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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위해 벌래 먹은 농산물을 사 먹자
- 시골에 있는 여동생이 볶은 메뚜기를 소포로 보내왔다. ‘야! 메뚜기다. 요즘 어디서 메뚜기를 다 잡았지!’ 오랜만에 보는 메뚜기가 반갑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웬 메뚜기고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다. 본인이 잡은 게 아니고 시골 오일장에 메뚜기가 나왔는데 그걸 보는 순간 어릴 적 오빠가 메뚜기 잡아주던 기억과 추억의 메뚜기를 오빠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사서 보냈다고 한다. 시골이 고향인 시니어 분들은 어릴 적 메뚜기 잡던 추억이 모두 있을 것이다. 벼 이삭이 누런 황금빛으로 변하면 메뚜기 잡으러 친구들과 때론 남동생, 여동생과 같이 2 홉짜리 소주병을 들고 마을 앞 논으로 나갔다. 병 종류가 있으면 잡아서 담기가 쉬운데 그마저 없으면 강아지풀이라는 풀줄기에 메뚜기 목 뒷부분을 꿰어 주렁주렁 엮으며 잡았다. 잡은 메뚜기는 솥에 볶아서 간식으로도 먹고 밥반찬이나 술안주로도 이용되었다. 최근 들어 유기농과 무(無) 농약 농사를 다시 짓기 시작하면서 메뚜기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최근에 내 눈으로 들판 길을 걸으며 메뚜기를 만난 적은 없다. 그 만큼 농약의 피해가 과거와 다르게 심각하다. 동생이 보내준 메뚜기를 보면서 농약에 대한 무서움이 떠올랐다. 농약은 해충의 천적까지도 죽여서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고 자연 스스로의 정화 활동을 막아버린다. 농약으로 벌들이 급격하게 줄어 이대로 가다가는 농산물의 씨받이를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메뚜기가 먹으면 죽는 농약을 사람이 알게 모르게 농작물에 스며들어있는 농약을 먹어왔다는데 있다. 사람은 메뚜기의 몇 천 배 되는 체중이 있으니 메뚜기는 죽어도 사람은 금방 죽지는 않겠지만 아주 천천히 인체 각 부를 병들게 하는 것은 자명하다. 농약 묻은 농산물을 물로 깨끗이 씻어서 먹는다 해도 아주 미미하게 스며들어있는 농약까지 다 제거되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서울사람의 식수원인 팔당댐 부근에 처가가 있는데 거기도 농약을 치면서 농사를 짓고 농약은 서서히 한강으로 스며든다. 농약이 수돗물의 여과장치에 대부분 걸러지겠지만 100% 걸러지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농민들도 농약을 살포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농약의 위험성을 잘 알아 농약을 치지 않으려한다. 하지만 농약을 살포하지 않아 병충해의 피해를 입은 못생긴 농작물은 아무도 사주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농약을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웃기는 건 무 농약 농산물 을 사 먹겠다고 전라도, 경상도 시골서 농산물을 사서 농약 친 수돗물에 씻어 먹고 있다. 농약을 아주 하지 않는 무 농약 농법은 극성스러운 병충해 때문에 하기 어려워 농약을 적게 살포하는 저 농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저 농약은 병충해의 피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농약을 적게 하면 할수록 드문드문 벌레 먹은 흉터가 생기고 성장발육이 매끄럽지 못하고 모양이 뒤틀려있다. 못생긴 농작물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치고 있다는 농민의 하소연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참에 우리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 한마디로 못생긴 농작물을 사서 먹어야 한다. 옛날처럼 메뚜기와 함께 추수되는 벼가 있어야 하고 배추 잎에 벌레가 슬금슬금 기어 다니는 배추를 사서 벌레는 털어버리고 잘 씻어 먹어야 자연밥상이다. 크고 잘생기고 상처 없는 매끈한 농작물이 절대적인 각광을 받을 것이 아니라 벌레가 좀 먹어도, 모양이 뒤틀려있어도 무 농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벌레 있는 배추와 굼벵이 파먹은 감자를 제발 사서 먹어 달라는 농부들의 외침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 2017-02-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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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과 건강] 당뇨병 환자, 이런 음식을 먹어라
-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당뇨 식이요법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겠다. 그리고 다음 호에서는 각각의 약초가 당뇨에 왜 좋은지 그 이유를 밝혀 독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약초를 올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먼저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에 대한 개념을 알아보기로 하자.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시료식품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 섭취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포도당 수치를 100으로 잡음)을 말하며, 이 지수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이 분류된다. 55 이하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70 이상이면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이다.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재를 알게 되면 그 음식들에 이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다. 우선 현미를 살펴보자. 당뇨에 현미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현미는 속껍질째 먹는 통곡(wholegrain)이기 때문에 당뇨에 좋은 식품이다. 여기서는 쌀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껍질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사과 껍질은 사과 속살의 영양분이 과잉으로 급속히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배 껍질도 마찬가지다. 현미의 속껍질 역시 쌀알의 영양분이 과잉으로 급속히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현미가 백미보다 혈당지수가 낮고, 껍질이 들어 있는 호밀 빵이 밀가루로만 만든 흰 빵보다 혈당지수가 낮은 것이다. 따라서 현미는 당뇨 환자에게 좋다.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이라 당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고구마를 먹을 때도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당뇨에 더 좋다. 장을 청소해주고 배변을 도와주는 얄라핀(jalapin)도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고구마에 상처가 생기면 상처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카이아포(caiap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의 흰색 고구마 껍질은 2형 당뇨병 환자의 공복 혈당,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는 끼니를 때우는 것이 중요했지만, 영양 과잉의 현대인들에게는 청소, 정화, 배설이 더 중요해졌다. 에도 고량진미를 먹으면 당뇨가 온다고 기록되어 있다. 곡물의 껍질은 쓴맛이 나지만 청소, 정화, 배설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는 통곡이 중요한 식품이 됐다. 껍질이 있는 식품을 먹으려면 제대로 길러진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낮아 당뇨에 좋고, 감자는 혈당지수가 높아 당뇨에 나쁘다고 한다. 그러나 고구마를 먹는 방법에 따라 혈당지수가 달라진다. 2015년에 경희대에서 시행된 실험에서 군고구마의 혈당지수가 91, 찐고구마가 71로 나왔다. 2012년 미국에서 시행된 실험에서는 생고구마의 혈당지수가 32로 나왔다. 그리고 생고구마의 껍질은 19, 군고구마의 껍질은 34였다. 고구마를 찌거나 구우면 맥아당이 증가해서 맛이 달달해지고 더 찰지게 된다. 찐고구마나 군고구마를 뭉쳐 경단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찰진 음식은 몸을 보호한다. 그래서 찐고구마와 군고구마는 비위를 보하고, 기력을 더해주며, 추위를 이기게 하고, 얼굴색을 좋게 한다. 높은 고열에 구운 군고구마가 이런 특성이 더 강하다. 그래서 겨울철이 되면 군고구마를 즐겨 먹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보하는 특성 때문에 혈당이 높아져 당뇨병 환자의 간식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당뇨에 좋지 않다는 감자도 마찬가지다. 찐 감자가 생감자나 튀긴 감자보다 혈당지수가 높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는 찰진 음식을 피하고 달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 미국의 앤 위그모어 여사는 20세기 중반에 밀 새싹을 연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하기와라 요시히데 박사는 보리 새싹을 연구했다. 새싹류는 땅을 뚫고 나오는 힘으로 체하거나 막힌 것을 뚫어준다. 그래서 체기에 맥아를 쓰는 것이고 밀 새싹, 보리 새싹도 막힌 혈관과 탁한 혈관을 뚫어준다. 현미에 싹이 나면 비타민, 아미노산, 효소, SOD(superoxide dismutase) 등 몸에 유용한 성분들이 많아진다. 이런 영양소들은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몸의 독소를 씻어내는 해독 작용을 한다. 컴퓨터를 처음 샀을 때는 속도가 빠르지만, 이것저것 다운받다 보면 느려진다. 우리 몸 역시 마찬가지다. 다 소화시키지 못한 음식이나 소화가 안 되는 강력한 이물질 등은 독으로 변해 질병을 일으킨다. 곡물의 싹은 막힌 것을 뚫고 독소를 씻어내 우리 몸을 초기화(reset)시켜준다. 열이 많고 너무 잘 먹어서 몸에 찌꺼기가 많은 사람들의 당뇨에는 새싹류가 좋다. 새싹나물을 늘 반찬으로 먹기를 권한다. 메밀도 당뇨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루틴은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해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등의 질환을 예방하고 당뇨병, 비만 등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하면 혈액을 통해 수분과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므로 피부가 좋아지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그런데 메밀도 루틴 함량이 많지만, 메밀순은 루틴 함량이 27배나 많다. 즉 새싹은 막힌 것을 뚫는 힘으로 혈액을 정화하기 때문에 메밀순이 당뇨에 더 좋다. 한의학에서 당뇨를 소갈(消渴)이라고 부른다. 에서는 소갈을 ‘내부에 열이 뭉쳐 진액을 말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열로 인해 목이 마르고, 음식을 금방 소화시키며, 땀·소변·정액이 몰려나가 진액을 말리는 것이다. 고구마, 현미, 호밀 등의 껍질은 당뇨의 원인인 열을 없애주고,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당뇨병에 매우 유익하다. 그러므로 당뇨 환자는 이런 식품들을 섭취할 때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혈관을 청소하고 소화를 돕는 새싹류도 마찬가지다. 한의학적으로 당뇨의 원인인 열을 식혀주는 작용도 하므로 당뇨 환자는 새싹류를 자주 먹어주는 것이 좋다. 찰지고 단 음식들은 내부의 열을 조장해 진액을 더 말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2017-02-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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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의 산책] 새해 맞이, 다시 가는 한국민속촌
- 1974년 개관한 한국민속촌은 저마다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오히려 오래전 한 번 가봤다는 이유로 식상하게 여기거나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민속촌은 늘 새롭게 단장하고 변화하고 있었다. 사극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즐비하던 모습만 떠올린다면 이번 기회에 민속촌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설 연휴를 맞아 한복을 입고 나들이한다면 더 금상첨화일 것이다. 즐거운 전통과의 행복한 공존 개관 이래 40여 년 동안 꾸준히 즐거운 변화를 시도해온 한국민속촌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과거 조선시대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조선시대 촌락’이다. 남부, 중부, 북부 및 도서 지방에 이르는 지방의 서민 가옥과 양반 가옥을 이건·복원해 조성했다. 추운 겨울 촌락의 몇몇 가옥을 지나다 보면 장작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으면 집이 상하고 낡을 수 있어 불을 때고 온기를 더하는 것이다. 또 이맘때쯤이면 초가집의 지붕을 새로 얹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가옥들이 단순한 전시물처럼 남아 있는 게 아닌 따스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365일 연중무휴인 한국민속촌은 계절과 세시풍속에 따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곁들인 체험과 놀이를 제안한다. 겨울에는 대표적으로 ‘초가집 새 지붕 얹는 날’ 행사를 하는데 오래된 이엉(짚, 억새 등을 엮은 것)에서 서식하는 굼벵이를 직접 잡고, 굼벵이 레이스 경주를 펼치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설날이 있는 1월에는 ‘설맞이 복잔치’가 열리는데 한 해의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복떡나누기, 지신밟기, 부적찍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손주와 함께 간다면 눈썰매·전통얼음썰매타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력만점 조선시대 캐릭터와 만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한국민속촌 조선캐릭터 오디션’은 한국민속촌의 마스코트로 급부상한 조선캐릭터 아르바이트생을 선발하는 대회다. 모집 분야는 거지, 무사, 기생, 포졸뿐만 아니라 연약한 망나니, 꽃거지, 유학파 백정 등 이색적인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예전 민속촌의 풍경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이러한 조선캐릭터와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며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옛 지방 행정기관이었던 관아에 가면 허당사또와 포졸, 인턴포졸 캐릭터가 맞이한다. 관아 앞마당에는 곤장대가 놓여 있는데, 관광객을 눕게 하고 포졸과 사또가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조선시대 말투를 쓰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겸비한 캐릭터들과 곤장 체험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아 앞에서는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꽃거지’를 만날 수 있는데 관광객이 건네는 간식 등을 먹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장난삼아 구걸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조선캐릭터와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통예술공연은 물론 최신 놀이기구까지 즐기다 겨울철 민속촌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전통예술공연으로는 ‘농악놀이’와 ‘마상무예’가 있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흥이 묻어나는 농악놀이는 수십 년간 호남우도 농악의 명맥을 지켜온 정인삼 선생이 공연을 이끌고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농악놀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바로 옆 공연장에서 마상무예가 펼쳐진다. 달리는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옆으로 눕는 등 아슬아슬하고 박진감 넘치는 기술과 궁술·검술 등을 선보인다. 같은 공간에서는 공연이 없는 시간에 마상무예단과 함께 기예를 펼쳤던 말들을 타볼 수 있는 승마 체험도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곳곳에 마련돼 있는 윷놀이, 투호놀이 등을 즐기거나 15가지 놀이기구(어트렉션)가 있는 ‘12지아(12 ZIA)’를 방문하면 어린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2지아는 민속촌 고유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한껏 즐기다가 출출해지면 친환경 조미료로 옛 맛을 살린 전통순두부, 해물파전, 묵, 순대 등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터에 들러보자. 민속촌의 푸근한 정취가 그 맛을 더한다. △ 한국민속촌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이용 시간: 연중무휴 (평일) 9:30~17:30 (주말) 9:30~18:00 이용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아동 8000원(만 65세 이상 아동요금 적용)
- 2017-0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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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요
- 명동에 나갔다가 버스를 잘 못 타서 집까지 다른 코스로 돌게 되었다. 대학로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버스가 동대문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버스 환승제가 있으니 적당한 정류장에서 갈아타면 되고 또 필자는 시간도 여유로워 뭐 그리 큰일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동대문을 지나 창신동 필자가 다닌 여고 앞을 지나고 있다. 꿈 많던 여중 고 시절 6년을 보낸 동네라 가슴이 뭉클해서 유심히 창문 밖을 내다보게 되었다. 지금은 필자가 다녔던 우리 중 고등학교는 벌써 언젠가 강남으로 이사했고 그 유서 깊고 멋진, 빨간 벽돌과 담쟁이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추억이 가득한 학교건물은 없어지고 멋없이 삭막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쓸쓸하다. 지난해까지 겨울이 되면 남편은 찜질방에 같이 가자고 성화였다. 필자는 더운 게 싫어서 사우나나 찜질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뜨거운 방에 들어가지 않고 시원한 방도 있으니 달콤한 식혜도 마시고 맥반석 달걀도 사 먹자는 꼬드김에 빠져 몇 번 따라갔다. 자주 다녀보니 시설이 좋더라고 하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숭인동까지 데리고 간 적이 있다. 가보니 그곳은 바로 필자가 중 고등학교 때 신나게 놀러 다니던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자리였다. 그렇게 유명했던 실내스케이트장이 어느 날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다란 찜질방이 생겼다. 우리 학교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체육 시간이면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보냈고 방과 후에도 친구들이랑 몰려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스케이트를 탔던 즐거운 추억의 장소가 지금은 규모가 대단히 큰 찜질방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 서울에는 사시사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이 여기 한 곳뿐이어서 많은 학생에게 인기가 좋았으며 심심치 않게 남학생들과의 친분도 가질 수 있던 우리들의 사교장이기도 했다. 필자는 초등학교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대전천에서 이미 스케이트를 배웠으므로 이곳은 좋은 놀이터였다. 실내 스케이트장은 둥근 링크가 있고 우리들은 왼편으로 커브를 돌면서 스케이팅을 즐겼다. 스케이트장 안에는 항상 신나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이 흘렀다. 롱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링크를 돌면서 스케이트를 탔고 링크 가운데에는 피겨스케이트를 신은 여자애들이 회전하거나 무용처럼 춤추듯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도 예쁘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늘날 김연아 선수와 같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의 여왕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두 시간을 타고나면 얼음 바닥이 패기도 하고 약간 녹기도 해서 휴식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잠시 빙질을 고르기 위해 휴식시간을 갖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아쉬운 듯, 한 바퀴라도 더 돌고는 모두들 링크 밖으로 나왔다. 우리 친구들은 링크를 둘러싸고 있는 관중석에 모여 앉아 매점에서 사 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30분 휴식시간을 즐겼다. 그러는 동안 스케이트장 얼음판 위에서는 직원들이 가래와 같은 도구로 얼음판을 밀고 다니며 패인 부분을 손보고 녹은 빙판을 보수해 주었다. 필자는 항상 친구 서너 명과 같이 다녔는데 서너 명 같이 온 남학생들과의 즉석 만남도 있었고 휴식시간이 끝나 다시 스케이트를 탈 때는 줄줄이 이어서 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를 따라와서 사귀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남학생도 있었던 가슴 떨리고 순수했던 즐거운 학창시절이었다. 서울에서 하나밖에 없던 학교 건너편 추억의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은 찜질방이 되었다. 그래도 달콤한 식혜와 맥반석 달걀을 먹으며 그때를 추억해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요즘처럼 업종이 자주 바뀌는 시대에 아직 그곳이 찜질방으로 남아있는지 버스 안에서 목을 빼고 돌아보았지만 알 수가 없다. 시간 내어 언제 한번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인생은 항상 그리움의 연속인 것 같다.
- 2017-01-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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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세대 이야기-설날 음식] 세뱃돈 대신 받았던 눈깔사탕
- 아버지는 섣달그믐날 저녁에는 밤새도록 온 집안에 불을 밝혀놓아야 조상님들이 잘 찾아오실 수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느새 해가 지면서 집안 곳곳에 불이 밝혀졌다. 어머니는 며칠 전 동네 방앗간에서 뽑아다 놓아 꾸덕꾸덕해진 가래떡을 써셨다. 설날 아침에 끓일 떡국 떡을 준비하시느라 밤늦도록 떡국떡 써는 소리가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뜨리곤 했다. 섣달그믐날에 잠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속설 때문에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억지로 버티다 결국 자정 조금 넘은 시간에 모두 곯아떨어졌다. 어김없이 설날 아침은 밝아왔다. 아버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큰 마당은 물론 아랫동네로 내려가는 마을 어귀까지 50여 미터 이상 말끔히 쓰레질을 하고 들어오면서 전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직도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우리들을 대갈일성(大喝一聲)으로 깨우셨다. 새벽에 아버지가 말끔히 쓸어놓으신 길 따라 두루마기 옷고름 휘날리면서 사촌 남동생들 앞세워 휘적휘적 대문 안으로 들어서시는 작은아버지의 손에는 정종병이 달랑 들려 있었다. 드디어 대청마루에 정성껏 차례상이 차려지고 조상님의 상청이 열렸다. 설빔으로 모두 갈아입고 대청마루에 서니 그 숫자만 해도 열서너 명쯤 되어 보인다. 필자의 형제는 8남매, 그중 아들이 5형제. 작은아버지의 자손들까지 순서대로 늘어서 있으니 대청마루가 꽉 찼다. 차례 예식이 시작되면 조상 윗대 할아버지에서부터 차례차례 떡국과 빚은 술을 정성껏 올리신 후 아버지는 나직한 헛기침을 하셨다. 그 신호에 맞추어 우르르 엎드려 절을 올렸다. 필자를 포함해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어른들 따라 대청마루에 쪼르르 엎드린 채 어른들이 언제 일어나나 좌우로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그때마다 항상 늦게 일어나는 아이가 있어 킥킥대며 웃기도 했다. 모두가 일어설 때 엎드리고, 엎드릴 때 일어서는 아이 때문에 안 그래도 겨우 참고 있었던 웃음보가 터지면 참으려고 애를 써도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열 번도 넘게 절을 하는 동안 킥킥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아버지는 산만해진 아이들 쪽을 쓱 한번 훑어보셨다. 그러면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들 움찔 놀라 얼어붙은 표정이 됐다. 침묵이 흐른 다음 아버지는 다시 눈빛을 풀고 차례를 마치셨고, 불호령이 떨어질 줄만 알았던 아이들은 아버지가 “조반을 서두르거라!” 한마디 하면 “휴! 천만다행이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떡국으로 아침상을 물린 후 아버지가 미리 준비해놓은 음식 보따리를 들고 집을 나서면 아이들도 따라 부지런히 선산(先山)으로 향했다. 산소 위에 남은 잔설을 치울 때도 있었지만, 눈이 아주 많이 왔던 어느 해에는 눈 위에 그대로 돗자리를 펴고 절을 했다. 조상님에 대한 아버지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손과 발이 시려 꼼지락거리기 일쑤였다.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인 사랑방에 들러 한 분 한 분께 세배를 하며 새해 인사를 올렸다. 이때 어르신들은 덕담과 함께 세뱃값으로 한과(漢菓)나 떡, 식혜 등을 내놓았으며 슬그머니 눈깔사탕을 손에 쥐어주셨다. 달콤했던 그 맛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간식거리였다. 세뱃값으로 먹을 것을 내놓았던 그 시절은 참으로 마음이 풍요로웠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요즘 아이들처럼 세뱃돈 받으려고 미리 계산을 하거나 떼를 쓰지도 않았다.
- 2017-01-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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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겨울 간식, 고구마
- 겨울이 시작되면 동네 어귀나 버스 정류장 앞에 군고구마 장수가 꼭 자리를 잡았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따뜻한 버스 안에 있다가 정류장에 내리면 차가운 기온에 목이 쏙 들어가는데 어디선가 풍기는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는 우리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드럼통에 설치된 손잡이를 잡아 빼면 그 안에 맛있게 익은 군고구마가 보기 좋게 나란히 정렬되어있었다. 이삼천 원어치 산 따끈한 군고구마는 집에 들어갈 때까지 손을 녹여주곤 했다. 몇 해 전부터 동네나 버스 정류장 앞에 군고구마 장수가 보이지 않았다. 필자부터도 밖에서 군고구마를 사 먹지 않게 되었다. 맛있는 밤고구마나 호박 고구마를 손쉽게 살 수 있고 더군다나 고구마를 구워내는 직화 냄비가 생기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 번 구워보니 요령도 생겨서 중불에서 시작해 가끔씩 고구마를 뒤집어가며 골고루 구웠더니 정말 맛있는 군고구마가 만들어졌다. 길에서 사라진 군고구마 장수를 생각하면 좀 마음이 아프지만 간편하고 맛있는 군고구마를 집에서 만들게 되었다. 몇 년 전 우리 아파트는 충남 당진의 어느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였다. 그래서 고구마 수확 철이 되면 당진 자매마을에서 초대해 직접 고구마 캐서 사오는 행사가 열렸었다. 부녀회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많은 분이 버스를 전세 내어 당진으로 향했다. 고구마 캐러 가는 행사는 소풍 가는 기분으로 모두들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었다. 자매마을의 이장님 댁에 가면 마당에 테이블을 늘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과 갓 무쳐낸 배추겉절이와 묵은김치, 삶은 돼지고기 수육 등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놓고 계셨다. 시골마당에서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밭으로 고구마 캐러 나갔다. 그런데 다들 서툰 솜씨라 고구마를 부러뜨리거나 상처를 내었다. 그리고 자기가 사오는 박스엔 그런 고구마는 넣지 않았다. 고구마밭 주인들에겐 큰 손해였다고 한다. 그래서 3년 계속되던 이 행사는 중단되었고 수확 철이 되면 당진에서 고구마 박스를 싣고 우리 동네로 판매하러 올라왔다. 맛이 좋은 호박 고구마라 가격은 10kg에 3만 원대였다. 위층 사는 언니는 한 번에 대여섯 박스를 사서 겨울 동안 내내 드신다고 한다. 그렇게 매년 고구마를 사 먹었다. 요즘 우리 아파트 앞 새로 생긴 슈퍼마켓을 지나다니다 보니 박스에 고구마를 담고 물건이 보이도록 랩을 씌웠는데 고구마도 실해 보이는 데다 가격이 만 원, 만 삼천 원, 만 오천 원이라고 되어있었다. 여태까지 삼만 원을 주고 사 먹었는데 이 물건은 왜 이렇게 값이 싼 걸까? 궁금해서 매번 지나치면서 살펴보아도 고구마가 괜찮아 보였다. 혹시 중국에서 수입한 건 아닐까 했지만 박스에 적혀있는 원산지는 분명 우리나라 지명이었다. 마침 슈퍼 아저씨가 나와 있어서 “이 고구마 맛있나요?”하고 물었더니 “아주 꿀맛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신다. 그냥 ‘맛있어요‘정도가 아니고 아주 꿀맛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확신을 하고 대답해 주셔서 동네 장사인데 거짓말은 안 하겠지 하고 한 박스를 샀다. 만원과 만 오천 원의 중간인 만 삼천 원짜리로 골랐다. 집에 와서 당장 몇 개를 구워보았다. 비싸게 주고 산 고구마처럼 황금색으로 달콤한 진이 줄줄 흐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달콤하고 맛이 좋았다. 90점쯤은 줄 수 있는 고구마다. 박스 옆면을 살펴보니 특, 상, 중, 하, 그리고 파, 라고 쓰여 있으며 이 고구마는 파에 동그라미가 쳐 있는 파품이었다. 그래서 고구맛값이 반값이었나 보다. 파 품 이면 상처 나고 부러진 상품을 말하는 것일 텐데 조금 못 생기기는 했어도 상처 나거나 부러진 고구마는 없었다. 이 고구마를 생산한 농부의 땀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못생긴 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이다. 이번 고구마는 달콤하게 맛있는데 아주 저렴하게 잘 샀다. 땀 흘려 농사지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 먹으면 한 박스 더 살 예정이다.
- 2017-01-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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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오 세나도 광장의 크리스마스
- 홍콩에서 페리로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마카오는 서울 면적의 20분의 1 정도의 작은 땅으로 대부분 홍콩 여행 중 한나절 코스로 잡고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다. 최근 베네시안이나 시티오브드림 등 볼거리가 풍성해지면서 카지노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건전한 가족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카오로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러 항공사에서 마카오에 취항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마카오로 첫 취항을 시작한 에어서울 마카오 신규 취항 프로모션으로 88000원짜리 티켓을 구했다. 저가 항공이지만 좌석 간격도 넓고 무료 수화물 허용량도 넉넉해 좋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어서 구시가지 유적을 돌아보고 간식을 사먹으며 소소하게 즐기기 좋은 세나도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을 구했다. “세나도 광장으로 가서 저녁으로 완탕면 먹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필자가 묵었던 소피텔에서 세나도 광장까지는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세나도 광장을 봐두었기 때문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마카오의 12월 평균기온은 15~20도 내외. 한낮에는 반팔 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될 만큼 따뜻했다. 저녁에도 셔츠 위에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충분할 만큼 부드럽고 달달한 날씨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세나도 광장은 분수대에 설치한 커다란 트리와 알록달록 현란한 조명이 반짝였다. 그래서 광장에 들어서면 한눈에 보이던 이국적인 건물들과 검은색, 베이지색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무늬 타일을 감상하기 힘들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쉼 없이 반짝이는 수만 개의 전구에서 성탄절의 흥취와 열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세나도의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서울 면적의 20분의 1, 관악구 면적밖에 안 되는 마카오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이 수십 채에 달한다. 대부분 구시가지 세나도 광장 주변에 몰려 있다. 4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탓에 유럽풍의 아름다운 성당이 많았다. 전면부만 남았어도 그 존재감만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성 바울 성당, 1587년 마카오에 최초로 세워진 성 도밍고스 성당과 대성당 등을 감상하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육포 거리를 지나며 육포 시식을 너무 많이 했더니 목이 말랐다. 우리는 망고주스를 마시면서 비첸향 옆집에서 육포를 샀다. 루돌프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언 손을 호호 불며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는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추운 12월이다. 이때 사람들은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그런데 마카오의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따뜻한 세나도는 달뜬 마음으로 거리를 돌아다니기 적당했다. 짚으로 만들어놓은 마구간 위에서 커다란 별 하나가 빛났다. 아기예수께 경배하는 동방박사 조형물 앞으로는 봄바람 같이 따스한 바람이 살랑 불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봄날 같은 크리스마스는 색달라서 좋았다. 한국에서 불과 3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마카오에서 맞이한 색다른 크리스마스였다.
- 2016-12-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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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이야기] 강아지가 좋을까요, 고양이가 좋을까요?
-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나에게 어떤 동물이 맞는지 모르겠다면 집중해보시라. 적극적인 반려견, 자기중심적인 반려묘. 성격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개와 고양이에게도 성격이 있다. 알듯 말듯한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알아보고 난 뒤 나에게 맞는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아들이면 어떨까?< 편집자 주> 자료제공 웹진 눈치가 있다, 없다?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반려견. 반려인의 기분이 어떻든 무얼 하든 상관없이 놀아달라며 달라붙는다. 이런 천진스런 모습 때문에 보다 빨리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는 반려인의 기분이 안 좋으면 알아서 피해 다니는 등 눈치가 발달한 편. 단, 반려인이 정적인 일을 하고 있을 경우, 여유로운 상황으로 착각해 같이 놀자고 괴롭히기도 한다. 자기 몸 관리, 한다, 안 한다? 고양이의 경우 그루밍(혀로 몸 구석구석을 핥는 행동)을 하는 습성이 있어 몸이 비교적 청결하다. 따라서 2~3개월에 한 번 목욕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반면 강아지는 약알칼리성 피부이기 때문에 세균이나 곰팡이균 번식이 쉬워 피부병에 잘 걸린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씻겨주는 것을 권장한다. 호기심 누가 많을까? 강아지는 호기심이 있어도 위험한 돌발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겁 없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낯선 물건도 거침없이 만지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 의사표현이 달라요 강아지와 고양이가 원수지간으로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두 동물의 같은 행동이 각기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같이 놀자’는 뜻으로 앞발을 내밀지만 고양이는 강아지의 그런 행동을 공격태세를 취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누가 더 감정표현을 잘하나?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강아지보다 고양이의 감정 파악이 훨씬 쉽다. 고양이는 행복할 때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며 ‘그르릉’ 소리를 낸다. 반면 기분이 나쁠 때는 귀를 뒤로 낮추고, 털과 발톱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경계한다. 누가 반려인의 말을 더 잘 듣나? 강아지는 서열생활에 익숙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다고 생각되는 사람 말은 잘 따른다. 그러나 고양이는 사람에게 복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무언가를 지시해도 잘 듣지 않을 때가 많다. 고양이는 꾸짖음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므로 벌줄 때 신중해야 한다. 교감, 고양이가 좋아, 개가 좋아? 말을 잘 듣는 것과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은 다르다. 교감 면에서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맞춰주는 데 능숙하다. 꼬리언어 대화법 cat 편안할 때 꼬리를 아래쪽으로 내리고 있을 때 꼬리 끝이 부드럽게 살짝 휘어져 내려와 있다면 아주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다. 짜증이 날 때 가끔 앉아서 꼬리로 바닥청소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때 꼬리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며 바닥을 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짜증이 나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이므로 고양이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흥미로울 때 간식을 주거나 이름을 불렀을 때 꼬리를 높게 치켜들고 다가올 때가 있다. 꼬리 끝은 살짝 휘어져 있고, 때로는 휘어진 꼬리 끝을 살랑살랑 흔들기도 한다. 이는 고양이가 당신에게 다정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경고를 줄 때 고양이는 놀라거나 자신을 위협적으로 보이고 싶을 때 온몸의 털을 부풀린다. 이때 꼬리가 S자로 휘어져 있다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행복할 때 고양이는 자고 있어도 꼬리를 쉼 없이 움직인다. 만약 자고 있는 고양이가 꼬리 끝을 까딱거리고 있다면 방해하지 말길. 행복한 꿈을 꾸고 있거나 기분 좋게 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민할 때 나른한 모습으로 꼬리로 바닥을 천천히 내리치는 것은 뭘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러나 좀 더 빠르게 꼬리를 탁탁탁 내려친다면 감정의 동요가 심하다는 의미다. 처음 봤을 때 꼬리를 높이 세우고 크게 흔드는 것은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처음 보는 물건 앞이나 낯선 환경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 dog 꼬리를 낮게 흔들 때 강아지들에게는 서열체계가 있다. 꼬리를 낮게 흔드는 것은 상대에게 복종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간 정도의 높이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은 매우 반갑다는 표시다. 꼬리를 천천히 흔들 때 강아지가 꼬리를 천천히 흔들고 있다면 “나는 지금 자신감에 꽉 차 있어!”라는 표현이다. 꼬리가 축 늘어져 있을 때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강아지는 기운이 없는 상태다. 꼬리가 배 안쪽으로 말릴 때 겁을 먹고 있거나 매우 불안한 상태다. 강아지가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왜 겁을 먹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내 성격에 어울리는 반려견은? 01 말썽꾸러기의 대명사 비글이 속한 ‘하운드(Hound) 그룹’ 활동량이 남다른 ‘하운드 그룹’은 산책이나 운동으로 왕성한 활동량을 채워줄 수 있는 주인이 딱 맞는다. 이 녀석들은 걷는 것보다는 전력질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고 활동적인 주인이 제격이다. 비글, 닥스훈트, 그레이하운드, 아프간하운드 등이 해당한다. 02 초보엄마가 키우기 좋은 ‘토이(Toy) 그룹’ ‘토이 그룹’은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다 크고 나서도 변함없이 인형을 닮은 듯한 깜찍함이 장점이다. 특별한 관심과 보살핌, 스킨십을 좋아한다. 애정표현을 좋아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초보엄마가 어울린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공간이 넓지 않은 곳에서도 키우기 좋다.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푸들, 시츄, 말티즈, 페키니즈 등이 해당한다. 03 주인을 잘 따르는 ‘스포팅(Sporting) 그룹’ 인명구조, 마약탐지견 등으로 활약하는 ‘스포팅 그룹’은 외모는 마냥 천사 같지만 사냥개의 천성 때문에 무엇이든 물어뜯고 씹는 녀석들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주인이 어울린다. 유순하고 사교적이어서 훈련만 잘 시킨다면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골든리트리버, 잉글리시코카스패니얼, 아메리칸코카스패니얼 등이 해당한다. 04 충직한 경비견 ‘워킹(Working) 그룹’ 강인하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지만, 어려서부터 훈련을 충분히 시킨다면 가장 충직한 반려견이 될 수 있다. ‘워킹 그룹’은 교육이 필수이기 때문에 초보엄마나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힘든 사람은 키우기 버거울 수 있다. 녀석들과 비슷하게 과묵하고 뚝심 있는 사람이 어울린다. 진돗개, 시베리안허스키, 알래스칸맬러뮤트 등이 해당한다. 05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한 가족 같은 ‘테리어(Terrier) 그룹’ 깜찍한 애교쟁이면서도 충성심이 강한 ‘테리어 그룹’은 나이를 먹을수록 주인과 더욱 가까워지는 녀석들이다. 주인도 녀석들처럼 활발하고 독립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서로 최고의 가족이 될 수 있다. 불테리어, 보스턴테리어, 미니어처슈나우저 등이 해당한다. 06 보디가드처럼 듬직한 ‘허딩(Herding) 그룹’ ‘허딩 그룹’은 목장에서 양을 모는 목양견 역할을 할 만큼 영리하고 책임감이 강해 차분하고 사려 깊은 주인이 어울린다. 녀석들은 주인을 위해 자신이 맡은 구역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웰시코기, 보더콜리, 저먼셰퍼드 등이 해당한다. 11월호 // [반려동물이야기] 강아지가 좋을까요, 고양이가 좋을까요?
- 2016-11-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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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여행 둘째 날 [3]
- 전날 밤 늦게 잠이 들어 아침 기상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커튼을 여니 환한 햇살이 눈부시고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반짝 눈이 떠졌다. 그보다는 아기들이 먼저 잠에서 깨어 필자를 흔들어댔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의 즐거울 시간을 상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이번 여행은 아들, 며느리의 계획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스케줄을 물었더니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하고 오전엔 호텔 해변과 수영장에서 보내겠다고 한다. 호텔에 딸린 수영장은 해변처럼 물이 흐르게 해놓았고 뜀틀과 미끄럼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이 있어 손녀와 손자가 매우 즐거워했다. 수영장 바로 너머로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호텔 입구와 안쪽에는 ‘시사’라는 신기한 동물 형상을 한 조형물이 많이 보였는데 오키나와를 보호해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해태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표정이 매우 다양하고 귀여웠다. 보통 한 쌍으로 되어있는데 입을 벌리고 있는 건 수컷이고 닫고 있는 건 암컷이란다. 닫힌 입은 안으로 들어온 복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열린 입은 복을 불러들이고 잘못 들어온 액을 내쫓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작은 열쇠고리의 ‘시사’는 600엔 정도여서 떠나는 날 귀국 선물로 점찍어두었다. 아침식사 후 곧바로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수영복 차림이 좀 민망했지만 여기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니 주눅 들 필요 없이 당당하게 놀았다. 흰색 비치 의자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은 하얀 솜사탕 구름이 탐스럽게 떠 있는 너무나도 깨끗한 파란빛이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튜브 탄 아기와 놀아주며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예정대로 미리 검색해온 유명 맛집 ‘류큐노우시’에서 ‘와규’를 먹기로 했다. 일본산 소고기인 와규는 가격이 비쌌지만 소문대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오키나와는 바다로 둘러싸였어도 생선회보다 와규 소고기나 스테이크가 더 유명하다고 한다. 호텔 주변에 있다 해서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일본 동네도 구경할 겸 걸었는데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던 청년에게 보디랭귀지와 영어를 섞어가며 물었더니 메모를 보고는 따라오라며 앞장서 주었다. 어느 쪽인지만 알려주면 될 텐데 3~4분 거리에 있는 우리가 찾는 음식점 앞까지 안내해주고 가던 길을 갔다. 듣던 대로 매우 친절한 일본인이어서 고마웠다. 필자도 관광객이 길을 물으면 바쁘지 않은 한 친절하게 안내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뉴판을 가져온 종업원은 “코리언? 차이니즈?”라고 물으며 국적에 맞는 언어의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일어 못한다고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다. 숙소로 돌아와 호텔에서 제공한 무료 티켓으로 바다가 보이는 예쁜 창가에 앉아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가졌다. 저녁에는 오키나와에 가면 꼭 들러보라는 ‘아메리칸 빌리지’에 가기로 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1981년 미군 소유의 비행장이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1988년 비행장 북쪽에 인접한 해안을 매립하여 미국 샌디에이고를 모델로 해서 지어진 도시형 리조트 형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미국풍의 각종 편의시설과 음식점들이 있으며 커다란 관람 차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물로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돌고 있다. 이곳에는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구르메 스시집이 있다. 회전 초밥집으로 우리 가족은 번호표를 받고 30~40분 기다리는 동안 동네를 둘러보았다. 네온사인이 화려하고 가게들이 예뻤다. 메인 광장에서는 무명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구르메 스시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는 관람 차를 탔다. 크기가 엄청나 맨 꼭대기에 매달렸을 때는 오금이 저려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했다. 어렸을 적 창경궁에는 ‘허니문 카’ 라는 이름의 관람 차가 있었다. 친구들과 관람 차를 타며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라 그리움이 밀려왔다. 100엔 숍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두 꼬맹이 아가들은 잠에 빠져버렸다. 즐거운 여행 둘째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 2016-11-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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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장모, 요즘 장모
- “장모 사랑은 사위”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해왔다. 가족관계에서도 이성을 대할 때는 요상한 매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추당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 전통이 살아 있을 때도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에 대한 멋진 이야기들은 흔했다. 그런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사위들이 장모를 꺼리고 고깝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꼭 장모같이 말하네.” “장모 아니랄까봐.” “장모도 아니면서 왜 그래?” 하는 말들도 듣곤 했다. 어느 날 필자와의 거래에서 만족하지 못하자 손님은 “장모같이 눈속임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 사회적 언어가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레이디퍼스트 문화를 만들어낸 사회이고 남녀동등의 정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만나게 된 색다른 의식이라 호기심이 생겼고 관찰하고 싶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여권신장으로 도장지처럼 뻗어난 장모의 이기적인 행위들이 만들어낸 사회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간식이 다양하지 않았다. 공산품이 아닌 엄마표 간식이라 다 건강식이었다. 기껏해야 철따라 삶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이다. 지금은 먹지 않는 배추 뿌리도 먹었다. 필자는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단맛은 별로이고 짜고 신맛을 좋아하다 보니 군것질을 잘 안 한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도 간혹 아주 드물게 간식을 먹으면 어머니는 필자를 닦달했다 그러면 필자는 심통을 부렸다. “엄마는 왜 남의 아들 걱정만 하셔요? 남의 아들 등골 빼먹을까봐 딸이 군것질 조금 하는 것도 못하게 하시네요. 남의 아들이 일 많이 해서 엄마 딸한테 먹을 거 많이 사주라고 하면 되지” 하며 반박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의 군것질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보충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필자가 군것질을 좋아하면 결혼해서 혹시라도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을까봐 미리 훈련 차원에서 잔소리를 하셨던 것이다. 군것질 좋아하는 며느리 좋아할 시어머니는 없다는 판단도 있었을 테고 가정을 이루었을 때 가정경제에 미칠 좋지 않은 영향도 생각했으리라. 어쨌거나 절제와 근검의 모범은 내 딸부터 보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치관은 분명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듣는다. 어느 해의 제주도에서는 결혼한 쌍의 반수가 이혼을 했다고 했다. 가정의 위기가 심상찮다. 요즘은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 부모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를 위한 문은 활짝 열어둘게. 언제라도 환영한다.” 이혼에 한몫하는 사람도 장모란다. 딸은 절대로 자기처럼 살게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엄마들도 많다. “내가 어떻게 길렀는데, 내 딸이 부당한 대접받고 고생하면서 살게 할 수 없다.” 이런 계산이 이혼을 고민하는 딸들에게 결단력을 준다. 하늘처럼 믿음이 가는 부모의 힘을 느끼는데 뭐가 무서우랴. 남편이야 등골이 빠지든 말든 누려야 할 것은 누려야겠다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이 시대야말로 아들딸 구별하지 말고 “배우자 등골 빼먹지 말라”는 부모의 교훈이 필요해 보인다.
- 2016-11-01 11:11