. 가족도, 자식도, 친구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홀로된 사람들의 고독은 더 심합니다. 우울증까지도 올 수 있죠. 저 또한 시니어로서 해결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성 친구 만들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성 친구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회원 가입 절차가 까다로웠다. 물론 지금의 봄빛클럽도 같은 가입절차를 밟고 있다. 이영경 박사와의 상담뿐만 아니라 혼자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니어들이 놀이의 장소로 갈 수 있는 곳은 소위 콜라텍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안 좋은 일도 그곳에서 벌어지고 말입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안한 겁니다.”
짝을 찾기보다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에 힘써야 합니다
봄빛클럽 안에서 연인이 되면 좋고, 요즘 젊은 사람 말로 ‘여자사람친구’, ‘남자사람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다. 봄빛클럽의 전신인 ‘로맨스클럽’의 첫 모임 때부터 참여했던 이상규(65)씨는 모임을 통해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를 당부했다.
“제가 처음 이 모임에 들어왔을 때는 이름이 ‘로맨스클럽’이었어요. 당시 모일 때는 성비 균형이 딱 5대 5였습니다. 제 나이를 기준으로 나잇대 비슷하게 안배해 주시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성비가 딱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나이가 정말 많은 분도 이 자리에 나오실 때도 있어요. 정말 여기서 내 짝을 찾겠다 하면 안 됩니다. 실망할 수도 있어요.”
이상규씨는 누구를 만나야 한다는 목적보다 친구로 그저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애는 정말 그 나중이란다.
“내가 어떤 여성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 여성 또한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모임을 통해서 친목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도 만나야 정이 생기는 거지 ‘탁’ 보고 누구를 좋아한다? 그런 거 없어요. 자주 만나다 보면 기회가 생기는 거죠.”
이성 친구 찾기 모임이던 ‘로맨스클럽’은 작년 9월, 모임의 이름을 ‘봄빛클럽’으로 바꾸면서 ‘노후 친구 맺기 모임’으로 친구의 범위를 넓혔다. 이성 친구 만들기로 모임을 꾸리다 보니 실망하거나 오해하는 회원이 생겨나 유지가 어려워졌다고. 로맨스클럽 회원 중 20명만이 봄빛클럽에 남았다. 봄빛클럽으로 재출범하면서 10명의 회원이 늘어나 현재 3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친구가 돼드리겠습니다. 친구가 돼주세요
여러 가지 잡음과 애로사항을 이겨낸 이유에서일까? 이들의 돈독함이 동지애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모임에서 유독 ‘女女궁합’을 자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여자 회원 중 최고령자인 남금희(78)씨와 일본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최연서(72)씨다. 최근 최연서씨가 남금희씨한테 친구가 되고 싶다고 카카오톡 문자를 보낸 것. 문자를 받고도 남금희씨는 다른 사람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고. 문자사건 이후 처음 만난 탓에 최연서씨가 무척 부끄러워하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카톡이 왔어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연서씨가 저에게 연락했어요. 반갑더라고요. 만나보니까 연서씨는 애교도 있고 지금 얼마든지 좋은 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여성스러워 연서씨는 희망이 있어요. 내가 남자라면 연서씨와 친구 될 겁니다.”
남금희씨는 최연서씨가 요리를 잘한다며 대신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사실 최연서씨가 오랜 일본 생활동안 누군가와 요리해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던 것을 남금희씨가 대신 말해준 것이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어요. 40년 전에는 재료도 없고, 가게도 없고요. 김치가 먹고 싶어도 일본 생활 적응할 생각에 마늘도, 고춧가루도 안 가지고 일본에 갔어요. 그런데 다른 한국 사람들은 장아찌, 김치 등 한국 건 뭐든 가지고 왔더라고요. 일본 간 지 6개월도 못 돼서 도쿄 우에노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갔어요. 김치랑 콩나물이 나왔는데 얼마나 맛있는지요. 그곳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 보니 요리를 해먹기 시작했어요.”
고독한 당신들과 만들어내는 진한 사람들 이야기
봄빛클럽이 생겨난 이유는 고독과 외로움을 나누고 극복하자는 것. 이곳에 모인 회원들 하나같이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게 싫다고 말했다. 대부분 회원이 밤에 불을 켜고 잔다고도 말했다.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봄빛클럽의 퀸카(?) 주진례(67)씨도 외로움을 가리기란 쉽지 않더라고 했다.
“사실 친구들이 많지만, 휴일이 되면 가정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집에 있지 저랑은 놀아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싱글인 친구가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할 때 이 모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여기서 누굴 만나겠다는 생각은 없고 정말 남자친구건 여자친구건 언제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었어요. 남모를 우울증이 있었다는 고백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최고 연장자라고 소개한 남금희씨도 남편이 떠난 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미국 LA에서 살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백천기(65)씨도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얘기했다.
“몇년 전 아내가 암으로 죽었어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대학 졸업하자마자 영어 강사 하겠다고 한국으로 가버리더군요. 갑자기 가족이 없어졌습니다. 자식도 사라지고, 사별도 하고요. 집 대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무서웠어요. 쓸쓸한 게……. LA 곳곳에 아내 흔적이 너무 많아서 살 수가 없겠더라고요.”
결국 백천기씨는 우울증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와 사별 후 두 번의 자살시도를 했다고 고백했다. 백천기씨와 상담을 했던 이영경 박사도 처음 듣는 얘기라 놀라워했다.
“한 번은 LA에서, 한 번은 한국에 와서 그랬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엄마 죽고, 아빠 자살하면 어떡하겠어요. 봄빛클럽에서 저와 공감대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솔직하게 이 모든 얘기를 하고, 또 들어주는 회원들이 있어 더욱 빛나는 봄빛클럽이 아닌가 싶다. 서로를 보듬고 힘든 속내를 흡수하는 모습이 오랜 친구 이상의 모습이었다.
봄빛클럽에 들어오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이활주 단장은 예전보다 만남 자리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적어도 매월 모이는 게 목표다. 번개 모임도 자주 가질 계획이다. 야외 소풍도 가고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모임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에는 기수별로 회원 모집을 했는데 이제는 홀로된 50대 이상의 시니어면 누구든지 상담을 통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봄빛클럽’ 가입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봄바람 부는 지금 당장 봄빛클럽이 있는 강남시니어플라자로 오세요.”
봄바람 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봄바람 타러 강남으로 향해보길 바란다.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 장소 강남시니어플라자
연애라는 기나긴 여정을 뚫고 마침내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할 때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경우가 많다. 또 대다수의 커플이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에 가장 다툼이 잦다고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결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신한은행 WM사업부 김희경 팀장에게 들어봤다.
1. 커플매칭 이후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부유층 고객은 자녀뿐 아니라 부모의 기대치도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을 다 맞추어야 합니다. 때문에 미팅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많죠. 하지만 서로 호감이 있는 경우에는 양가 부모의 동의 하에 교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편하게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은 만난 지 3개월 즈음 상대방 부모에게 인사를 하고, 6개월이 되면 상견례가 이루어집니다. 대부분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까지 1년 정도 걸리는 셈이죠. 이렇게 커플 매칭을 통해 성사된 결혼이 올해 11월까지 총 34건입니다.
2. 결혼 준비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은?
날을 잡고 혼수가 진행되는 과정에 파혼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파혼 케이스는, 여성은 프리랜서였고 남성은 외국계 기업에 근무했는데 만난 지 6개월 만에 날을 잡아 예물도 오가던 상황이었어요. 여성 측에서 남성에게 중형차를 한 대 사주겠다고 했는데, 남성 측에서는 이왕이면 외제차면 좋겠다고 해서 틀어지기 시작했죠.
그 후에도 사소한 부분에서 마찰이 있더니 결국 파혼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렇게 한쪽의 욕심이 과할 때 파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만큼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3. 성혼커플의 공통된 사항은?
- 다양한 소개팅 경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알고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성에 대한 안목이 생기고, 차고 차이는 과정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알아야 이성에 대한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눈높이가 조절돼야 결혼할 확률이 높으니 소개팅도 많이 하고, 나이에 걸맞은 연애를 꼭 해보라고 권합니다.
- 누구나 선호하는 스펙의 소유자. 희망상대 조건은 단순하다
좋은 학벌과 직업, 빼어난 외모, 어린 나이 등 누구나 선호하는 조건을 지닌 사람은 소개팅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원하는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는 그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개팅이란 누군가 나를 위해 대가 없이 애를 써 주는 것이니만큼, 상대를 추천해 주면 불만을 갖기보다는 일단 만나보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으니까요. 조건 때문에 만남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보다 만나서 싫으면 ‘NO’를 외치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죠.
- 성혼커플 90%가 남성이 첫눈에 반해 결혼한 케이스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한 커플은 별로 없습니다. 남성이 첫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하면, 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결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요즘 젊은이들은 대화가 통하고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많이 찾는데 첫 만남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다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라면 최소 3번은 만나본 후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 집이나 직장 둘 중 하나는 가까워야 유리하다
아무래도 둘 중 하나는 가까워야 자주 만날 수 있고, 자주 만나야 정이 드니까, 거리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성혼커플 평균 연령. 남성은 32~34세, 여성은 28~29세
남녀 모두 적령기를 넘기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 어려워집니다. 여성은 자신을 만나 줄 상대가 부족해서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남성은 만남의 기회는 많아도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제일 많은 적령기에 짝을 찾아야 하는데, 남성은 30세쯤부터 시작해서 35세 전에, 여성은 28세 전후 시작해서 30세 전에 결혼하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4. 꼼꼼 결혼 준비 150일 가이드
D-150 상견례, 결혼 날짜 택일
상견례 날짜는 2~3주 전에 결정하는 것이 좋으며, 결혼 날짜는 신부 측에서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D-100 결혼식장 예약, 예물과 예단 상의 및 신혼 여행지 결정
결혼식장은 양가 중간 지점으로 하고, 예단은 현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단을 받은 후 신랑 측에서는 봉채비를 보냅니다.
D-80 ‘스드메’ 결정하기
‘스드메’란 웨딩사진(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로 예식과 관련된 본격적인 사항을 정리합니다.
D-60 청첩장 주문, 한복 맞추기
청첩장은 한 달 전에 발송합니다.
D-50 주례와 사회 부탁하기, 신혼여행 준비하기
주례는 신랑 신부가 함께 아는 지인이나 어른에게, 사회자는 보통 신랑의 친구에게 부탁합니다.
D-30 예단과 함 보내기. 혼수 구입
예단에는 편지와 은수저, 반상기, 이불과 같은 현물 또는 현금(신권) 중 선호하는 것으로 준비합니다. 신랑은 예단을 받은 후 신부 측에 함을 보냅니다. 함에는 예물과 혼서지, 한복, 예복 등을 넣습니다.
D-10 폐백음식 준비(2주 전에 주문),
각종 우편물 주소 변경, 드레스 가봉
D-5 주례와 사회자 연락(예식 시간 30분 전 도착 안내), 예약 사항 점검
신랑 신부를 도와 줄 도우미, 본식 사진 및 영상 촬영, 부케 및 코르사주, 연주, 축가, 메이크업 등 당일 필요한 사항을 점검합니다.
D-1 예식 당일 최종 점검
드레스, 부케, 한복, 차량, 폐백음식 등 최종 점검. 당일 신혼여행을 떠날 경우 짐과 여권을 준비하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커플매칭 서비스가 결혼까지 관여한다?
커플매칭 서비스는 만남을 주선하는 일이 주된 업무로, 주선자의 말 한마디가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교제가 시작되면 잘 만나고 있는지 중간에 알아보면서 성혼 날짜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자녀 혼사를 위해 어떠한 부분도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 도움말 김희경 팀장(신한은행 WM사업부 커플 매칭 담당)
자료를 고르려 단골 서점에 들렀다가 교양서적 코너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분석하고 설명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다. 어떤 책은 남자는 머물고 싶은데 여자는 떠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책은 남자는 화성에서 왔는데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한다. 남자는 착각하고 여자는 고민한다는 책도 있고, 놀랍게도 남자는 발레하는데 여자는 권투한다는 책마저 꽂혀 있다. 심지어 그런 종류의 책들 숫자가 갈 때마다 늘어난다. 남자와 여자가 그렇게나 다른 존재였던가, 새삼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김유준 프리랜서 기자 dongbackproject@gmail.com
아닌 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그 대목에 관해서는 연구가 왕성하다. 인문학자들이 공을 들여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어디 학자들뿐이겠는가. 일반 사람들의 시선 또한 종종 그 지점을 향한다.
최근 술자리에서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이 왜 그토록 손톱 치장에 공을 들이는지에 관한 주장들이었다.
누군가 “요즘 손톱이 유난히 거칠어졌다”고 한마디 툭 던지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다른 누군가가 “이집트 파라오의 미라에서도 발견됐을 만큼 역사적으로 본디 손톱 치장은 남녀 통틀어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다”는 어쩐지 젠체하는 설명으로 그 말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옛날이라면 손톱 치장과 유지에 비용이 수월찮게 들었을 테니 지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는 용도로 쓰였을 게 분명하다.
토론의 초점이 ‘근현대에 이르러 그러한 전통이 여성들에게만 전해진 이유’로 모여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늦은 밤의 술자리에서 때 아닌 심리학, 인류학 토론이 벌어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어느 사회심리학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이 화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성(異性)에게 잘 보이기보다 스스로 만족하려는 원인이 더 크다’는 게 정설. 손톱 치장은 그 화장 가운데에서도 해당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다. 거울 없이도 원할 때면 곧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누군가로부터 칭찬 듣기를 소망하는 존재. 아무도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라도 해야 한다. 손톱이야말로 그때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부위다. 그것이 그가 주장하는 ‘여자만 손톱 치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였다.
홍보 전문가인 친구가 덧붙인 말도 그럴 듯했다. 한창때는 화장하지 않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꾸미지 않으면 스스로의 모습에 스스로가 실망하기 일쑤. 때문에 슬슬 화장이 진해지기 시작하고, 세월이 훌쩍 더 지나 화장만으로 목적 달성이 여의치 않아지면 반사적으로 손톱을 비롯해 팔이나 다리처럼 얼굴 아닌 부위에 집중하게 된다.
그가 내린 결론은 그러므로 보석이나 장신구, 사치품 따위를 선물해서 여성을 공략하려는 방법은 젊은 여성보다 나이 든 여성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 보석은 손톱 치장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란다.
남자는 파악과 대응의 파트너
중년 여성들은 이성을 꼭 끌어안고 가야 할 동반자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더 잘 정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해와 상생’보다는 ‘파악과 대응’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오른쪽 주먹을 내지르면 왼쪽으로 피하고 왼손으로 옆구리를 쳐서 굴복시켜라’ 하는 식의 책들이 과연 행복한 만남의 카운슬링으로 알맞을까. 그들에게 이성은 오랏줄을 던져 포박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뉴욕 타임스가 베스트셀러로 꼽았다는 같은 책들은 대표적인 예. 저자인 칼럼니스트 세린 야곱은 ‘남자는 어차피 특정적 인성의 여성을 좋아하게 돼 있는 존재’이므로 ‘엄마가 되기보다는 연인이 돼야’ 사랑받을 수 있으며 ‘슈퍼우먼은 강하지만 외롭다’고 못 박는다. 급기야는 ‘여자들이 매달릴 때 나타나는 열 가지 징후’까지 거론하며 결코 그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가 주창하는 바는 곰보다는 여우가 돼야 한다는 것. 여우가 뭐가 나쁘냐면서.
물론 여우 같은 여자가 지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남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여자들이 비난 받을 이유 또한 없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듣고 나면 그만 숨이 턱 막힌다. 삶을 군인이 작전 수행하듯 살아서 과연 행복할까 싶다. 먼저, 모든 여성이 여우처럼 살아야 남성을 쟁취할 수 있으며 그래야 행복해진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예를 들어보자. 심리학적으로 남성은 ‘목표가 명확한 여성’일수록 더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으로 막연히 ‘마음이 맞다’거나 ‘그저 끌린다’는 식보다는 ‘연봉이 바라는 수준이며 학벌도 커트라인 안에 든다’ 하는 식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성인 당신은 세상 모든 남자를 숫자로 평가할 것인가? 천성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여성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불행하지도 않다.
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세상 남자들이 모두 그런 것도 아니다. 경마 정보지 못지않은 책들을 참고서 삼아서 타고난 성품까지 바꿔가며 획일적으로 살아야 남성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면 남자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열이면 열 똑같은 상대만을 선호하는 천편일률, 초지일관의 고집불통인가?
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니다
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니다. 여성 역시 남성의 적이 아니다.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이라 다소 객쩍기는 하지만, 어쨌든 둘은 서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관계다. 서로 적대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성만큼 사랑스러운 존재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연구해야 할 문제는 바로 그 ‘어떻게 해야 서로 잘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우가 돼야 한다거나 하는 식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큐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일본의 뇌 과학자 사와구치 도시유키(澤口俊之) 무사시노 가쿠인 대학 국제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남자와 여자는 많이 다릅니다. 굳이 수치로 말하자면 약 80퍼센트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많으니 이를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그 방법들을 모두 수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고 내버려두는 편이 더 수월하고 또 바람직합니다.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덮어두는 것입니다. 찜찜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실은 대단히 유용합니다. ‘너는 그렇게 살아라, 나는 나대로 살겠다’고 하는 태도가 오히려 둘의 사이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라면 ‘쿨’하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상대를 선택했을 때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무작정 끌려서일 수도 있고, 명확한 장점들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상대를 믿고 인정해야 한다. 처세서에 기술된 자잘한 잔머리는 한때의 위기상황을 모면하거나 일시적으로 상대의 관심을 끄는 데 쓸모 있을지 몰라도 머나먼 여정을 함께 가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공산이 더 크다.
윤용인이 쓴 에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돼 있다. 아끼던 술을 아내가 버린 데 격분한 저자가 아내의 천연비누를 모조리 버렸더니 아내가 화들짝 놀라 금방 술을 사왔을 뿐 아니라 다시는 버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뒤로 저자 역시 비누를 되찾아주었다고 한다.
난데없이 웬 부부싸움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시인이며 심리학자인 김경미는 저서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리학에 능통한 분들도 때론 자기 마음을 어쩌지 못하죠.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기 싸움을 벌이고 상대를 내 식대로 고치려 일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든 심리 전문가들이 부부 문제에 관해 이구동성으로 조언하는 제1항목은 ‘상대를 내 식으로 고치려 하지 마라, 상대를 인정하라’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서 ‘그대로 인정’하기만 하면 행복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남자도 남자 나름. 좋은 남자도 있고 나쁜 남자도 있다. 어느 개그우먼이 배우자의 파탄적 혐의 탓에 두 번째 결혼 생활까지 위기에 몰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새삼 남성이든 여성이든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리서치 결과를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살펴보자. 모두 어떤 남자가 나쁜 남자인가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들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에 기술되는 내용은 ‘그런 경향이 있다’는 정도일 뿐이라는 사실. 먼저 영국 신문 메트로 지(紙)의 기사 내용을 참고해보자.
영국 굴지의 만남 사이트에서 어떤 면에서는 흥미롭고, 어떤 면에서는 유별난 조사를 실시했다. 남자의 발 크기와 바람기와의 상관관계에 관한 리서치다. 언뜻 무슨 생각에서 그런 작업을 했을지 의아하기조차 한데 어쨌든 상당히 엉뚱한 결과가 도출됐다.
발 크기가 클수록 바람기가 많다는 것이다. 발 크기가 285밀리미터인 남성들은 260밀리미터인 남성들보다 세 배 더 바람을 피우며, 295밀리미터인 남성들은 250밀리미터인 남성들보다 다섯 배 더 바람을 많이 피운다는 결과다.
이 조사 결과를 두고 학자들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관계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체격이 좋고 목소리가 낮을수록, 다시 말해 남성 호르몬이 많을수록 바람기가 한눈을 더 잘 판다는 리서치 결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 그와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오하이오 주립대학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다. 18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SNS에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을 많이 올려놓은 남성일수록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고, 거짓말을 자주 하며, 자기중심적인 남성일수록 SNS에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을 많이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사진을 좀 더 좋게 보이도록 손질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경향이 짙었으며, 심한 경우 사이코패스까지 있었다고 한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발과 페이스북만 확인하고는 상대를 완전히 다 알아냈다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남성은 여성의 적인가. 여성은 남성의 적인가. 어느 쪽도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상생하며 조화를 이뤄야 할 존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빚어지는 남과 여의 대결 양상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성은 당신의 적이 아니다. 평생 함께 가야 할 말 그대로의 동반자다. 채복기 목사는 이라는 책에서 배우자는 ‘또 하나의 반쪽’이며 ‘또 하나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대를 적으로 돌려서야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다.
커플매니저 김희경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녀의 혼기를 놓친 경우를 많이 접한다. 집안 환경이 맞지 않는다,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렇게 비교하다가 혼기를 놓치면 결혼에 이르기 어렵다고 김 팀장은 이야기한다. 자녀 성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들이 몇 가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부모의 취향이나 욕심을 버리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있나요.
서울대를 졸업한 사업가 B고객에게 36세 된 아들이 있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던 아들은 지방의 체대를 졸업한 뒤 골프선수가 되겠다며 유학을 갔죠. 그러나 골프로 성공하지 못했고, 가업을 잇기 위해 귀국한 후 선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부친은 사업을 잇기 위해 현명한 며느리가 들어와야 한다며 학벌 좋은 며느리를 원했고, 경제력도 비슷한 집안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입의 여성은 본인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학벌의 남성을 희망하기 때문에 미팅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의 가정환경은 포기해야 합니다. 여성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상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가정환경이 좋은 PB고객 중에서 추천 가능한 상대는 아들과 비슷한 학벌을 지닌 여성인데, 지방대 출신의 여성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부친도 내켜 하지 않아 결국 미팅 한 번 못해 여전히 노총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자녀가 버려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분해서 설명할 게요. 남성의 경우 99%가 자신보다 2~4세 정도 어리고 예쁜 여성을 소개해 달라고 합니다. 거기에 성격까지 좋은 여성을 원하죠. 그런데 이 세상에 예쁘고 성격까지 좋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요? 선택의 폭을 넓힐수록 내가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 법입니다. 외모와 나이에 집착하지 말고 성격이 맞으면 더 만나보면서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지내다 보면 외모는 보이지 않고 성격이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다년간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라 명심해야 합니다.
반대로 여성은 경제력을 중시합니다. 거기에 분위기를 리드할 수 있는 유머 감각과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남성을 선호하죠. 남성은 예쁘고 성격 좋은 여성을 좋아하겠지만, 그것을 모두 갖춘 여성은 찾기 쉽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여성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보다는 나를 더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하기를 추천합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계속 만나보길 바랍니다.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성을 이상형으로 삼으면 결혼은 조금 힘들어요.
부모가 자녀의 성혼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자녀에 대한 콩깍지입니다. 물론 자기 자녀가 가장 멋있고, 예쁜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은 자녀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방해합니다. 보다 객관적으로 자녀를 평가해서 그 기준에 맞게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거절당하지 않을 만큼 자기 자녀가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면 조금 골라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누구나 한두 가지는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그 부분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상대를 찾으면 무난하게 결혼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상대를 찾으려고만 한다면 결혼은 어려워집니다.
커플매칭에 실패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요.
커플매칭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매달 10~15명 정도는 꾸준히 접수되는데 이 중 한두 명은 기대치가 높아 성사되지 않습니다. 부모의 학력은 높지만 아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아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현명한 며느리. 즉, 학벌 좋고 예쁜 여성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안 환경이 좋고, 학벌도 좋은 여성은 본인보다 낮은 학력의 남성을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미팅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또는 학력,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부각할 수 없는 평범한 딸을 둔 집에서 전문직 사위만 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기가 많은 전문직 남성은 기대치도 높기 때문에 이런 경우 미팅이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자녀 성혼을 위해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결혼은 무엇보다 자녀의 행복이 우선돼야 합니다. 얼마 전 상담한 35세의 K고객은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주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라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가끔은 때가 되면 부모가 주선한 상대와 선을 봐서 결혼하면 된다며 자녀의 연애를 막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에 맞는 연애는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이성을 보는 안목을 넓혀줍니다. 자녀를 믿고 자녀가 선택한 상대를 인정하고 지지해 줄 때, 자녀는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부모가 취향이나 욕심을 버려 성혼에 이른 사례는요.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고객은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받은 재력가였어요. A고객은 35세인 아들이 사귀던 여성과 궁합이 좋지 않아 헤어지게 됐다며, 궁합을 먼저 본 후 진행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의 요구에 따라 우선 생년월일을 알려주었죠. 이 같은 경우 궁합이 좋게 나오지 않으면 승낙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고객도 결국 추천하는 여성을 연신 거절해 1년에 고작 2번의 만남밖에 가질 수 없었어요.
문제는 그렇게 만남을 주선한다 하더라도 아들이 상대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아들은 35세를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아들은 30세 무렵부터 부모의 주선으로 선을 봤는데 대부분 맞선 상대가 호감 가는 외모가 아니었고, 성격도 강해 본인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친구 소개로 만난 여성과 1년을 교제 한 후 부모에게 인사시켰는데, 집안도 평범하고 궁합도 안 좋다며 반대해 결국 헤어지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 후 누구를 만나도 그 여성과 비교가 돼 맘에 드는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본인은 부모의 뜻과 달리 집안 환경이나 조건보다는 착하고 예쁜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친에게 궁합을 보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고, 그러다 보면 아들 나이만 먹게 되니 일단 먼저 만나보고 아들이 괜찮다고 하면 궁합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또 아들 집안과 수준을 맞추기 어려우니 많이 낮추어서 찾아보겠다고까지 하고요. 몇 번의 만남이 있은 후 아들이 첫눈에 반한 상대가 나타났는데,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6세 연하의 여성이었습니다. 세련된 외모에 마음씨도 착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여성이었습니다. 부친은 아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건 처음 봤다며 궁합도 보지 않고 결혼을 승낙했고, 지금 둘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도움말 김희경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탄생부터 죽음까지 80년을 추적한 사상 초유의 수명 연구 프로젝트, 터먼 프로젝트가 그 공식을 공개한다.
1500명의 인생 추적을 통해 밝혀진 건강장수의 변수
미국 스탠퍼드대 루이스 터먼 교수팀은 10세 전후 어린이 1500여 명의 인생을 80년 추적 연구한다. 결혼, 교육정도, 자녀, 직업, 라이프스타일, 종교, 애완동물 등 다양한 삶의 조건에 따라 삶의 건강도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건강에 대한 통념을 깨고, 오래 살기 위한 “건강한 삶의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와 성실성으로 나왔다. 장수한 사람일수록 가족, 이웃은 물론 사회적으로 단단한 유대관계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것은 남을 돕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누구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니 무척 고무적인 결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예상대로 평균수명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흥미로운 것은 남자와 여자의 경우 그 양상이 달랐다. 아내가 있는 남성의 경우 사별 후 독신남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길었다. 반면에 여성은 결혼 상태에 있는 것이 장수와 직결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별한 여성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여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남자는 기혼, 독신, 재혼, 이혼 후 독신의 순으로 장수하였다. 그에 비해 여성은 ‘기혼’과 ‘이혼 후 독신’의 수명이 비슷했고, 그 다음 ‘독신’, ‘재혼’의 순이었다. 독신이라는 조건이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이에 대해 “독신이 된 여성은 자신을 걱정하기보다 자녀나 친구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리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독신 남성들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친밀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삶에의 의지를 잃어버린다”고 밝히고 있다.
75년에 걸친 하버드대학교 인생관찰 보고서
“노년에도 계속 발전하는 삶, 젊은 시절보다 더 만족하며 살 수 있다”
하버드대생 268명을 포함 800여 명의 인생을 70여년간 추적한 하버드대 의대교수 조지 베일런트의 연구는 잘 사는 삶의 절대적 공식은 없고, 50세경까지 형성한 인간관계가 이후의 생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다.
생의 마지막 10년을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지는 50세 이전 형성해놓은 ‘행복의 7가지 조건’으로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관계였다. 나머지는 (평생) 교육 연수, 결혼생활, 비흡연,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었다. 연구를 주관한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다행히도 행복과 불행, 건강과 쇠약함을 좌우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었다.
장수의 비밀은 어울림
1인 가구 비율이 60%에 이르는 스웨덴 사람들이 소통 단절과 고독사의 위험을 극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맞는 비결은 40대부터 90대까지의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페흐드크네펜 덕분이다. 또 그리스 이카리아섬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이웃과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형태 덕분이다.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건강한 장수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혈액과 뉴런이 그러하듯이, 소통은 곧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후 준비는 다름 아닌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동성 또는 이성 친구, 취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 남을 돕는 봉사활동, 다양한 소통의 통로와 대상 등 사회적 자본에의 투자에 있다. 독신 상태가 장수에 더 치명적이 되는 남성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
건강과 행복의 미스터리를 향한 세계 석학들의 연구
장수 요건의 통념을 깨다 ( or 진실을 밝히다)
2050년이면 평균수명 100세가 예상된다고 한다.
건강한 슈퍼 100세인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글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1. 김국진, 진미령, 양금석, 김완선 등 이혼을 한 뒤 혼자 살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중년 남녀 연예인들이 전남 해남을 찾아 낙지를 잡기도 하고, 시골 장터에서 장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2. 요즘 인기 상승 중인 힙합 가수 치타 등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과 생활을 보면서 김광규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생활 모습과 비교해본다.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6월 5일 오후 11시 TV 화면에서 펼쳐진 두 모습이다. 김국진(50), 강수지(48) 등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불타는 청춘’과 김용건(69), 김광규(47)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생활, 쇼핑, 취미, 패션, 친구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는 MBC ‘나 혼자 산다’다.
요즘 TV 방송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급증하는 혼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을 담아내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와 식사에서부터 취미, 쇼핑, 패션, 연애나 친구 관계, 쇼핑까지 1인 가구의 생활이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소재나 주제가 되고 있다.
산업구조와 사회상황의 변모, 의학 발달 등으로 인한 수명연장,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 등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 서울 서베이 도시정책 지표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4.3%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2인 가구(23.7%), 3인 가구(22.9%), 4인 가구(21.8 %), 5인 가구(7.3%) 순이었다. 부부끼리 혹은 부부와 친, 인척 등 같은 세대로 구성된 1세대 가구 비중은 38%였고,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2세대 가구 35.3%, 1인 가구 24.3%, 3세대 가구 2.4%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앞다퉈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현상이나 1인 가구의 생활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가 주요한 TV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많이 늘어난 것이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쿡방(Cook+방송)’과 식사하는 장면이나 음식 먹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이다. 쿡방과 먹방 상당수가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 세끼’, ‘집밥 백 선생’, 올리브TV ‘한食대첩’등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선 혼자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서부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법을 예능으로 재밌게 포장해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을 통한 네티즌의 다양한 먹방에서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아빠를 부탁해’등 예능 프로그램 먹방까지 다양한 먹방 역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많다. tvN 드라마‘식샤를 합시다’처럼 일부 드라마에서도 1인 가구의 요리와 식사를 통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1인 세대 급증과 이혼, 사별 등 가족 해체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줄어들면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는 식구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1인 세대와 해체된 가족이 TV의 먹방과 쿡방을 통해 식구 부재에서 초래되는 결핍을 채우고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분석한다.
SBS ‘불타는 청춘’처럼 혼자 사는 중년 남녀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이성 친구를 사귀고 연애 상대를 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남녀 간의 만남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20대 젊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혼자 사는 중·장년의 사람들이 출연해 친구나 연인 등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불타는 청춘’의 연출자 박상혁 PD는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들이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열정과 젊음을 되찾고,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불타는 청춘’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을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밖에 KBS ‘비타민’등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이전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요령 등 1인 가구를 위한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경제 관련 케이블TV에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재테크 정보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신설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다룬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의식주부터 취미, 동호회 활동,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는 중견 연기자 김용건은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살면서 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방송사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혼자 사는 사람과 1인 가구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에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과 1인 가구의 생활을 다루는 것은 이제 TV와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이자 흥행을 담보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